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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얼굴 빼닮은 '간재미', 찡그리니 무서워

시흥 앞바다, 봄이 되니 '주꾸미' '간재미'는 스스로 돌아오고

등록|2009.03.21 16:36 수정|2009.03.22 11:05

▲ 간재미 그물에 잡혀 올라온 청소년(?) 꽃게 입니다. 이놈은 모델로 쓸려고 조심스럽게 그물에서 떼어내는데 기자의 손가락을 줄기차게도 물더군요. 뱃전에 올려놓으니 화가 난듯 두 집게발을 활짝편채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뒤로 보이는 섬이 '팔미도'입니다. 모델이 되어준 꽃게는 그 모델료로 다시 풀려나는 소중한 댓가를 받기도 했답니다. ⓒ 추광규


날씨가 요 며칠 사이에 겨울을 털어내고 봄으로 성큼 다가섰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에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가 가벼운 옷차림에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계절의 변화는 신기하기만 합니다.

바다에도 봄이 오는 것 같습니다. 바닷가에만 서도 살을 에는 듯한 바람에 몸서리 치던 게 바로 며칠 전인데 21일 아침 새벽 부둣가 바람에는 따스한 기운이 스며 있어 그렇게 춥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강태공들은 때 이른 우럭낚시 출조에 마음이 설레는 듯 나누는 목소리가 선창가를 떠들썩 하게 하고 있습니다. 배를 기다리다 말고 바다낚시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보았습니다.

"아직 우럭 때가 아니어서 별로 잡히지 않을 것 같은데요"
"고기가 없나요?"
"그런 것은 아닌데요..."

실망하는 눈초리로 제가 건넨 말에 답하는 조사들에게 한 수 전수해 줄 수밖에요. 제가 십수년간 우럭낚시에서 돈 깨지고 몸고생 하면서 겪은 경험담을 말입니다. 저도 한동안 우럭낚시에 푹 빠져 있을 때는 겨우내 기다리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기 안 나온다며 선장이 출조를 말리는데도 겨울 추위가 고스란히 남아 있고, 심지어 뱃전에 얼음이 낀 추운 날씨인 3월 1일에도 출조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몰황' 조과였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전라남도 쪽은 겨울에도 우럭이 낚시로 잡히는 데 반해 충남 이북 쪽은 1~4월까지는 거의 잡히지 않더군요.

"그럼요. 2월 이맘때가 가장 수온이 차가울 때입니다. 오늘 출조 나가시더라도 크게 기대는 하지 말고 나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바다 수온은 2월이 가장 낮기 때문에 고기들도 거의 먹이 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아마 이달은 지나고 4월 중순경은 되어야 그나마 우럭 손맛 좀 보실겁니다."
"..."

▲ 시화 방조제 중간선착장에는 작년에는 못보았는데 이곳에서도 우럭출조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우럭 낚시에 나선 출조객들이 하나둘씩 새벽어둠을 뚫고 도착하고 있습니다. ⓒ 추광규


시흥 앞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이기관 선장 내외

철 이른 우럭낚시에 나선 조사님들의 실망스런 눈길을 뒤로하고 부둣가에서 기다린 지 10여 분만에 드디어 오늘 조업을 나가시는 이기관(53) 이순연(48) 선장 내외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작년 가을 전어철에 고기 잡는걸 따라 나선 지 5개월여만 입니다.

오늘 잡아올 어종은 '간재미'와 '주꾸미'입니다. 주꾸미는 제철을 맞아 몸값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20일 경매가격이 kg당 2만원 이었다고 하니 상당히 고가 인셈입니다. 소매가는 3만원을 넘지 않을까 합니다.

간재미는 이와 반해 가격이 상당히 낮습니다. 어제 경매가가 kg당 5천원이었다고 합니다. 주꾸미는 중간씨알로 9마리 정도가 1kg가 되고 간재미는 조금 크면 1kg 나간다고 합니다.

간재미는 폭 2m 남짓 되는 그물을 바다 바닥에 깔아놓고 지나던 간재미가 그물에 걸려드는 것이고 주꾸미는 줄에 소라껍질을 매달아 이를 바다 바닥에 깔아놓으면 자기 집인줄 착각한 주꾸미가 들어있다 걸려 올라오는 것입니다.

▲ 팔미도 해상에 동이 터오르고 있습니다. ⓒ 추광규


▲ 팔미도 인근해상에서 조업준비중인 이기관 선장 내외 ⓒ 추광규


▲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간재미 ⓒ 추광규


▲ 간재미는 사람 얼굴을 빼닮은것 같습니다. 주둥이가 뽀족한게 숫놈입니다. ⓒ 추광규


'팔미도'인근 해상에서 '주꾸미', '간재미'조업

배는(오이도2호) 1톤 내외로 작은배 입니다만, 제 몸짓만한 선외기를 달아 놓아 속도가 무척이나 빠릅니다. 7시경 시화방조제 중간선착장을 출발했는데 불과 20여 분만에 어장에 당도 했답니다.

