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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때문에 '흙침대' 건졌네

등록|2009.03.27 09:34 수정|2009.03.27 09:34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기는 일은 참 많다. 우선 원고료가 생긴다. 자본주의를 비판하지만 '원고료'는 분명 즐거운 일이다. 다음으로 옛 동무들이 기사를 보고 소식을 전해 온다는 것이다. 원고료 못지 않게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때는 쪽지로 별별 욕을 먹는 경우도 있다. 한 달에 1-2번은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욕이 담긴 쪽지로 보내는 분들이 많다. 답장보다는 지워버리는 것이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물론 좋은 기사 읽었다고 쪽지 보내는 분들도 있다.

원고료, 옛 동무 만남과 함께 즐거운 일은 방송 출연이다. 지난해 11월 15일 <오마이뉴스>에 "10년된 휴대전화로 일등 먹다"라는 기사를 썼다. 그 기사로 방송국 두 곳에 출연했다. 한 번은 지역 라디오 방송, 또 서울 MBC 출연이다.

지난 달 25일 MBC 모 프로그램에 출연하려고 아이들과 함께 MBC에 가서 녹화를 했다. MBC 1층에서 언론악법 비판 문구를 보고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녹화를 하면서 재미있게 보냈지만 그날 문방위에서 언론악법이 날치기 상정되었다는 뉴스를 집으로 돌아오면서 듣고 아내와 함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반복해서 들으며 분노했었다.

▲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MBC 1층 로비에서 아이들이 1층 광장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마이뉴스>가 준 선물이다. 그날 문방위에서 방송악법이 날치기 상정되었다. ⓒ 김동수



방송국 출연으로 모든 것이 끝난줄 알았는데 또 일이 벌어졌다. 오늘(26일) 장모님 녹내장 치료 때문에 안과에 갔다. 진료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11년된 휴대전화가 울렸다.

"택배 왔습니다."
"택배요? 집에 사람이 있습니다."
"아침부터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주소가 ○○시장 맞습니까?"
"○○시장 아닌데요?"
"김동수씨 맞지요. 휴대전화도 맞는데?"
"시장 이름만 다르고 번지와 전화번호가 맞으니 우리집에 온 택배 맞겠지요?"

"조금 있다가 갈 것이니 내려 오셔야 합니다."
"아니 택배를 집까지 갖다 주셔야지 내려 오라니요?"
"무거워서 혼자서 들 수 없습니다."

"무겁다고요? 무엇인데요?"
"○○흙침대요!"
"○○흙침대요?"

"어디서 보낸 것입니까? 책 아니예요?"
"책이 아니라 ○○흙침대입니다. MBC입니다."

<오마이뉴스>때문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흙침대가 생겼으니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혼자서는 들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아내에게 전화했다. 아내는 흙침대가 온다는 말에 우리 집에 무슨 흙침대냐고 했다.

"여보 MBC에서 흙침대를 보냈답니다."
"MBC에서 흙침대를?"
"택배 아저씨가 방금 전화를 했어요? 무거워서 혼자는 들지 못한다고 하니 당신이 함께 들어야겠어요?"
"내가 어떻게 들어요?"
"지금 나는 장모님과 함께 있잖아요."
"우리 집에 흙침대가 어울리기나 하나요."


장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와서 보니 흙침대가 덩거리니 놓여 있었다. 1인용이었다. 아이들은 자기가 먼저 자겠다고 다투다가 가위 바위 보로 정했다. 일반 침대라면 매트리스만 있는 침대다. 침대라고 해야 할지, 흙요라고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침대라고 했다. 침대라. 우리 집은 처음이다. 코드를 꼽으니 금방 따뜻해졌다. 한 사람이 누우면 딱 맞다. 막둥이와 딸 서헌이가 먼저 누웠다.

▲ 막둥이가 흙침대 위에 누웠다. 침대 우리집에서는 처음이다. ⓒ 김동수



▲ 흙침대 위에 누워버린 딸 서헌이 ⓒ 김동수




흙침대 위에 누워 좋아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서 기뻤다. 아내는 우리집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따뜻한 흙침대 위에서 잠 잘 생각을 하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오마이뉴스> 때문에 방송출연도 하고, 흙침대도 선물 받았다. <오마이뉴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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