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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인 나, 동갑내기 학생을 수업서 만나

등록|2009.03.16 10:50 수정|2009.03.16 10:50
새 학기를 맞았다.
개강이 학생들에게도 설레는 날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수 있어 늘 가슴이 설레곤 한다.

첫 시간 수업에 과제물이 많다고 엄포를 놓으며 두려운 사람들은 수강정정을 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내 수작으로 정정기간 동안 몇 명의 학생이 빠지고, 또 몇 명의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왔다. 여하튼 수강인원은 가득찼다.

내가 16주를 맡은 대학은 하루 8시간의 강의를 몰아서 한다. 내 일정도 빠듯하고, 그게 더 효율적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마지막 수업은 피로가 누적되어 다소 힘들게 느껴진다. 그런데 제일 마지막 수업에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학생이 한 명 들어왔다. '나이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그냥 많다고 말한다. 그래도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마흔 둘이라고 한다. 나와 동갑이다.

대학강의강의하고 있는 나 ⓒ 정철상


사실 내 또래의 학생이 들어오거나 더 많은 분들이 들어와도 별로 부담스럽지는 않다. 강의를 많이 하다 보니 뻔뻔스러움이 는 탓일 게다. 대개 나이가 드신 분들은 주부들이나 자영업자들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와 동갑이었던 이 분은 장애인이었다. 하반신을 거의 쓸 수 없는 1급 장애인이다. 그래서 마음이 안쓰러웠다. 언제부터 장애를 앓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나이 서른다섯 살에 1급 장애인이 되었다고 한다. 2002년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날 운전을 하다가 눈길에 차량이 미끄러져 고가도로 밑으로 추락했다고 한다. 차량이 전복되면서 허리 이하의 하반신을 거의 쓸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보험도 제대로 들어놓지 못한 데다가 자신의 실수로 빚어진 교통사고라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당시에 결혼을 약속하고 동거하며 살던 여자와도 이별했다고 한다. 2년 후 어머니마저 여의고 아버지와 같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타 대학의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으나 정보통신학과로 편입해서 새롭게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졸업 후에도 온전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하는 염려가 들었다.

그래도 밝게 공부하고 일하며 미래를 준비하려는학생에게서 또 다른 삶의 강렬한 자극을 받았다.

동갑내기 학생과 대화를 나눈 후 8시간의 수업이 전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보고, 그의 인생과 그의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도록 해보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개인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와 미디어 다음에도 동시에 게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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