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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드리는 고기쌈, 맛있죠?"

대학교 재학 중인 24살 젊은 사장, 일주일에 한번씩 어르신 점심대접

등록|2009.03.18 18:42 수정|2009.03.18 18:42

▲ 대학교 재학중인 젊은 사장이 일주일에 한번씩 어르신 점심을 대접하는 선행을 베풀고 있다. ⓒ 엄아현




"아이고, 젊은이 그만 가지고 와도 돼. 이러다 가게 고기 동나겠네."
"어르신, 그런 걱정 마시고 실컷 드세요. 남는 고기는 포장해 드릴게요."

먹음직스러운 삼겹살이 한가득 담긴 접시가 주방에서 연신 나온다. 구워지는 동안 행여 어르신들이 고기를 드시지 못할까 접시가 채 비워지기도 전에 이미 주방에서는 삼겹살이 또 썰어져 나온다. 후한 고기 인심은 받는 이뿐만 아니라 보는 이마저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젊은이가 너무 기특해. 내 손주뻘도 안돼 보이는데 이렇게 베풀 줄도 알고…. 이 집에 오면 배도 부른데, 마음이 더 든든해지는 것 같아."

정옥선(74) 어르신이 칭찬하는 젊은이는 다름 아닌 경남 양산시 물금읍 범어택지에 있는 '대뽈'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종규(24) 사장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있는 김 사장은 음식점 사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다 못해 앳되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도 그럴것이 김 사장은 현재 양산대학 호텔조리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아버지의 권유로 어릴 적부터 음식점 운영의 꿈을 키워왔던 터라,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꿈을 이루고 싶어 일찍 요식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한다.

김 사장은 이미 부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 사장이다. 2004년 연구 끝에 인삼 삼겹살을 개발해 특허출원과 동시에 삼겹살 가게를 운영해 왔고,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일도 이미 그때부터 꾸준히 해 온 것이다.

하지만 고향이자 초ㆍ중ㆍ고ㆍ대학까지 다닌 이곳 양산에서 하는 봉사는 좀 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김 사장은 "꼬맹이 시절부터 뵙던 어르신들이라서 정말 손자같은 심정으로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있을 뿐"이라며 "그저 손자집에 와서 밥먹고 간다 생각하시고 부담없이 오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씩 돌아가며 물금지역 24개 마을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식사대접을 하는 것은 그리 녹녹지 만은 않은 일이다. 그것도 30~40여 명 어르신들이 실컷 드실 정도의 삼겹살을 제공한다는 것은 정성과 시간 뿐 아니라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그래서 주위에서 한달에 한번을 권유했지만 김 사장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고.

대동마을 김상준 이장에게 너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했더니 "'24개 마을 어르신들을 돌아가면서 모시는데 한달에 한번이면 각 마을 어르신들을 2년에 한번씩 밖에 모시지 못한다'며 일주일에 한번을 고집했다"며 "젊은 친구의 선행이 너무 고맙고, 이같은 좋은 일이 많이 알려져서 음식점이 번창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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