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과 달리 탱고에는 실패가 없다"
[서평] 정철화가 쓴 <아니면, 뒤집어라>
▲ 정철화가 쓴 <아니면, 뒤집어라> 겉 표지 ⓒ 좋은책만들기
하나님은 인간에게 공평하게 세 가지 선물을 주었다고 한다. 하루 '24시간'과 자유롭게 마시는 '공기',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생각'이라는 선물이다.
"컴퓨터 바이러스 권위자인 안철수 사장은 어떤 문제에 부딪치면 미리 남보다 더 많이 생가하기 위해 두세 곱절 시간을 투자할 각오를 한다고 한다.......평범한 두뇌를 지닌 까닭에 남을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많이 생각하는 것뿐임을 알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도 1년에 두 번씩 '생각주간'을 가지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를 준비했다."(본문 중에서)
도요다 생산방식을 창시한 오노 다이치는 현장순회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담당반장을 세워놓고 문제를 발견할 때까지 생각하게 하였다는 것이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생각을 깊게 하면 아이디어가 생긴다는 뜻이다.
산업화시대만 하여도 근면하고 성시하며 매사에 정확한 사람을 높이 평가했지만 오늘날 같이 급변하는 시대에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들을 흡수하고 통합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새로운 것으로 창조해내는 사람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생각의 차이가 세상을 바꾼다
저자는 생각의 힘이 바로 '창조력'이라고 말한다. 창조력이란 "전혀 상상이 되지 않는 것과 연결이 되지 않는 것들을 새롭게 연결지어 새로운 개념이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특히, 이런 창조력을 발휘하는 데는 세상과 사물을 뒤집어서 보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역발상의 관점으로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하여 새로운 상품이나 개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창조적인 사람들이 엉뚱하다는 평가를 받고 황당한 공상가 취급을 당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이다.
정철화가 쓴 <아니면, 뒤집어라>는 역발상을 통해 성공한 사례와 필요성에 대하여 소개하는 책이다. 세계 1등을 유지하는 길,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바로 역발상 창조경영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꼭 세계 1등이 되어야 한다", "경쟁 많이 사람들을 더 잘 살게 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사람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최선이 아니라 목숨을 걸어야 한다" 와 같은 지은이의 생각에 필자는 공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생각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도 '생각하는 힘'과 '발상의 전환'은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벤치마킹과 모방은 다르다!
역발상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에 대해 거꾸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역발상은 과거와의 연장선을 끊고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또한 역발상은 시점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크기나 형식을 완전히 바꾸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자세를 말 한다. 이 책은 발상을 바꾸는 재미있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버스정유소 옆에 있는 자동판매기 앞에서 한 남자가 자판기를 두드리며 화를 내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학생이 왜 그러냐고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이놈의 기계가 내 돈만 먹고 음료수가 나오지 않아. 그래서 이렇게 하면 나올까 해서 치고 있어. 관리인에겐 여기 적힌 연락처로 전화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아."
"(그러자 그 학생은 관리인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말했다.) 지금 자판기에서 동전이 쏟아져나와 사람들이 가져갑니다."
이 전화를 받은 관리인이 곧바로 달려 나왔음은 물론이다. 저자는 역발상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이제까지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존에 있던 것을 고치거나 바꾸어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역발상을 하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것은 바로 관행과 타성이라고 한다. 그는 타성을 깨뜨리고 변모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소주회사를 들고 있다. 도수를 낮추고 이름을 바꾸고 여성고객에게 다가갈 뿐만 아니라 眞露(진로)라는 이름을 '참이슬'로 바꾸는 것과 같은 것이 모두 발상의 전환을 이룬 사례라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역발상은 벤치마킹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벤치마킹과 모방의 차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벤치마킹과 모방은 남의 것을 배운다거나 따라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명확한 차이가 있다. 단순히 남의 것을 따라하면 모방에 지나지 않지만, 더 나은 점을 찾아 원칙에 맞게 잘 적용하면 벤치마킹이다."(본문 중에서)
겉으로 드러난 부분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모방이자 흉내내기 일뿐이고, 모방한 것에 내면의 장점까지 들여다보고 자신의 강점이나 핵심기술을 추가해 창조적인 발상을 하는 것이 벤치마킹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생각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을 읽고도 얼마든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여는 지혜로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남의 것을 따라하는 모방을 넘어서서 '더 나은 점을 찾아 원칙에 맞게 잘 적용하는 벤치마킹'은 독자들 몫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역발상으로 '격언'을 새롭게 바꾼다.
이 책에는 역발상에 대하여 흥미있게 설명해주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격언을 역발상으로 바꾸는 것이다.
▲ 박수칠 때 떠나라? -> 박수 받는 비결을 가르쳐라!
▲ 모르는 것이 약이다? -> 모르면 병이고 바보 된다!
▲ 작은 것이 아름답다? -> 큰 것이 돈이 된다!
▲ 모난 돌이 정 맞는다? -> 모난 돌이 부를 가져다준다!
▲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 -> 못 올라갈 나무는 사다리 놓고 오르라.
▲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 암탉이 울어야 알을 먹고 부자가 된다.
