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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두 아들, 축구를 하다

등록|2009.03.25 16:15 수정|2009.03.25 16:15
아이들과 함께 가족 여행을 2박 3일 다녀왔습니다. 말은 여행이지만 우리 집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부곡 온천입니다. 우리 가족만이 아니라 경남 지역에 있는 목사님 가족 25가정이 함께 한 모임입니다.

둘째 날(24일)은 밀양에서 점심을 먹고나서 큰 아이가 갑자기 엄마한테 축구를 하자고 합니다. 축구를 잘못하지만 축구를 참 좋아하지요. 아빠가 아니라 엄마보고 축구를 하지고 조르는 아들 성화에 결국 아내가 큰 아들과 축구를 하기로 했습니다.

"엄마! 나하고 공 차요?"
"인헌아 엄마 공 못 찬다. 아빠하고 해라."
"인헌아 아빠는 조금 있다가 목사님들하고 족구하니까. 엄마하고 해라."

"엄마 내 드리블 하니까 빼앗아 보세요."

▲ 혼자를 드리블을 하는 큰 아들 과연 축구 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 김동수



지난해 방과 후 수업으로 축구를 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운동을 너무 못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도 운동는 잘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큰 아이는 잘못하지만 재미있다고 합니다. 아빠와 한 번씩 축구를 하면 정말 재미있게 하지요. 엄마가 달려 들었지만 개인기로 제치자 아내는 그만 넘어졌습니다.

엄마와 형이 공차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막둥이가 자기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엄마와 사모님 한 분이 한 팀, 엄마와 막둥이가 한 팀이 되었습니다. 막둥이는 막무가내입니다. 형 공도 자기 공이고, 자기 공도 자기 공입니다. 어쩔 수 없이 막둥이에게 패스를 해줍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형아는 왜 공을 안 주는거야. 패스 해주라. 패스."
"너는 우리 편이 아니잖아. 내가 너에게 패스를 해주어야 하는데?"
"형아 빨리 패스해라. 패스. 엄마 형이 나에게 패스 안 해준다."
"김막둥! 네가 빼앗야지
. 형 한테 패스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니?"
"형이 동생한테 패스 좀 해주면 안 돼요."
"상대팀에게 패스를 해주는 일이 어디 있어. 네가 빼앗아라."


▲ 엄마를 따 돌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큰 아들. 막둥이가 과연 형에게서 공을 빼앗을 수 있을까요 ⓒ 김동수



자기 고집대로지 되지 않자 막둥이는 형에게 달려 들었습니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형에게 공을 빼았습니다. 형에게서 공을 빼앗은 막둥이는 드리블를 했습니다. 하지만 저 멀리 사모님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겨우 형에게서 공을 빼앗아지만 사모님에게 공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무엇하고 있어요? 사모님이 달려 오면 나를 보호해주어야지."
"아니 네가 형에게서 공을 빼앗고 나서 드리블 하다가 그만 빼앗겼잖아. 사모님을 제칠 수 없었어면 엄마한테 패스를 해야지 실력도 없어면서 무슨 드리블을 한다고."



▲ 막둥이가 드리블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달려오는 사모님을 따돌리고 공격을 할 수 있을까요 ⓒ 김동수



막둥이게서는 빼앗은 공을 사모님은 인헌이에게 패스를 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아내가 달려들어 공을 빼앗고 말았습니다.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인헌이는 멍하지 엄마를 보고 있습니다.

"엄마 언제 와 있었어요?"
"인헌아 축구 선수는 눈이 적어도 네 개는 되어야 한다. 앞에 두 개, 뒤에 두 개는 되어야지 앞 만 보고 달리면 되나."


▲ 엄마를 따 돌리고 공격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만 공은 엄마에게 다시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 김동수



"엄마, 패스! 패스!"
"패스해도, 공만 빼앗기는 선수에게 어떻게 패스를 할 수 있니."
"엄마하고 나는 같은 팀이예요. 패스도 안 해주면서 같은 팀이라고 할 수 있어dy."

"패스해주면 골을 넣을 수 있어?"
"패스를 해주면 골 넣을 수 있어요."


하지만 막둥이는 엄마가에게 패스를 받자 마자 형이에 공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10분 동안 두 팀이 축구를 했지만 0-0 무승부였습니다. 두 팀 모두 골결정력 부족이었습니다. 0-0 무승부였지만 재미있는 축구 경기였습니다.

▲ 엄마와 큰 아들, 막둥이 가운데 공을 차지하는 사람은 누구일찌 정말 궁금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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