오늘 조업하는 어장은 인천항 코앞에 있는 팔미도 해상입니다. 팔미도는 옅은 해무에 가려서 가물가물하게 보입니다. 조금 멀리는 인천대교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어장에 당도하자 첫 작업은 사흘 전 뿌려놓은 간재미 그물을 걷어 올렸답니다. 폭 2m 남짓의 그물입니다. 길이는 250m 정도 나갑니다. 20여분 조심스럽게 걷어 올리는 그물에는 작년 봄이나 가을과는 달리 그리 많은 고기가 걸려 있지는 않았습니다.

첫 번째 그물에서는 열대여섯 마리 정도의 간재미가 그리고 두번째 그물에서는 고작 세 마리 그리고 세 번째 그물에 가서야 스무 마리 정도의 간재미가 잡혔을 뿐입니다. 심하게 엉켜 있는 간재미를 한 마리씩 떼내어 물칸에 집어 넣으니 시간은 9시를 지나갑니다.

다음은 주꾸미 조업입니다. 어장을 옮겨 송도 신도시 인근의 LNG 기지쪽 입니다. LNG 기지에는 가스를 싣고온 배가 접안한 채 관을 통해 가스 하역작업이 한참인 듯합니다.

주꾸미는 소라껍질을 이용해 잡는데 보통은 담궈 놓은지 4~5일 정도는 지나야 하는데 오늘은 주문받은 양 때문에 이틀전 건져올렸던 소라껍질을 또 다시 때이르게 봐야 하기 때문에 그 양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선장의 말이었습니다.

소라껍질은 한쪽에 구멍을 뚫어 줄에 묶은 후 길게 바다 바닥에 늘어 뜨려 놓는겁니다. 이 선장이 바다에 뿌려놓은 소라껍질이 2만개 가량이라고 합니다. 소라껍질은 국내산만으로는 충당이 안돼 세계 온갖 곳에서 수입을 해온다고 합니다.

북한, 중국은 물론 심지어 칠레에서도 들여온다고 하니 그 양이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소라껍질은 한개당 550원 나간다고 하니 2만 개면 소라껍질만 천만 원이 넘는 셈입니다.

첫 번째 줄에서는 드문드문 주꾸미가 들어 있습니다. 바닥이 뻘인 탓에 뻘이 가득 들어 있는 소라껍질들이 많습니다. 들어 가라는 주꾸미 대신에 자리를 틀고 있는 또 다른 불청객도 제법 많습니다.

바로 불가사리입니다. 이제까지는 불가사리가 소라껍데기를 은신처로 사용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이날 잡은 주꾸미 보다 더 많은 불가사리가 들어있는 걸 보니 우연하게 들어간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이 선장의 눈초리가 매섭게 빛이 납니다. 권선기를 통해 올라오는 소라껍질을 하나씩 들여다 보면서 곧 바로 빈 껍질은 바다로 집어 넣습니다. 배가 계속해서 움직이는 가운데 줄지어 올라오는 소라껍질에 주꾸미가 들어있는지를 확인한 후 곧 바로 바다에 넣어야 하기에 상당히 빠른 손놀림이 필요합니다.

▲ 주꾸미가 소라껍질에 들어있는채 배 위로 끌어 올려지고 있습니다. 주꾸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것 같습니다. "어..어.. 집이 왜 이렇게 심하게 흔들리지?"라고 말입니다. ⓒ 추광규


▲ 주꾸미는 자신의 집에서 강제로 끌려 나와야만 했습니다. 주꾸미는 그랬을것 같습니다. "왜! 내집에서 강제로 내쫒는거야. 내집 돌리도!" ⓒ 추광규


▲ 물통에 담긴 주꾸미. 놀란듯 먹물을 내품으면서 요란스럽습니다. "어! 여기 도대체 어디야....!!!" ⓒ 추광규


지켜보는 제 눈이 어지러울 정도 입니다. 주꾸미가 들어있는 걸 확인하면 곧 바로 쇠스랑처럼 생긴 갈퀴를 사용해 소라껍질 속에 단단히 자리잡은 주꾸미를 잽싸게 끄집어 냅니다. 어느새 한 마리 한 마리 쌓이니 그 양이 제법됩니다. 두시간여 작업하다 보니 얼추 5kg 남짓이 넘는 것 같습니다.

이 선장은 오늘은 여기까지라면서 조업을 마쳤답니다. 시간은 이제 열한 시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 선장은 배를 빠르게 몰아 중간선착장으로 향했답니다. 남편 이 선장의 오늘 하루 일과는 이걸로 마치지만 부인 이순연씨의 일은 이제부터라고 합니다.

부인 이씨는 가격을 제대로 받기 위해 시흥시 오이도 선착장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오늘 잡은 고기를 직접 썰어서 팔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재미 큰 것은 만오천원 작은 것은 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합니다. 물론 말을 잘하면 9천원에도 팔기도 하고 말입니다.

물론 오늘 잡은 고기를 바로 팔기 때문에 그 싱싱함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내려 30-2번 버스로 갈아 타면 15분이면 닿게 되는 오이도 선착장이랍니다.

선착장에서 '오이도 2호' 팻말을 찾으면 사진속의 그 간재미를 먹을 수가 있는 것 입니다. 만원 한장에 푸짐하고 싱싱한 간재미 회에 바닷바람을 쐰다면 그 이상 좋은 주말나들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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