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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 지원금' 받으려 귀농도 경쟁시대?

귀농을 연예기사처럼 다루지 않았으면 해

등록|2009.03.13 14:39 수정|2009.03.16 11:51
자극적인 기사의 유혹

"귀농도 경쟁시대…."
"네?"

같이 근무하는 박 선생이 신문을 보다가 놀라며 이야기 한다.

"3000만원을 준다네."
"설마요, 그냥 주는 데는 없어요."
"정착자금으로 준다는데."

당장 신문을 훔쳐봤다. 기사가 눈에 띄었다. 얼마 전에 귀농지원자금 2억 때문에 열이 뻗어서 기사를 쓴 적 있는데 또야? 이번엔 중앙이 아닌 지자체를 전격 홍보하고 있다. 기사제목도 자극적이다. '경제난 여파 귀농도 경쟁시대… "정착 지원금 받자"(국민일보 3월 12일자) 도시 실직자들 몰려'. 이건 숫제 스포츠신문에 난 연예기사 수준이다. 이 제목 보고 혹하지 않을 귀농, 귀촌 지원자 있겠는가. 나 같아도 정착자금으로 3000만원을 준다면 내일이라도 이사하겠다. 내용을 보니 꼬집어야 할 부분이 많다.

기사캡쳐귀농자=도시실직자(?). 민감한 시기에 기사도 좀 생각해서 잘 써야 한다. ⓒ 임준연


왜 매번 주체는 '도시의 실직자들'인가. 그네들이 무슨 부랑아인가. 더 이상 그들을 놀리지 말아야 한다. 제대로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이리 차고 저리 차는 행위는 말아야 한다. 그 나마 기사 끝부분에 담당직원의 입을 빌어 무작정 귀농을 결행할 순진한 희망자들에게 조언을 했다는 것이 다행이다.

기사 내용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알아보았다. 전남 나주시의 경우 담당직원과 통화해 본 결과 축사, 시설하우스, 저온저장고 등의 시설 건축 등 사업 시 지원보조금 2000만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고, 자부담 1000만원이 필히 포함이 되어야 한다. 조건도 거주 6개월 이상 3년 미만의 농업인(농지원부-농민임을 증명함-가 있어야만 한다)에만 해당한다.

공짜는 없다

전남 강진군의 경우 금액만 커진 것이다. 조례를 다운받아 살펴본 결과, 농림사업 중 시설에 대한 사업 시 최고 3000만원까지 보조해 준다는 것. 보조라도 그게 어디냐, 그렇게 큰돈을 지원해 주는 경우가 어디에 있겠느냐 하는 분들이 있을것이다. 하지만 기사 말미에도 주의(?)를 주지만 이런 돈만 보고 들어오는 경우 백이면 구십구는 거의 실패하고 오히려 더 큰 상처만 입고 돌아가는 경우가 여태까지의 사례라는 것.

준비가 확실히 되어 있고 사업에 대한 구상이 완료되어 자비로라도 시행하려고 하는 농업인이 마침 조건이 맞아서 지원을 받게 된다 해도 성공할까 말까인데 기사처럼 '도시의 실직자들'이 농업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그저 가게 하나 한다는 셈치고 달려들었다가는 현재 농촌 곳곳에 흉물처럼 남아있는 쓰이지 않는 창고와 축사, 하우스들의 처지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전남 영암군의 경우 보도자료를 살펴보니 '귀농정착금은 전 가족이 함께 귀농 후 농업에 종사할 경우 월 40만원씩 연간 480만원을, 세대일부(2인 이상) 귀농 후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에는 월 20만원씩 연간 240만원을 귀농 후 3개월이 지난 다음달부터 3년간 지원하며 빈집을 구입 또는 임대해 수리에 필요한 자금을 최대 300만원까지 보조 지원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행정의 성의 없는 지원정책의 대표라고 생각된다.

물론 돈을 주는데 마다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2인기준 20만원 일년 지원한다고 그것 때문에 귀농자가 늘거라 생각하는 것은 매우 순진한 발상이다. 입장을 바꿔서 한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정책을 입안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1년 용돈 지원하고 그 이후엔 네 힘으로 살아라, 라고 이야기하면 귀농을 생각하는 많은 이들은 차라리 내가 원하는 환경이나 내가 곁에 두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서 가겠다라고 한다. 지나가는 아이 사탕 하나 주면서 우리 집에 살래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약자를 진정으로 보호하는 정책의 필요

기자가 임의로 사용한 것인지는 모르나 '귀농 정착금'이라는 용어는 아주 잘못 쓰이고 있는 것이다. '정착금'은 "그냥 준다"라는 뉘앙스가 매우 강하다. 관청에서 이 단어를 썼다면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단어를 '농림사업보조금'으로 바꾸어야 적절할 것이다. 그래야 냉철하게 판단하고 접근하는 실제 수요자들이 유용하게 쓸 것이다. 모쪼록 기사를 쓰는 기자나 자료를 제공하는 지자체에서도 반짝 홍보 효과를 노린 이벤트로 도시 실직자는 더욱더 깊은 상처를 받는 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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