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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황사... 한번 오면 오래 머문다

강도 낮은 황사였으면서 한 도시에 이틀 가량 머물러... 본격 황사철 접어들어

등록|2009.03.18 17:58 수정|2009.03.18 17:58
예년 같으면 첫 황사가 오기도 전에 세 번째 황사가 내습했다. 예년보다 더 빨리 찾아온 황사는 잔인한 4월을 예감하게 한다. 최악의 황사가 찾아왔던 2002년에도 첫 황사가 3월 20일에 찾아왔다. 이번 황사의 강도는 경보까지 내렸던 전번 황사에 비해 강도는 약했지만 이번 황사에는 무서운 것이 있다. 바로 기류 변화로 인해 황사의 한반도 체류시간이 길어져 실질적인 피해를 더 키웠다는 점이다.

보통 황사가 한 지역에 머무는 시간은 12시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황사의 특이점은 황사가 기존의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은 것은 물론 한 지역에 40시간 가량 체류했다는 점이다.

서울 지역 최근 먼지 농도 관측도서울을 보면 16일 수치가 100을 넘어선 후 17일 자정까지 이틀동안 먼지가 서울에 머문 것을 볼 수 있다 ⓒ 기상청


이번 황사가 가장 먼저 감지된 곳은 백령도였다. 16일 새벽에 관측된 황사는 조금 진정되는 것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다음에 황사가 나타난 곳은 속초 등 동북쪽이었다. 그런데 16일 정도 들어서는 경북 등에서 황사가 나타났다. 또 전라도 등에서도 황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에는 16일 오전에 100㎍/㎥을 넘기 시작해 17일 오전 8시에 819㎍/㎥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17일 밤 늦게 수치가 떨어졌다.

이번 황사의 특성은 역 S자형의 괴상한 형태였다는 것이다. 황사주의보인 200㎍/㎥을 기점으로 봤을 때 황사 발생 순서는 이전과 달리 순차적이지 않고 특이하게 나타난다. 주요 관측점의 황사 발생 순서를 보면 백령도(15일 24시), 속초(16일 3시), 춘천(16일 13시), 군산(17일 13시), 추풍령(16일 14시), 천안(16일 15시), 수원(16일 16시), 서울(16일 19시), 안면도(16일 21시), 울산(17일 12시), 강화(17일 7시)의 순이다.

즉 이번 황사는 백령도를 지나 북한쪽을 경유한 후 속초로 내려와서 중부를 관통하고 다시 북상해서 서울에 피해를 준 이상한 사례다. 과거라면 백령도를 기점으로 시작해 강화나 서울에 영향을 준 후, 충청 강원 전라 경상도의 순으로 피해를 주었지만 이번에는 카오스에 가까울 정도로 기류 변화가 심했다.

이런 기류 변화는 완만하게 진행되어 황사 체공시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이번 황사는 마치 게릴라처럼 수시로 도시마다 불현듯 나타났다. 100㎍/㎥ 이상으로 봤을 때 서울의 황사 체류시간은 16일 오전 6시에 107㎍/㎥을 넘어섰고, 17일 밤 24시에 100㎍/㎥아래로 떨어졌다. 누적시간으로 한다면 42시간 정도다. 황사 주의보인 200㎍/㎥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16일 19시부터 17일 21시까지로 26시간에 달했다.

대구의 경우 16일 정오 100㎍/㎥을 넘은 후 16일 오후에는 200㎍/㎥을 넘었다. 이후 16일 자정에 288㎍/㎥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이후 하강곡선을 거듭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17일 정오경 170㎍/㎥ 정도로 수치가 떨어지다가 이후에는 다시 200㎍/㎥이 넘어섰고, 17일 24시에 100㎍/㎥대로 떨어졌고, 18일 4시에 100㎍/㎥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한국 관측한 먼지 농도16일부터는 동시다발로 전국에 나타나서 하루 이상 시민들을 괴롭혔다 ⓒ 조창완


최근 공기중 먼지 집계를 봤을 때도 이런 현상은 뚜렷해진다. 이 도표를 봤을 때 먼지 수치가 16일 3시경에 전국적으로 100㎍/㎥을 넘은 후 17일 22시경에 100㎍/㎥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봤을 때 전체적인 체류 시간은 43시간에 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황사의 한반도 체공시간은 하루 정도다. 물론 경우에 따라 3일 정도까지 머무는 정도도 있지만 이런 황사는 아주 강한 황사때다.

