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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쓴 겹말 손질 (58) 주체적으로 자진해서

[우리 말에 마음쓰기 593] ‘얼굴생김은 소탈한 상’ 다듬기

등록|2009.03.29 12:36 수정|2009.03.29 12:36

ㄱ. 주체적으로 자진해서

.. 그러나 그런 '자상한 교육'으로 교사가 뭐든지 보살펴 주니까, 학생들은 주체적으로 자진해서 학습하려는 의지를 잃어 갔다 ..  《찌까즈 께이시/김성원 옮김-참 교육의 돛을 달고》(가서원,1990) 79쪽

 '자상(仔詳)한'은 '따뜻한'이나 '너그러운'으로 다듬습니다. '학습(學習)하려는'은 '배우는'이나 '익히는'으로 다듬고요. '의지(意志)'는 '뜻'이나 '생각'으로 다듬어 줍니다.

 ┌ 주체적(主體的) : 어떤 일을 실천하는 데 자유롭고 자주적인 성질이 있는
 │   - 한국사의 주체적 전개 / 인간은 저마다 주체적 존재로서 /
 │     서양 철학을 주체적으로 수용하다
 ├ 자진(自進) : 남이 시키는 것을 기다리지 아니하고 스스로 나섬
 │   - 자진 사퇴 / 자진 납부 / 자진 해산
 │
 ├ 학생들은 주체적으로 자진해서 학습하려는
 │→ 학생들은 자기 힘으로 배우려는
 │→ 학생들은 스스로 애써서 배우려는
 │→ 학생들은 스스로 배우려는
 └ …

 '자유롭고 자주적'인 모습을 '주체적'이라 한다는군요. 그래서 '자주적(自主的)'이 무엇을 뜻하나 국어사전을 찾아봅니다. "남의 보호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모습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남이 시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나서는 모습이 '자진'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주체적으로 자진해서'라는 말은, "스스로 하려고 스스로 나서는" 모습이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 스스로
 ├ 다른 이 도움 없이
 ├ 혼자힘으로
 ├ 제힘으로
 ├ 자기가 / 자신이
 ├ 자기 나름대로
 ├ 자기 깜냥에 맞추어
 └ …

 사람은 누구나 다릅니다. 다 다른 사람이니, 다 다르게 배웁니다. 누군가 가르쳐 줄 수 있으나, 배우는 이 스스로 자기 그릇에 걸맞게 받아들입니다. 자기 배에 알맞게 밥그릇을 비우고 자기 머리에 알맞춤하게 지식을 받아들입니다. 조금 더 마음을 쏟으며 조금 더 올바르게 배우기도 하나, 조금 더 마음을 쏟지 못해 조금 더 올바른 길을 배우지 못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늘 쓰는 말과 글이기에 더더욱 마음을 쏟아 나날이 가꾸고 보듬고 어루만지면서 한결 나은 말씀씀이와 글매무새로 거듭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늘 쓰는 말과 글이라면서 대충 밀어 놓으면서 나날이 얄궂거나 안타깝거나 비뚤어진 길로 굴러떨어지기도 합니다. 다 다른 우리들은 다 다른 몸짓과 생각과 넋으로, 말을 살리기도 하고 말을 죽이기도 합니다. 우리 스스로 일으키기도 하고, 우리 스스로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ㄴ. 얼굴생김은 소탈한 상

.. 얼굴생김은 욕심없이 소탈한 상인데, 끊임없이 무정위운동증 ..  《이시무레 미치코/김경인 옮김-슬픈 미나마타》(달팽이,2007) 119쪽

 '소탈(疏脫)한'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요. 어떤 한자로 적는지 알아본다고 하여 이 낱말뜻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소탈은 '소탈'일 뿐이라고 여길 분이 제법 많으리라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들은 '수수하다'나 '털털하다'로는, 그리고 '흔하다' 같은 낱말로는 얼굴 모습을 가리킬 수 없을까요.

 ┌ 상(相)
 │  (1) 관상에서, 얼굴이나 체격의 됨됨이
 │   - 자네는 앞으로 크게 될 상이야
 │  (2) 각 종류의 모양과 태도
 │  (3) 그때그때 나타나는 얼굴 표정
 │   - 기다리다 지친 친구는 죽을 상을 하고 있었다
 │
 ├ 얼굴생김은 소탈한 상인데
 │→ 얼굴생김은 수수한데
 │→ 얼굴은 수수하게 생겼는데
 │→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생김인데
 └ …

 보기글 앞쪽에서 '얼굴생김'이라는 낱말을 써 준 대목이 반갑습니다. 다만, 앞에서 '얼굴생김'이라고 적었으면 뒤에서 '이러하다' 하고 적으면 넉넉한데, 단출하게 글을 끝맺지 못하고 '얼굴'을 뜻하는 외마디 한자말 '相'을 붙이고 말아 아쉽습니다. '相'이 "얼굴 상"임을 모르고 이와 같이 적었을까요? 이와 같이 적으면, "얼굴생김은 소탈한 얼굴인데"가 되는 줄 몰랐을까요? '소탈'을 그대로 둔다 하여도, "얼굴생김은 소탈한데"라 하거나, "소탈한 얼굴인데"라 하거나, 정 '상'을 넣고 싶으면 "소탈한 상인데"라 해야 올바릅니다.

 ┌ 얼굴은 꾸밈없고 수수한데
 ├ 얼굴생김은 꾸밈없고 수수한데
 ├ 얼굴을 보면 꾸밈없고 수수해 보이는데
 ├ 얼굴로는 꾸밈없고 수수한데
 └ …

 한 마디 말을 하건 두 마디 글을 쓰건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차근차근 마음을 기울이고 가만히 들여다보며 곰곰이 헤아려야 합니다. 어쩌면, 한 마디 말이기에 더더욱 마음을 기울이면서 말매무새를 다듬어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짤막한 글월 두 줄이라서 훨씬 더 마음을 기울이면서 글투를 손질해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으레 쓰는 말이거니 하는 마음이 아닌, 요 자잘한 대목 한두 가지에라도 빈틈이나 어설픔이나 섣부름이 끼어들지 않도록 하는 마음이어야지 싶습니다. 큰 곳만 바라보지 말고 작은 곳을 돌볼 줄 아는 마음이어야지 싶습니다. 세상이 올바르게 흐르기를 바라는 마음 그대로, 우리 생각과 매무새와 말이 올바를 수 있도록 추스를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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