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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5일 식목일은 너무 늦어, 한 달은 앞당겨야

<사진> 봄이 먼저 달려온 종로5가 꽃시장 풍경

등록|2009.03.20 13:37 수정|2009.03.20 13:37


▲ 서울 종로5가 꽃시장 풍경 ⓒ 이승철




멀리 남쪽에서는 꽃소식이 한창이지만 서울은 이제 겨우 산수유 노란 꽃잎이 조금씩 피어나고 있을 뿐이다. 봄소식이 늦게 오는 서울이지만 봄 아가씨가 웃음꽃 활짝 피우고 제일 먼저 달려오는 곳이 있다. 종로5가 길거리 꽃시장이다.

서울 종로5가 지하철역에서 내려 동대문 방향 오른편 길로 나서면 별천지가 펼쳐진다. 이 거리에 들어서면 남쪽나라의 꽃소식은 아무것도 아니다. 길 양쪽으로 빼곡하게 늘어선 나무 묘목이며 수많은 각종 꽃 화분들이 화려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이 거리는 이미 봄이 한창인 것이다.

빨강, 노랑, 연분홍, 가지각색으로 피어난 예쁜 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이곳을 찾은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미소를 보내고 있어서 싱그러움과 화사함이 넘쳐난다. 이 거리를 찾은 사람들이야 으레 꽃이나 묘목을 사러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우연히 지나치던 사람들도 화분 하나 사지 않고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곳이 바로 이 거리다.

▲ 묘목을 고르는 사람들 ⓒ 이승철



▲ 작은 야생화 화분들 ⓒ 이승철



▲ 빨강, 노랑, 하얀꽃 ⓒ 이승철




"봄이 되었응게 이쁜 화분 하나 사다 놀라고 왔지라."
작고 예쁜 화분들을 만지작거리며 고르는 할머니에게 꽃 사러 오셨느냐고 물으니 역시 그렇다고 한다. 묘목을 고르고 있는 노인도 보인다. 그런데 이 거리를 찾은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노인들이거나 장년층이다.

"4월5일 식목일은 너무 늦다카이, 요즘은 계절이 빨라져서 나무는 3월 초에 심는기  알맞은기라."
식목일을 기억하느냐고 물으니 노인이 하는 말이다. 효창동에 산다는 노인은 마당가에 심을 감나무 묘목 두 그루를 들어 보이며 4월5일 식목일은 너무 늦다고 한다.

"인자 식목일을 4월5일이 아니라 3월 5일로 해야 맞는기라"
묘목을 사들고 돌아가는 노인은 알맞은 식목일 날짜까지 지정해주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간다. 어떤 중년 남자는 난초를 열심히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고르고 있는 난초들은 오종종하게 못 생긴 난초들이다.

▲ 곱게 피어난 노란 수선화 ⓒ 이승철



▲ 묘목을 고르는 할머니들 ⓒ 이승철



▲ 화사한 모습으로 피어난 꽃들 ⓒ 이승철




왜 잎이 쭉쭉 뻗은 멋진 난초를 사지 않고 못생긴 난초를 고르느냐고 물으니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 그 못생긴 난초들 중에 명품 난초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명품 난초처럼 보이는 것은 없고 그의 말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주 작고 많은 화분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에는 역시 화분마다 작은 꽃 한두 송이가 피어있는 모습이 앙증스럽다. 야생화들이라고 한다. 요즘은 이런 야생화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 상인의 귀띔이었다.

한창 피어나는 노란 수선화며 작은 꽃을 피우고 있는 철 이른 장미꽃들도 참 예쁘고 귀여운 모습이다. 빨강, 노랑 화려한 색깔로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는 선인장들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 난초들도 활짝 꽃을 피우고 ⓒ 이승철



▲ 꽃보다 더 화려한 선인장 ⓒ 이승철



▲ 철 이른 장미꽃 ⓒ 이승철




서울에서 봄이 제일 먼저 찾아온 거리. 종로 5가 나무와 꽃 시장 거리에는 봄맞이 나온 시민들과 나무와 꽃을 사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꽃 사시오, 꽃을 사, 사랑 사랑의 꽃을 사시오~~"
근처 옷가게에서 울려 나오는 가수 김세레나의 꽃 타령이 예쁘게 피어난 꽃들과 어우러져 포근한 날씨에 봄을 재촉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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