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발사 제재-6자회담 불참'은 북 '이중 메시지'
[분석] 외부압박에 대한 선제대응이자 6자회담 의지 표명
▲ 사진은 2005년 8월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1호의 모습. ⓒ 연합뉴스
북한은 24일, '우주발사체'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에 나설 경우 북핵 6자회담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6자회담 참가국들인 일본이나 미국이 유독 우리나라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우주의 평화적 리용권리를 부정하고 자주권을 침해하려는 것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9·19공동성명의 '호상존중과 평등의 정신'에 전면 배치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발표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선은 '선제 압박'의 성격이 짙다. '우주발사체' 발사 이후 예상되는 유엔 안보리 제재 등 국제사회의 대응에 대해 먼저 "제재대상이 아니"라고 압박하고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718호 결의안이 북핵 때문에 나온 것인데, 이를 근거로 '우주발사체'를 제재한다면 '북핵 6자회담' 거부로 대응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논리로 보인다.
"'제재' 레드라인 정한 것... 감내 수준이라면 6자회담 참여한다는 2중 메시지"
하지만 이번 성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이후 이른 시기에 '6자회담'이 열리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발사 이후 어느 정도는 상호 비난전이 있겠지만, 그 과정은 길지 않을 것이고 6자회담이 조기가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안보 전문가도 이번 북한 외무성 담화에 대해 "유엔의 어떤 결의안도, 어떤 비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높은 톤의 대응은 아니"라면서 "'광명성 2호' 발사 전에 마지막 수순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에는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에 대한 유엔 등의 대응이, 북한이 '도저히 수용하지 못할 정도'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이번 발사가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며 제재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 특히, 중국은 신중한 태도다.
6자회담의 한국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24일 중국을 방문해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북한의 '우주발사체'에 대해 논의한 뒤 "단합된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으나, 그 수위에 대해서는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경제위기 극복에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한국 정부는 유엔 차원의 새로운 대북 제재를 끌어내는 것보다는 사실상 유예돼 있는 유엔결의 1718호의 제재안을 되살리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 목록을 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이 조치가 유예된 상태였기 때문에, 다시 이 목록을 내도록 해 선정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적용되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은 불분명하다.
DJ "북한 미사일 발사에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쯤 나올 것"
이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나면 유엔안보리에서 의장 성명쯤이 나오고 그 뒤 6자회담 국면으로 갈 것"(2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이라고 말한 것처럼, 국제적 대응은 유엔 안보리 의장의 비판 성명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에도 북핵 문제를 대화로서 풀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병행 추진하겠다"(23일, 한나라당 '미래위기관리특위' 토론회)고 밝힌 것도,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반영해 '유연성'을 발휘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한의 이번 담화는 '제재'의 범위에 대한 레드라인을 정한 것"이라면서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가 없다면 6자회담 참석과 9·19공동성명을 지키겠다는 이중적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여기자 2명 억류' 사건이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북미간에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고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김용현 교수는 "이 사건이 북한에 대한 압박에 완충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 여기자들은 북한의 발사 이후에 풀려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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