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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부길 이어 'MB 친구' 천신일, 그의 역할은?

[박연차 리스트 파문] 이종찬 전 수석 등과 대책회의 의혹... 박 회장의 로비창구?

등록|2009.03.23 14:35 수정|2009.03.23 14:35

▲ 2008년 5월 28일, 중국을 국빈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숙소인 조어대에서 조찬 간담회에 앞서 천신일 세중관광 회장(오른쪽) 등 수행 경제인들과 악수하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검찰이 여야를 넘나들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MB친구' 혹은 'MB복심'으로 불려온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역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천 회장이 이명박 정권의 첫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이종찬 윈앤윈 대표변호사 등과 '박연차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박 회장이 그를 현 정권의 로비창구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

23일 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종찬 변호사와 천 회장,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모처에 모였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검찰고발로 이어질 경우 정·관계 로비의혹이 터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박 회장 쪽에서 'MB의 남자'로 통하는 천신일 회장을 통해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구명운동을 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MB와 '고려대 61회' 멤버인 천신일 회장... 현 정권의 '보이지 않는 실세'

'박연차 대책회의' 참석자들은 박 회장과 가까운 인사들이다. 부산대 출신인 김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을 빼면 모두 '고려대 인맥'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창인 천 회장은 'MB의 복심'으로 불릴 정도로 현 정권의 숨은 실세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고려대 '61회'(61학번 동기모임) 멤버다. 이와 함께 그는 현재 고려대 교우회 회장과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대한레슬링협회 부회장이다.  

천 회장과 가까운 재계의 한 인사는 "천 회장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마당발 중 한 명"이라며 "그의 발길이 안 닿은 곳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평했다. 이 인사는 "박 회장과 천 회장은 수십 년간 서로 알고 지낸 사이로 알고 있다"며 "천 회장이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가까운 것은 박 회장을 통해 그쪽 인맥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친분관계 때문인지 박 회장은 지난 2006년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헐값에 인수하자마자 3명의 사외이사를 전격 해임한 뒤 천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상득 인맥' 추부길 전 비서관은 어떤 역할?

또한 앞서 언급한 재계의 한 인사는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고려대를 나왔기 때문에 PK-고려대 출신 인사들과 가깝다"며 "포항에서도 사업을 해서 그쪽 인사들과도 가깝다"고 전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형님'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맺은 친분관계도 주목받고 있다. 천 회장은 지난 2007년 대선 직후인 성탄절에 이 대통령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상득 의원 등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저녁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말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이상득 의원 측근인사,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 등과 함께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한 것도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지난 21일 검찰에 체포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이상득 인맥'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추 전 비서관이 지난해 9월 박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뒤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여권의 실력자들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이 지난해 12월 290억원의 탈세와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것을 헤아릴 때 설사 로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성공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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