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런 발칙한 정수기 같으니라고...

매달 수 만원씩 관리비 받아가면서도 썩은 물을 마시게 하다니..

등록|2009.03.27 14:03 수정|2009.03.27 14:03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정수기가 보편화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서민들에게는 수 백만원씩 하는 정수기를 사용하는것은 사치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물이라는게 그냥 봐서는 정수된 물이나 수돗물이나 지하수나 차이가 없는데, 굳이 없는 살림에 눈에 뵈지도 않는 미생물을 걸러서 먹겠다는건 배부른 소리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죠.

뜬금없는 질문 같습니다만, 지금과 같이 정수기가 보편화된 데 크게 기여한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건 '다단계' 입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한창 다단계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때가 10년 전후로 알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다단계회사들은 사람을 모집하는데 목적이 있었고, 그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아서 그만큼의 물건을 주고, 그것을 주변에 팔게하는 등 몇 차례의 유통(?)과정을 거치게 하면서 그야말로 숟가락부터 전기장판, 밥솥, 샴푸, 세제 등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출처도 불명확한 생활용품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냈습니다.

이런 다단계 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게 바로 건강보조식품과 정수기였습니다. 건강보조식품은 도무지 그 내용물을 알 수도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단지 '건강' 또는 '정력'이라는 말 때문에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수 백배의 마진을 남기고 팔았습니다. 필자의 지인이 한때 다단계에 심취했던 터라 이런 상황을 제법 구체적으로 알게 됐습니다.

이들이 건강보조식품과 함께 붙였던게 바로 정수기였습니다. 지금 정수기를 생산하는 회사는 웅진, 청호, 아쿠아 등 건실한 기업들이 있지만, 당시로서는 이들 '정품'을 파는건 돈이 안됐고, 워낙 비싸서 소비욕구를 불러 일으키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딘지도 잘 모르는 상품을 붙인 중소기업 정수기들이 '육각수'니 '미네랄'이니 하면서 이름만 화려하게 포장한 채 팔렸습니다.

멀쩡한 물을 썩은 물로 만드는 기술

당시 다단계에 빠져서 정수기를 팔고 다니던 필자의 지인이 알려준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정수기를 팔기 위해서는 우선 고객들이 평소 마시던 물에 대한 의구심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서민들은 정수기물이나 수돗물이나 지하수나 다른점을 모릅니다.

그래서 간단한 '실험도구'를 가지고 다닙니다. 수질검사를 공짜로 해 주겠다며 접근을 하는데 쇠막대기로 된 자석의 일종이라더군요. 컵에 수돗물을 받아서 그걸 담그면 물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마치 시궁창물처럼 검은 지꺼기들이 물 위로 떠 오릅니다.

물론 끓여 마시면 조금 덜하지만 영업사원이 가지고 간 정수물에 담갔을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지저분하게 변하게 됩니다. 그러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마시는 물을 의심하게 되고, 특히 어린아이들이 있는 엄마들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정수기를 들여놓으려고 합니다.

지금도 이런 방식으로 영업하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 막대기는 세균을 분리하는 막대기가 아니라 세균을 죽이는 막대기입니다. 수돗물이나 지하수 속에는 몸에 유익한 세균이 많이 있는데, 막대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로 그것들을 모두 다 죽여서 태워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새까맣게 타서 지저분해 보이는 것이고, 고객들은 마치 물 속에 포함된 불순물인것 처럼 생각하고, 불안한 마음에 정수기를 구입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멀쩡한 물을 썩은물로 만드는 기술, 이것이 영업전략이라면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정수기값 대폭 낮춘 '렌탈서비스', 서민들을 위한 혜택?

지난 28일 '불만제로'에서 고발했던 정수기들의 상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것도 중소기업 제품이 아닌 국내 정수기로 유명한 기업들의 제품들의 상태여서 더 놀랐습니다.

이들 기업이 정수기를 보편화하려는 노력은 가상합니다. 수 백만원씩 하던 정수기 가격을 '렌탈서비스'라는 것으로 월 3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대여를 해주고, 거기에 조금 더 보태면 매월 정기적으로 '코디'들이 검사와 청소까지 해주는..

서비스와 가격, 그리고 안전한 물까지 고객들은 큰 혜택을 누리는 것 같았지만, 정작 문제는 기업들의 직원관리에 구멍이 났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다단계 정수기들은 사용한지 불과 한 두달이면 반드시 물이 새거나, 고장이 납니다. 그만큼 유통마진만 노리고 싼 제작비로 날림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송에 등장했던 정수기들은 그야말로 연구와 기술을 거듭한 '깐깐한' 정수기들 아닙니까.

아마도 제품 또한 필터를 비롯해 호스, 연결제어장치 등의 내부구조 또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잘 만들었겠지만, 어쩔수 없이 발생하는 벌레들과 먼지, 그리고 찌꺼기 들은 소위 '코디'라는 분들이 회사의 이름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방송에서 정수기 자체의 결함도 지적했지만 그건 소수의 불량품이고, 과거와 비교했을때 지금 생산되는 정수기들은 기술력이 대단할 만큼 잘 만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돈 많은 소비자들은 수 백만원을 지불하고 정수기를 쓰고 있고, 형편이 안 되는 소비자들은 매월 렌탈비를 부담하고 사용합니다.

하지만 구입한 사람이나 렌탈을 한 사람이나 똑같이 정수기 관리를 받기 위해서는 매월 몇 만원의 돈을 별도로 지불해야 합니다. 그래서 '코디'들을 믿고 방문을 열어주는 것이고, 그들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직원의 관리와 제품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한다면 이들 제품들 또한 '다단계정수기'와 같이 불량품으로 낙인 찍히고 신뢰를 잃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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