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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면·이춘근·언론자유를 석방하라"

'언론인 체포·구속 규탄 촛불문화제'... 26일 저녁 YTN 옆 공원에서 열려

등록|2009.03.27 10:15 수정|2009.03.27 10:15

▲ 26일 저녁 7시 YTN 옆 공원에서 '언론인 체포 구속 규탄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노종면 YTN 위원장이 조합원에게 보낸 서신이 영상으로 흐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 노종면 YTN노조위원장이 구속되고, MBC <PD수첩> 이춘근 PD가 긴급체포된 가운데 26일 밤 서울 남대문로 YTN본사 부근 공원에서 열린 '언론인 구속 규탄 촛불문화제'에 시민들과 언론노동자들이 참석해서 언론인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26일 오후 6시 30분 무렵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옆 공원.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행사 주최측이 무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날씨가 풀릴 것이라는 예보는 빗나갔다. 하늘은 갰지만 바람은 찼고 기온은 다시 내려가고 있었다.

무대 위에 '언론자유를 석방하라!-언론인 체포 구속 규탄 촛불문화제'라고 쓰인 펼침막이 붙었다. 원래는 '노종면을 생각하는 촛불 문화제'로 기획됐고 행사 주최측인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에서는 25일 오후, 그 문구를 넣은 펼침막을 제작했었다.

하지만 언론노조는 펼침막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25일 밤 11시께 MBC <PD수첩>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했던 이춘근 PD가 검찰에 체포됐기 때문이었다.

저녁 7시 언론노조 MBC 본부와 YTN 지부 조합원들, '촛불시민'들은 '노종면을 석방하라', 'PD수첩 지켜줄게'라고 쓰인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공원으로 모였다. 용산 참사로 가족들을 잃은 유가족들도 영정을 들고 참석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금 남대문경찰서에 한 명, 서초경찰서에 또 한 명 우리 동지들이 갇혀 있다"면서 "지금은 3월,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촛불 시즌이 빨리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래모임 '아줌마' 회원들은 "추운 날씨지만 우리 가슴에서 불고 있는 칼바람만 하겠느냐"면서 노래로 분위기를 돋웠다. 노종면 YTN 지부장의 영상 편지가 흐른 뒤, 그와 함께 체포됐다가 먼저 석방된 현덕수, 조승호, 임장혁 기자가 무대에 섰다.

현덕수 기자는 "지금 이 자리에 노종면 위원장이 없는 것이 애통하고 분하고 원통하다"면서 "몸은 떨어져 있어도 노 위원장은 지금 우리 가슴 속에 함께 있다"고 말했다. 조승호 기자도 "비록 노 위원장보다 먼저 나왔지만, 석방의 기쁨은 그가 나온 이후에 함께 누리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종면 구속은 언론자유 구속이다", "노종면을 석방하라"는 구호를 참석자와 함께 외친 뒤 무대를 내려갔다.

▲ 노종면 YTN노조위원장이 구속되고, MBC <PD수첩> 이춘근 PD가 긴급체포된 가운데 26일 밤 서울 남대문로 YTN본사 부근 공원에서 열린 '언론인 구속 규탄 촛불문화제'에 시민들과 언론노동자들이 참석해서 언론인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다음은 MBC 본부 '차례'. 26일 아침 서초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되던 이춘근 PD가 "언론자유 보장하라"고 소리치는 영상이 방영된 뒤 이근행 MBC 본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 본부장은 "방송 민주화 투쟁 우리 언론 노동자들, 어느 정도 민주화됐다고 생각했었다"면서 "하지만 지금 시계는 20년, 30년 뒤로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 가서 꾸역꾸역 밥을 먹을 자신이 없다"고 말할 때는 이 본부장 눈시울이 젖었다.

▲ 노종면 YTN노조위원장이 구속되고, MBC <PD수첩> 이춘근 PD가 긴급체포된 가운데 26일 밤 서울 남대문로 YTN본사 부근 공원에서 열린 '언론인 구속 규탄 촛불문화제'에 시민들과 언론노동자들이 참석해서 언론인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용산 참사 유가족도 "아직도 용산 사건의 진실 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반드시 진상을 밝히고 고인들을 하늘나라로 보내주겠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양성우 시인이 '겨울공화국'이란 시를 썼는데, 지금 상황이 꼭 그렇다"고 말했다.

"지금이 바로 겨울공화국이다. 언론인들을 구속시키는 것을 보며 이명박 정부가 임기를 다 못 마치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인박명이 아니라 '명박박명'이다. 지난 1년간 이 정부가 한 일을 보면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있는 일만 했다. 종부세 폐지하면서 복지 예산은 줄이고, 양도세는 낮춰주면서 철거민은 죽였다. 사교육비 반값 운운하면서 오히려 사교육으로 경기부양을 하려 하고 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우리가 지금 '언론자유를 석방하라'는 주제로 집회를 열고 있는데, '언론자유'는 곧 물, 공기, 자연 같은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민주당 MBC YTN 사태 대책위원장의 '결의발언'을 끝으로 집회는 마무리됐으며 일부 '촛불시민'들은 YTN 정문 앞에서 자체 선전전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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