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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돈을 낚아요! '실장어' 잡이

여수시 소호동 실장어 잡이... 기술보다 자리가 중요

등록|2009.03.25 10:34 수정|2009.03.25 10:34
'처음 보시나요? 저는 이렇게 생겼어요.
사람들은 저희를 '실뱀장어'라 불러요.
간단히 '실장어'라고도 하죠. 많은 사람이 우리 팬이에요.
제가 자라면 스테미너 식품으로 열광하는 뱀장어가 되지요. 드셔 보셨죠?'

잡힌 실장어가 헤엄치는 모습에서 속삭이는 듯한 환청소리를 듣습니다.

▲ 뭐하는 걸까? 실장어 잡기. ⓒ 임현철




"실장어는 날이 꾸물꾸물할 때 많이 잡혀"


어제(24일) 밤 오랜만에 식사 후, 여수시 소호 요트장 주변을 걸었습니다. 바닷가에 예전에 없던 불빛과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뭐하는 걸까?' 갔더니 실장어를 잡는 중이었지요. 얼마나 잡았나 봤더니 딸랑 두 마리. 김형철(60)씨, 자리를 뜰 채비를 합니다.

"실장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잡지. 오늘은 별로 없네. 이것도 많이 잡히는 때가 있어. 샛바람(동풍)이 불거나, 비가 오려고 날이 꾸물꾸물할 때 많이 잡혀."

회유성 어종인 실장어는 바다에서 부화해 어미의 고향을 찾습니다. 이때 그물과 뜰채로 실장어를 잡아 양식으로 이용됩니다. 아직까지 장어의 산란 방법이 알려지지 않아 고전적인 방법으로 양식을 하는 것이지요. 실장어는 5~7cm 정도로 작고 투명합니다.

"실장어는 훤한 낮에는 보이지 않아 잡을 수가 없어, 밤에 불빛을 비춰 잡는 거야. 이 실장어는 예전에는 마리당 천 원 이상 나갔지. 그러더니 지난해엔 850원, 올해는 400원으로 떨어졌어."

실장어 잡이 경력 30여 년 된다는 김형철씨는 값이 내린 이유에 대해 "많이 잡혀서도 그렇지만 중국산이 들어오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합니다.

▲ 불빛과 뜰채, 호리호리한 눈만 있으면 누구나 잡을 수 있어요. ⓒ 임현철


▲ "실장어가 어디 있냐?" 유심히 살피는 한 아주머니. ⓒ 임현철


▲ 불빛은 요 밧데리로 켭니다. ⓒ 임현철


실장어 잡이는 기술이 필요 없고 자리가 중요

"어제부터 실장어를 잡았는데 춥긴 하지만 재밌어서 또 나왔어요."

초등학교 5학년 강수지양도 실장어 잡는 재미가 들렸습니다. 이렇듯 실장어 잡이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불빛, 뜰채, 예리한 눈만 있으면 되니까요.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최아무개(여, 53)씨는 "올해 처음으로 시도해 보름 정도 잡았는데 150만 원 벌었다"며 "실장어는 자리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 최씨는 자리를 잡기 위해 서둘러 나온답니다. 지금 앉은 자리가 명당이란 거죠.

"처음에 실장어를 잡던 중 비가 오는 거야. 남편이 집에 가재. 집에 갔지. 그랬는데 이날 다른 사람들은 천여 마리 이상씩 잡았다는 거야. 돈으로 치면 40~50만 원이야."

이야기 나누면서 "실장어 한 마리를 놓쳤다"고 투덜댑니다. 대차, 불빛을 비추니 작은 실장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게 뚜렷이 보입니다. 신기하군요. 실장어 잡이는 3월에서 5월까지 이어진다 합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는 여지없이 불빛과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만나는 실장어. ⓒ 임현철


▲ 어제 밤 본 것 중 제일 많이 잡았더군요. 마리당 숫자를 세어 가격을 받습니다. ⓒ 임현철


▲ 자리가 중요한데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좀 떨어져 속상해요. ⓒ 임현철


덧붙이는 글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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