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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장 용퇴할 의사 없는가?"... "전혀 없다"

YTN 소액주주들, 20일 주총서 구본홍 사장 집중성토

등록|2009.03.20 18:36 수정|2009.03.23 10:24

▲ 남산 N타워운영팀장(가운데 얼굴 보이는 이)이 외부 취재를 불허하고 카메라 반입도 금지시키려 하자 YTN 조합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 구본홍 YTN 사장이 주주총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지난 2008년 7월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3층에서 열린 주총 당시 아비규환은 아니었다. 용역들이 동원되어 소액 주주들의 진입을 원천봉쇄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소액 주주들도 절차를 밟아 주총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20일 오전 10시 남산 N타워에서 열린 YTN 16기 주주총회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소액 주주들인 YTN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아침 8시 로비에 모인 뒤 관광버스 세 대를 이용해 남산 N타워로 이동했다. 이들은 주주 확인 작업을 거친 뒤 주총장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타워운영팀장 및 타워 관리직원들이 이들의 피켓을 빼앗거나 사진기 반입을 금지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서로 거친 언쟁을 벌였다. 타워운영팀 관계자들은 외부 취재진의 취재도 막으려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주주총회. 맨 앞 두 줄에 한전KDN, KT&G, 미래에셋생명보험, 한국마사회 등 대주주사 관계자들 10여명이 앉았고 그 뒤로부터는 소액주주인 YTN 노동조합 조합원들 100여명이 자리했다. YTN 노조는 오는 23일 새벽 5시 총파업을 예고해 둔 상태이며 이날 하루 일시 파업을 벌였다.

이날 주총 주요 안건은 ▲ 제16기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및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 승인 ▲ 정관 일부 변경 ▲ 이사 선임의 건 ▲ 이사 보수한도 승인 ▲ 감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었다.

10시를 조금 넘겨 구본홍 사장이 입장하자 소액 주주자들은 박수 대신 야유를 보냈다. 구 사장이 의장으로 소개받고 의장석에 서자 소액 주주들의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비상 경영회의를 호텔에서 수천만원 들이면서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오히려 간부 자리를 늘리고 조직을 확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
"YTN 돈으로 사장 개인의 와이셔츠를 구매해도 되는건가?"
"사장 모교인 고려대학교에만 광고비 400만원을 집행한 이유가 뭔가?"
"해·정직자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가?"

▲ 구본홍 사장이 YTN 소액주주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한 주주는 "지난 15기에 비해 회의비 항목이 10배나 더 지출한 것"에 대해 따져 물었다. 구 사장과 YTN 사측은 "주주총회 관련 비용이 8000만원 이상 지출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주주들이 그 이유를 계속 따져묻자 사측 관계자는 "지난 주총에서 추가적으로 용역 사원들을 채용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주총 진행 과정에서 답변을 하려는 김백 경영기획실장이 마이크 앞에 나와 다소 감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이자 소액 주주들이 반발하고, 일부 대주주 회사 관련자가 소액 주주들을 향해 '항의의 눈초리'를 보내는 등 주총장에는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주총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YTN 소액주주인 이모(관악구 거주)씨는 발언기회를 얻은 뒤 구 사장에게 "용퇴할 의사가 없는가?"라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으며 일부 소액주주들은 박수를 치며 "사퇴하세요"라고 외쳤다. 하지만 구 사장은 "합법적 절차를 통해 선임된 만큼 사퇴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표결 과정에서도 소액 주주들의 불평이 나왔다. 안건이 대주주 거수 중심으로 이뤄지자 "이러려면 뭐하러 주주총회를 하나. 차라리 대주주 5명만 데리고 다른 곳에 가서 하는 게 낫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 '안건 연기' 요청이 무산되자 소액주주들이 집단 퇴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 소액 주주들인 YTN 조합원들이 집단 퇴장해 썰렁한 가운데 구본홍 주총 의장이 일부 대주주들과 주총을 진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팽팽한 긴장감은 결국 '이사 선임' 안건을 다룰 때 극에 달했다. 새 이사로 선임 예정인 배석규 YTN 전무, 김사모 YTN 경영담당상무 등 두 명 사내이사에 대한 '자질'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

소액 주주들은 배 전무에 대해서는 "YTN 미디어 시절 경영능력 문제"를 지적했고 김 상무에 대해서는 "일부 조합원들을 CCTV 훼손 범죄자로 모는 행위를 저지르는 등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론을 펼쳤다. 사외이사 중에서도 구 사장이 나온 경남고 출신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소액 주주들은 "안건 연기"를 요청했고 구 사장이 이 요청을 받아들여 표결에 부쳤으나 결국 대주주들이 "연기 반대"에 손을 드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처리되고 말았다.

조합원들은 "대주주들의 양심을 믿는다" "대주주들 기권이라도 해 달라" "상식을 갖고 YTN을 지켜달라"고 외쳤지만 대주주들은 다시 거수로 "이사 선임 안건"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대주주 3~4명만 손을 들어도 안건은 쉽게 가결될 수 있다.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지금 이 자리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조합원들에게 퇴장을 명했고 조합원들은 고함과 야유를 보내며 퇴장했다.

소액 주주들이 퇴장한 뒤 구 사장은 남은 안건을 손쉽게 처리했으며 주총은 그로부터 5분도 안 돼 끝났다.

조합원들은 밖으로 나가 구호를 외치며 대주주들과 회사 임원들을 기다렸지만 이들은 조합원들을 피해 다른 길로 빠져나갔다.

조합원들은 오후 4시 현재 YTN 로비에 다시 모여 '파업 결의대회'을 열고 있다. 한편 YTN 노사 양측은 임금협상 결렬 및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실패로 인해 오는 2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주말과 휴일 사이에 새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총파업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주총장에서 퇴장한 조합원들이 남산 N타워 앞에서 '구 OUT'이라는 문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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