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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장 막은 섬에 골프장 만든다고?

[사진 이야기] 굴업도 탐사 동행

등록|2009.03.25 09:28 수정|2009.03.25 11:18
굴업도라는 이름은 사람이 엎드려서 일하는 모양으로 생긴 섬이라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전체 면적은 1.7㎢, 해안선 길이는 12Km, 현재 10가구 20명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섬이다. 굴업도에 가려면 인천여객선부두에서 덕적도로 가는 배를 타고, 덕적도에서 다시 배를 갈아타고 들어가야한다.

지난 3월 21일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을 비롯 환경단체에서는 굴업도를 탐사하였다. '한국녹색회'  이승기 실장의 인솔로 1박 2일 일정으로  탐사할 계획이었으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바람에 배가 뜨지 않아 2박 3일의 일정이 되었다. 

▲ 밭일을 하는 원주민 ⓒ 민종덕


▲ 구럭을 멘 섬주민 ⓒ 민종덕


굴업도의 역사는 신석기시대로부터 시작되는데, 섬에 남아있는 패총이 그 흔적을 말해준다. 민어철이 되면 어선 100여 척이 몰려들어 파시를 형성하기도 했다고 한다. 1919년에는 태풍과 해일로 목기미와 본섬의 연결부가 사라졌다. 6.25때는 미군 켈로부대가 주둔하여 피난민 마을이 형성되기도 했다.

패총방치된 패총 ⓒ 민종덕


최근 굴업도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94년에 이곳 인근에 핵 폐기장 건설이 추진되고 이것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의 운동이 벌어지면서부터였다. 결국 핵 폐기장 건설은 1995년 굴업도 인근 해저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되면서 무산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핵 폐기장으로부터 지킨 섬인데, 2006년 CJ그룹에서 굴업도의 땅 98.5%를 매입하여 대규모 골프장 등 개발 계획을 세우고 현재 추진 중에 있다. 

▲ 굴업도에 대해 설명하는 이승기실장 ⓒ 민종덕


"굴업도에 대규모 골프장이 들어서게 되면 한마디로 섬은 녹색 사막화가 될 것입니다. 섬 표면을 깎아내고 그곳에 골프장용 잔디를 심을 것이며 그 잔디를 기르기 위해서는 농약, 화학비료, 제초제를 사용할 것입니다. 그러면 주변 해양이 오염될 것입니다. 또한 대규모 골프장이 들어서게 되면 300인 이상 승선할 수 있는 쾌속선이 들어올 것입니다. 

쾌속선 항로 확보를 위해 6m의 수심을 준설하면 해변 사구가 훼손되고, 위락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바람의 방향이 바뀌게 되고 그러면 모래톱이 훼손될 것입니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 산을 깎고 해안을 메우면 자연지형이 바뀌게 되는 것은 물론 이곳의 기존 식생은 파괴되고 보호조수(황새, 매, 말똥가리, 황조롱이) 등이 살 수 없게 됩니다. 결국 골프장 건설은 골프회원 콘도회원만이 이용하는 1%의 특권층을 위한 개발입니다."

한국녹색회 이승기 실장의 말이다. CJ에서 계획하고 있는 골프장 규모는 18홀이라고 한다.

"사람 숫자 적다고 무시하는 것이지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대로 유지하면서 보람 있게 살고 싶어요. 그런데 CJ에서 돈으로 해결하려고 해요. 돈 몇 푼 받아봐야 그걸로 어떻게 살란 말입니까? 섬사람은 섬에서 살아야 해요. CJ에서는 지금 여기가 관광지로 지정되기만 바라고 있어요. 관광지로 지정되면 그 지역 80%이상 소유하고 있으니 나머지 강제수용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CJ에서는 내년까지 모든 인허가를 받으려고 하고 있어요. 자기네 욕심만 챙기려고 합니다. 죽이든 살리든 맘대로 하라고 하세요. 어디 한두 번 당해야지."

굴업도 이장 서인수(53)씨의 말이다.

