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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나면 변덕스런 봄하늘 올려다보는 부모님

[포토] 자식만큼 애지중지, 그게 고추모 농사!!

등록|2009.03.17 15:45 수정|2009.03.17 15:45
지난 설날 연휴의 마지막날,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놓인 아랫밭 하우스에 아버지는 고추씨를 뿌렸습니다. 그 고추씨가 어느덧 손가락만큼 자라났습니다.

그런데 두더지를 피해 모판에 뿌린 고추씨가 잘 자라지 않아 아버지는 가뜩이나 농사짓기도 힘들고 이래저래 걱정도 많은데 내내 애를 태워야 했습니다. 따듯했다 갑자기 추워졌다 예년보다 더욱 변덕스런 봄날씨 때문에 고추모를 키우기가 쉽지가 않다고 합니다.

▲ 고추모를 심어둔 비닐하우스 ⓒ 이장연




아침에 아랫밭 하우스에 나가 솜을 걷어내고 속비닐 속 고추모를 살피고 해가 질 무렵 다시 솜을 덮어주길 한 달 동안 빠짐없이 해온 뒤, 3월 첫째주 며칠 동안 부모님은 작은 고추모를 플라스틱 포트에 하나하나 옮겨 심었습니다.

아침에 싸간 도시락으로 밭에서 점심을 해결해가면서 말입니다. 고추모가 너무 연약하고 작아 사람을 사서 일을 할 수도 없어, 부모님은 작은 라디오를 벗삼아 일하며 밭에서 하루 온종일을 보냈습니다.

▲ 아랫밭 비닐하우스에 씨를 뿌렸다가 손가락만큼 자란 고추모를 플라스틱 포트에 옮겨심었다. ⓒ 이장연




그렇게 공들여 옮겨 심은 고추모를 하우스 양쪽에 나눠 늘어놓고, 또 다시 속비닐과 솜을 아침 저녁으로 열었다 덮었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날이 너무 따듯해 고추모가 타버릴까 차광망까지 날씨를 봐가며 씌웠다 벗겼다를 하고 계십니다.

그러다보니 부모님은 틈만 나면 변덕스런 봄하늘을 올려다보십니다. 일기예보에 민감한 농부들이 그렇듯이 부모님도 황사로 답답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비닐을 벗겨야 할지 차광망을 씌워야 할지 하루에도 몇 번씩 걱정하십니다.

땅 파 버는 것은 쥐꼬리만큼도 없는데 끊임없이 치솟는 땅값(세금), 비료값(빚)과 수년간 제대로 된 지원도 대책도 없는 농업정책 그리고 그린벨트까지 해제해 얼마 남지 않은 논밭마저 빼앗겠다는 무서운 세상 속에서, 농사를 짓는 것 자체가 고행인데 부모님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흙에 손을 묻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식만큼 애지중지한 고추모 농사가 올해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 하늘을 올려다보며 농사짓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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