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글이 더 불편하다
대전 유성구 송강동 전안원 농장에 있는 '비문'을 읽으며
▲ 배려와 용기를 느낄 수 있는 글을 만나고 싶다. ⓒ 한미숙
집에서 보덕산이 가깝다. 그 산을 오르는 길에는 '전안원 농장'이 있다. 산으로 가려면 길이 여러 갈래 있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를 빠져나와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전안원 농장을 거쳐서 가는 길이다.
가파른 전안원 농장 언덕배기를 올라 한 숨을 고를라치면 고층아파트단지가 어른 눈높이로 맞춰진다. 근데 그곳에 오를 때마다 돌에 새겨진 글이 맘 한구석을 긁는다. 특히 요즘처럼 사교육에 경쟁이 붙어 너나없이 아이들 교육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더 하다.
"남보다 한발 앞서 시작하면 그만큼 유리하고 같은 장소로 가려면 한발 앞서 가는 것이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다. 이 말은 앞서가면 남을 제어하고 늦게 가면 남에게 제어 당한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산을 오르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씩은 읽어봤을 글. 읽을수록 남보다 빨리 앞서서 상대방을 억눌러 제 마음대로 다루거나 통제하고 조종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이 글을 아이와 같이 읽으면서 어쩌면 은근히 아이의 경쟁심을 유도했던 어른도 있지 않았을까싶다. 내 아이가 남에게 '제어(制御)'당하면 안 될 터이므로.
이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희망과 용기를 얻기보다는 왠지 남보다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들게 한다. 관용과 배려도 없고 오직 경쟁만 느껴진다. 내가 먼저, 네게 먼저 보다 '함께' 가면 더 좋은 협동의 글은 없었을까? 한 가지 기준만을 내세워 줄맞추기를 하는 일방적인 교육현실에서, 서로 협동하여 이뤄내는 교육이 학습과 인성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외면하는 것 같다.
비문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불편한 까닭이다.
덧붙이는 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