이번 황사는 강도가 경보급(800㎍/㎥)에 미치긴 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치일 때 30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도에 비해 한반도 체류시간이 상당히 길었음을 알 수 있다. 보통 한나절 동안 머물던 황사가 이번에만 하루을 넘어 이틀을 지속하는 것은 황사를 몰고온 편서풍의 세력이 급속하게 약화된 측면도 있지만, 한반도 상공의 기류변화가 급속히 변한 것도 한 이유다.

지나가는 황사의 경우 예보도 가능하지만 황사가 하루를 넘어갈 경우 생활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에 심각성은 더 크다. 상식적으로 말한다면 800㎍/㎥의 먼지대에서 한 시간 머무는 것과 200㎍/㎥에서 4시간 머무는 것은 같은 영향을 발생시킨다. 문제는 800㎍/㎥대에서는 너무 강해서 대비하는 이들이 많은 반면에, 200㎍/㎥대에서는 황사를 느끼는 이들이 적어서 황사에 대한 대비에 소홀할 수 있는 차이도 있다.

그럼 앞으로 다가올 황사는 어떨까. 지난 겨울부터 계속된 중국 황사 근원지의 상태는 상당히 나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네이멍구 파단지린 사막이나 쿠푸치, 마오우쑤, 훈찬타커 사막에는 3월초에 약간의 강수가 있었다. 이 강수는 당장의 황사를 막아줄 수 있는 좋은 영향 요소였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 대부분의 1일 최고기온이 10도를 넘어가 눈들은 녹은 상태다. 네이멍구 중부도시인 후허하오터의 마옌페이씨나 동부도시인 츠펑의 리야전씨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지역의 눈이 모두 녹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런 상태에서 평년처럼 강한 편서풍이 분다면 강한 황사는 불이 보듯 뻔하다. 다만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강풍이 덜한 편이라 초대형 황사는 오지 않는다. 하지만 3월부터 5월초까지는 강한 편서풍이 부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상태에서 강한 바람이 분다면 2002년 대황사에 버금가는 초대형 황사는 물론이고 올 봄 내내 황사에 시달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커간다.

중국 최근 한달강 강수량얕은 연두색 지역이 1~10미리 강수량 지역이다. 황사 근원지들에도 5미리 전후의 강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눈이 녹은 상태다 ⓒ 중국기상대


최근 20일간 중국 최고기온최근 20일 최고기온이 노란색은 10~15도, 복숭아색은 15~20도인데 황사 근원지 대부분은 10~20도까지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 ⓒ 중국기상대


보통 황사 근원지인 네이멍구 지역은 가장 늦게는 3월 중순까지 비나 눈이 내릴 가능성이 많은데 올해는 이미 이 시기도 지나가고 있어 새로운 황사 구세주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올해는 2005년이나 2006년에 버금가는 지독한 황사를 만날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반면에 따뜻한 겨울과 빨리 찾아온 봄으로 인해 황사 근원지에 풀들이 빨리 돋아나고, 방풍림들이 움을 틔우는 시간이 당겨져 상대적으로 좀 이른 5월1일을 전후해서 황사가 끝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이래저래 불안한 한 해다. 현재 황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근원지의 상태가 나쁘다. 또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한국에 머문 황사처럼 다양한 기류 변화로 인한 황사의 체류시간이 길어질 경우에도 문제는 심각해진다.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지난해처럼 이 시간에 강하게 부는 바람의 강도가 약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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