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수초눈 속에서 피어나는 꽃 ⓒ 민종덕
반란은 변방에서 시작되는 것인가? 그것도 밑바닥에서부터... 묵은 질서를 깨뜨리고 새 세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묵은 질서와 새로움을 갈구하는 것의 치열한 투쟁이 없이는 결코 새로운 새상을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인가보다.
묵은 질서를 거부하는 봄이다. 아직도 찬바람이 불고, 황사바람이 이 산천을 덮는다 해도 이미 지루하고 긴 겨울을 깨뜨리고 새로운 봄을 위한 반란은 시작되었다. 그 반란의 현장을 찾아 나섰다. 바람이 많아서 '풍도'라고 이름하였는지 몰라도 이른 봄 야생화가 유명한 그 섬으로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 풍도 ⓒ 민종덕
경기도 성남지역의 '까치사진동아리'에서는 3월 15일 일요일 당일치기로 풍도를 다녀오기 로 했다. 정기선으로는 당일치기가 불가능해 11인승 배를 빌려서 가기로 했다. 우리는 배를 타기 위해 새벽 5시에 충남 태안의 도비도항으로 향했다. 아침 7시 10분에 도비도항에서 배를 타고 약 20분가량 가면 풍도에 도착한다.
풍도에 도착하니 사진을 찍기 위해서 몰려든 사람들로 섬 전체 붐빌 정도다. 섬 전체가 50가구 미만인 조용한 섬에 이른 봄에 한바탕 난리를 치르는 것 같다. 섬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야생화가 있는 산으로 올라갔다. 산에 오르니 과연 듣던대로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복수초는 이미 노란색 반란을 일으키며 그 절정에 다다랐다. 이어 변산바람꽃, 노루귀꽃들이 봄을 향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은 이 발아래 피어있는 꽃들을 담기 위해 여념이 없다.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는 키가 작다. 꽃을 보기 위해서는 자세를 낮춰야 한다. 꽃과 눈 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엎드려야만 한다.
▲ 야생화 촬영에 열중하는 사진인들 ⓒ 민종덕
상대가 낮을수록 자세를 낮춰야한다는 겸양을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가르쳐주고 있다. 아래에 있다고 지나치거나 무시해서는 그들을 볼 수가 없다.
▲ 복수초복수초의 반란은 절정에 다달았다. ⓒ 민종덕
이른 봄 눈 속에서 피어오르는 복수초의 소식을 듣지 못한다면 그만큼 봄 소식이 늦어질 것이다. 복수초는 이미 절정에 다다라 이제 서서히 자신의 자리를 다른 꽃들한테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 변산바람꽃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 ⓒ 민종덕
▲ 변산바람꽃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 ⓒ 민종덕
변산바람꽃도 한창이다. 낮은 산 습지에서 자라는 변산바람꽃잎은 부는 바람에 가늘게 떨리고 있다. 그러나 꽃잎이 떨릴지라도 꽃대는 결코 꺾이지 않을 것이다. 부는 바람에 대응하기 위해 자신을 낮춰 꽃을 피우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 노루귀이른 봄에 피는 꽃 ⓒ 민종덕
▲ 노루귀무리지어 피어있다. ⓒ 민종덕
노루귀 역시 가녀린 모습으로 피는 것처럼 보여도 이 봄을 견디고 마침내 봄을 일깨우기 위해서 그들도 나름대로 가녀린 몸집과 낮은 자세로 버티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이들 낮은 꽃들의 잔치에 이어 온갖 싹들이 틀 것이고 줄기가 솟고 잎이 무성해 질 것이다.
하기야 벌써 남녘에서는 매화며 산수유가 북상하고 있다고 하니 순식간에 이 산천은 꽃천지가 되겠다. 감당할 수 없을 그 꽃들의 반란에 취해 또 한 세상을 살아간들 어떠리.
▲ 우리를 실어다 준 배. 파도가 높아 물이 넘쳐들어온다 ⓒ 민종덕
"살아서 돌아왔으니 열심히 사세요."
그렇다 지난 겨울 죽지않고 살아 남았으니 열심히 살아야겠다. 봄이다! 새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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