▲ 버스 지나가고 손드는 격이다? -> 버스 지나가면 전철이나 택시 타고 가라.
▲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 -> 길고 짧은 것은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 아는 길도 물어서 가라? -> 아는 길은 시간 낭비 말고 바로 가라
훌륭한 리더십은 자신이 떠나도 조직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아니라 박수 받는 비결을 가르치고 떠나야 한다는 뜻이다. '작은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큰 것이 돈이 된다'처럼 썩 동의할 수 없는 '역발상' 제안도 있지만, 기존에 당연하게 생각되는 격언들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해석해본다는 점에서는 유익하다.
<아니면, 뒤집어라>를 쓴 정철상이 역발상 사고를 위하여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수평적사고이다. 그동안 관행처럼 해온 수직적 사고가 발상의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솔로몬왕의 지혜를 수평적 사고의 전형이라고 한다.
솔로몬은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수직적 사고에서 벗어나 아이를 두고 다투는 두 어미에게 판단을 맡김(아이를 공평하게 나누어주라고 명령함)으로서 진정한 모성애가 드러나게 하였다는 것이다.
수평적 사고를 통해 이룩한 또 다른 놀라운 성공 사례로 '말코니'가 개발한 무선통신 기술을 예로 들고 있다.
"말코니는 무선기의 출력과 성능을 높이면 원거리까지 전파를 보낼 수 있다는 중요한 원리를 이용해 대서양 너머로 무선신호를 보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런 방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송신기와 감도가 높은 수신기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전문가들은 무선전파는 빛처럼 직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표의 곡면을 따라가지 않고 지구 밖 우주 공간으로 사라져버릴 것이라며 그의 아이디어를 비웃었다."(본문 중에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논리적으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옳은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말코니는 대서양을 넘어 전파를 보내는데 성공하고 만다. 당시에는 말코니도 몰랐고 전문가들도 몰랐지만, 대기권 상층에 있는 전리층이 우주로 향하는 전파를 지구를 향해 반사시킨 것이다. 말코니가 이론에 억매이지 않는 수평적 사고를 통해 이룩한 성과라는 것이다.
수평적 사고가 세상을 바꾼다
이 책에는 '수평적 사고'를 잘 설명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한편 있다.
옛날 한 상인이 고리대금업자에게 큰돈을 빌리고 갚지 못하여 감옥에 갈 처지가 되었다. 고리대금업자는 어여쁜 딸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가 상인에게 딸을 주면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제안한다.
고리대금업자는 상인과 딸에게 모든 운명을 하늘에 맡기자며, 큰 주머니에 검은 색과 힌 색 돌 두 개를 넣고 딸에게 고르라고 한다. 검은색을 고르면 빌려간 돈은 탕감해주는 대신에 자기 아내가 되어야 하고, 흰 돌을 고르면 빚을 탕감해줄 뿐만 아니라 그냥 아버지와 살게해주겠다는 것이다.
대금업자는 곧 마당에서 작은 돌 두 개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는데, 상인의 딸은 둘 다 검은 돌을 넣는 것을 보고 당황하게 된다. 만약 당신이 딸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가장 흔한 대답은 "주머니 속에는 두 개의 검은 돌이 들어있다며 고리대금업자의 잘못을 밝히는 것"이다. 이 답은 논리적으로는 옳지만 결국 상인이 감옥으로 가야하는 상황은 바뀌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대답은 "딸이 검은 돌을 고르고 희생양이 되는 수밖에 없다"는 답이지만 이것 역시 지혜로운 대답은 아이라는 것이다. 두 개의 답 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지만 곤란한 문제라고 해서 도망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다음과 같이 역발상으로 수평사고를 하여 창조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딸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돌 한 개를 꺼냈다. 그리고는 채 펼쳐보기도 전에 안마당 돌들 사이로 떨어뜨리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수전증이 있어서 그만 꺼낸 돌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습니다. 남아 있는 돌을 보면 제가 어떤 색 돌을 꺼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본문 중에서)
가장 재치 있고 깔끔하며 통쾌한 해결책이다. 저자는 이 질문을 통해 수평적 사고가 무엇인가를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바로 주머니 속에서 꺼내지는 돌 대신에 주머니 속에 남아있는 돌에 주목하는 것이 수평적 사고라는 것이다.
"할 수 없다는 것은 하기 싫은 마음이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이런 수평적 사고와 발상의 전환은 선천적인 유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후천적으로 꾸준히 새로운 생각을 정리하고 메모하는 행동을 습관화하면 유연하고 수평적인 발상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해내는 능력을 키울 수가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인용한 "할 수 없다는 것은 하기 싫은 마음이다"라고 하는 스피노자의 격언은 훌륭한 충고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것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끝으로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대사 한 구절을 독자들에게 전해드린다.
"탱고 추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소. 인생과 달리 탱고에는 실패가 없으니까 설령 실수를 한다고 해도 다시 추면 되오. 실수해서 발이 엉키게 되면 그게 바로 탱고요."
내 생각에 인생과 탱고는 결코 다르지 않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포스팅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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