서인수 이장섬사람은 섬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 한다 ⓒ 민종덕


▲ 마을회관 ⓒ 민종덕


일행은 굴업도의 동섬과 서섬을 연결해주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섬 연육사빈으로 향했다. 해수면이 높아지는 사리 전후의 밀물 때는 1시간 전후 물이 넘치고, 풍랑 등 기상특보가 발령될 때에는 동섬과 서섬이 끊어지기도 한다. 사빈과 사구지형 양면이 바다 쪽 바람 해풍과 파도의 파랑에너지의 영향을 받는 유일한 섬이라고 한다.

▲ 목기미해변 ⓒ 민종덕


연평산 머리 북측 호주머니 형태의 반달형 해안의 사빈과 사구는 해안의 모래가  붉은색을 띠고 있어 지역 주민들은 '빨간 모래해변'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지역 사빈의 모래가 붉은 이유는 이곳 해안암석지형의 기반암이 적색 세일과 철분 함량이 많은 포획암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안 지형은 3면이 막혀있고 바다 쪽 입구가 좁은 지형으로 반달형 해안 밖에는 수심이 깊어 강한 해류가 옆으로 흐르고 있어(국립 해양조사원, 2005) 이 해안의 기반암에서 침식 생성된 모래가 외해로 유출되지 않고 사빈에 쌓이게 된다고 한다.

▲ 빨간모래 해변 ⓒ 민종덕


이곳 해변에 있는 모래언덕 해안 사구에는 '목기미 연못'으로 불리는 사구습지가 있다.  이 목기미 연못은 담수어와 수서곤충이 서식하는 사구 습지로 귀중한 자연사 문화재라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사구습지담수어와 수서곤충이 서식하는 사구습지 ⓒ 민종덕


연평산에 오르는 곳곳에 해식지형이 있는데 학자들에 의하면 해안지형 침식의 교본인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문화재청에서는 이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하여 행정절차를 진행중이라고 한다.

해식층염풍화작용으로 침식되고 있다. ⓒ 민종덕


다음 날 일행은 섬 서쪽에 위치한 개머리억새군락지로 향했다. 이 산은 완만한 지형의 산으로 예전에는 소를 키우는 목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소 대신 염소와 사슴이 방목되고 있다. 섬은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다. 이렇게 바람이 심한 섬에서 어떻게 골프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개머리 억새군락지섬 서쪽에 있다 ⓒ 민종덕


섬에서 시를 쓰는 시인섬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시인은 이 섬을 다시 찾지 않을지 모른다 ⓒ 민종덕


이쪽 해안 침식은 파식에 의한 지형의 침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붕괴된 암괴가 사각형의 육면체를 나타내는 대형 암괴이고, 암석해안에는 전체적으로 절리의 폭이 넓게 나타내며 파식대를 형성하고 있다. 암석해안 거의 전체가 수직 전후의 해식애를 이루고 있는데 100m 가까운 높이에 90 ° 전후의 경사를 이루고 있다.

파식층심한 바람에 거품이 하얗게 날아 오른다. ⓒ 민종덕


굴업도 서쪽 섬의 큰마을 앞 사빈은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데 600여m의 반월형으로 사빈과 사구는 해안의 모래 공급이 원활하여 사구의 형성 보존이 잘되어 있다고 한다.

큰말해수욕장왼쪽 작은 섬이 토끼섬이다. ⓒ 민종덕


"다행히 토끼섬과 연평산은 천연기념물로 지정추진하기로 환경관련 기관에서 결의했습니다. 이나마 환경단체의 성과라고 할 수 있지요." 

이승기 실장의 말이다. 토끼섬은 우리가 머무는 동안 물이 빠지는 시기가 아니어서 가보지 못했다.

뱃사람어선에서 흔들리는 배를 조절하고 있다 ⓒ 민종덕


우리는 23일 월요일 아침 풍랑주의보가 해제되자마자 9시에 고깃배를 빌려 타고 덕적도로 향했다. 어선은 심하게 흔들렸다. 중간에 풀 등에 배가 걸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목적지에 이르렀다.  지금 굴업도가 자본의 힘에 의해 심하게 흔들릴지라도 지금까지 모진 해풍을 이겨냈듯이 자본의 힘을 이겨낼 것으로 믿으며 섬 여행을 마쳤다.
덧붙이는 글 생태, 지형 등 전문적인 내용은 한국녹색회 이승기 실장의 설명과 동국대 이상영 교수의 <굴업도의 독특한 지형과 생물환경> 등을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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