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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KAI 인수는 현 정부 재벌 퍼주기"

27일 지분매각설로 어수선한 KAI 방문 사장, 노조위원장 만나

등록|2009.03.27 19:47 수정|2009.03.27 19:47

▲ 27일 KAI를 방문한 강기갑 국회의원이 김홍경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 하병주



강기갑 국회의원(민주노동당 대표)이 '대한항공의 경영권 인수설'로 어수선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했다. KAI측은 "흑자기업이 적자기업에 인수되는 일이 없도록 도와 달라"고 했고, 강 의원은 "부도덕하고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이 KAI를 찾은 것은 27일 오후 2시께. 당초 KAI노조와 간담회가 잡혀 방문한 것이었지만 강 의원은 김홍경 KAI사장을 먼저 찾아 최근 불거진 대한항공의 KAI 인수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강 의원은 "적자기업이 흑자기업을 인수하겠다고 하니 어이가 없고, 지역민들도 걱정이 많더라"면서 운을 뗐다. 그는 김 사장에게 "일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이에 김 사장은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일에 강 의원이 도와주기를 청했다.

KAI는 공기업인 산업은행(30.54%)이 최대 지분을 가졌고, 지식경제부장관에게 사장 추천권이 있어서 사실상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입장을 감안한 듯 김 사장은 대화 내내 말을 조심하는 가운데서도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세계 어디에도 운송과 제조를 모두 담당하는 항공산업체는 없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대한항공의 주장대로 "대단한 시너지 효과도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보탰다.

10분 남짓 이어진 두 사람의 대화는 강 의원의 "가능한 빨리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고 대응해 나가자"는 말로 끝을 맺었다.


▲ 강 의원이 박한배 노조위원장으로부터 직원들의 입장을 전해 듣고 있다. ⓒ 하병주



강 의원은 이어 KAI노조 집행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한배 노조위원장은 대한항공이 KAI를 인수하는 것이 부당함을 설명했다.

"노사가 함께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와 이제 흑자를 보기 시작했다. 한창 힘들 때는 독자생존을 외치며 외면했던 대한항공이 이제 와 KAI를 삼킨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대한항공에 그럴 돈이 있다면 적자가 심한 운송사업에나 더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또 다른 노조 간부들은 "직원들이 열정과 자긍심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이런 것들이 꺾이지 않도록 도와 달라"며 대한항공의 KAI 인수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이에 강 의원은 "김홍경 사장도 대 놓고 말은 못하지만 여러분들과 비슷한 심정인 것 같았다. 사천을 첨단항공산업단지로 만들어야 한다고 평소 떠들었던 만큼 최선을 다해 이 문제에 임하겠다"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대한항공의 KAI 인수가 현실이 된다면 이것도 현 정부의 재벌 퍼주기와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만간 KAI가 주식시장에 나오면 그 가치가 훨씬 높아지는데, 그 전에 쌀 때 대기업에게 넘기려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KAI가 좀 더 흑자를 늘려 아예 대한항공을 인수해버리는 것도 괜찮겠다"는 덕담을 남기고 간담회를 마쳤다.

▲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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