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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설득' 나선 정동영 "참 어렵네..."

원로들, DY 무소속 출마 반대 높아... '화합' 주문

등록|2009.03.25 20:56 수정|2009.03.25 20:56

▲ 지난 23일,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자신의 고향인 전북 순창군 구림면에 있는 선영을 찾고 고향 어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김래진


24일 저녁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만찬 회동을 가진 정동영 상임고문이 당 원로들의 지원을 얻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 고문은 25일 점심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7층 식당 '도림'에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만나 1시간 4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문희상 국회부의장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원로들의 지원사격을 '공천 명분' 중 하나로 삼겠다는 전략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지지 선언을 끌어내지 못했다. 대부분 원로들은 당의 화합이 깨지는 것을 우려하면서, 정 대표와 정 고문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날 정 고문을 만난 김원기 전 국회의장도 "끝까지 지도부와 협력해 달라"는 당부만 전했다. 김 전 의장은 "인내력을 갖고 당 지도부와 대화해서, 당 갈등이 없도록 노력해 달라"면서"당 안팎으로 어렵고 중요한 시기인 만큼 갈등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정 고문 측은 김 전 의장과의 만남에 대해 "출마결심 배경과 진정성을 설명했다"고 간단하게만 밝혔다. 기대한 만큼 성과가 없었다는 뜻이다.

김 전 의장에 이어 정 고문을 만난 문희상 부의장도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문 부의장은 "근본적으로 두 사람이 결단해야 할 문제"라며 "어느 정도 양자 간에 의견이 통일되고 명분이 필요하면 원로들이 울타리 치는 역할은 하겠다"고 말했다. 원로들이 중재에 나설 수는 있지만, 해법은 정 대표와 정 고문이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문 부의장은 또 "어떻게든 무소속 출마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로들과의 잇단 회동에서 '화합' 화두로 받은 정동영

▲ 4.29재보궐 선거에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여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다. ⓒ 유성호


원로들과의 잇단 회동에서 '화합'을 화두로 받은 정 고문의 속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아직 이렇다 할 지지 선언도, 명분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당령을 거스르는' 인사로 굳어질 가능성만 커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23일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당과 화합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무소속 출마 반대 뜻을 전달한 상황이다.

당일 김 전 대통령과 정 고문이 만난 자리에 배석했던 박지원 의원은 그 뒤에도 김 전 대통령의 뜻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25일 정 고문과 연락해 "당에서 결정해 하라는 대로 하라"면서 "정 대표도 만났지만, 두루 접촉하고 많이 대화하면 해법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공천까지는 아직 시간이 20일 넘게 남았다"며 충분한 여유를 두고 결정을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박 의원은 정 고문이 지지자들에게만 둘러싸여 그들의 뜻이 곧 당원들의 뜻이라는 착각에 빠질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정 고문에게 "주변 사람들 말은 조심해야 한다"며 "지도자는 측근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따라가야 한다"는 요지의 말도 전달했다고 한다.

조세형 "누구도 배제론 꺼내서는 안 돼"... 정동영 편에

하지만 일부 원로들은 정 고문의 출마 선언을 뒷받침해 줄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을 지낸 조세형 전 의원은 25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어느 누구도 배제론을 꺼내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 고문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조 전 의원은 "두 분(정세균-정동영)이 만나서 얘기를 시작했으니까, 진지하게 얘기를 많이 해서 좋은 방안 나오기를 바란다"면서도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쪽이 어느 쪽을 배제한다는 '배제론'을 갖고는 타결이 안 된다"고 말했다. '공천 배제'를 결정한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말이다.

조 전 의원은 또 "지금은 자꾸 누구를 배제하는 시국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참여하고 뭉치고, 당력을 강화해야 할 때"라며 "배제보다 결집, 참여로 이 사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 전 의원은 "기회가 된다면 정세균 대표도 만나겠다"고 말했다. 배제론을 철회하고, 정 고문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겠다는 얘기다. 정 고문은 아직 조 전 의원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이르면 26일에라도 만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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