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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군사박물관에 가면 백제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기행] 백제의 혼을 느낄 수 있는 백제군사박물관을 다녀와서

등록|2009.03.29 13:14 수정|2009.03.29 13:14

그 날이 함성이 들리는 듯백제군사박물관내에 있는 실물 모형의 전투장면. 백제군사박물관에 가면 백제의 혼과 숨결을 느낄 수 있다. ⓒ 김동이


충청도 지역은 예전에 백제(百濟) 왕조가 자리를 잡고 있었던 곳으로 특히 백제의 도읍지였던 공주와 부여 등지에는 많은 백제의 유물들이 산재해있다.

백제시대의 화려했던 왕족생활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공주의 무령왕릉을 비롯하여 서동과 선화공주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부여의 궁남지 등은 그 대표적인 유적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렇게 화려했던 백제의 문화는 비단 도읍지였던 부여와 공주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지역이 한강이남 지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던 터라 백제시대의 유물은 다른 지역에서도 발견이 되고 있다.

특히, 백제시대를 마감했던 신라와의 마지막 전투였던 황산벌 전투가 벌어진 곳도 도읍지였던 부여와 공주가 아닌 지금이 논산지역이었다.

논산지역은 백제 사비시대 동방 득안성 지역으로 천혜의 요충지이자 천년을 이어 온 군사상 중요 거점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계백장군과 5천 결사대로 대표되는 백제의 마지막 전투인 황산벌 전투는 백제인의 기개와 절개를 잘 보여준 전투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논산시에서는 지난해 열린 백제문화제에서 행사의 일환으로 제1회 황산벌 전투재현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비록 계백장군이 잠들어 있는 충장사 묘역부근에서 개최가 되었으면 좀 더 의미가 깊었을지 모르지만, 드넓은 논산천 둔치에서 개최해 많은 시민들이 관람함으로써 단일행사로는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처럼 논산지역은 백제의 문화유적면에서는 부여, 공주지역보다 많은 유물이 발견되는 것은 아니지만 '황산벌'이라는 군사적 요충지가 위치해있던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유물이 발견되었다.

이로 인해 오천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에 나아가 장렬히 전사한 계백장군 묘소 주변에는 백제의 군사활동과 무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백제군사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찾아오려면?1번국도를 타고 논산방향으로 오다 보면 안내간판이 나온다. 계룡시에서도 20여분이면 도착한다. ⓒ 김동이


「계백장군은 의자왕대에 성충(成忠), 흥수(興首)와 더불어 백제의 3충신(三忠臣)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장수로, 백제 역사에서 충절(忠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의자왕 20년(660) 나당 연합군 5만여 명이 사비도성에 쳐들어 온다는 소식을 듣고 결사대 5천여 명을 이끌고 황산벌에 나아가 최후의 결전을 벌였다. 죽음을 각오한 백제군이 세 곳의 험한 요충지에 진을 치고 신라군에 대항하여 네 번이나 싸움에 이겼으나, 관창(官昌)과 같은 화랑의 죽음에 힘입어 신라군의 사기가 오르고 백제 군사의 수가 적어 계백장군은 끝까지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하고, 백제군은 패하고 말았다.
계백장군의 거룩한 뜻을 기리고 후손에게 올바른 국가관과 호국정신을 전승하기 위하여 1990년대 이후 성역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곳에는 계백장군 묘가 있고, 최근 계백장군 사당인 충장사(忠壯祠)를 건립하고 영정을 모셨다. 충장사 맞은 편에는 백제군사박물관과 야외 체험장이 있어 문화교육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계백장군 유적지 안내간판 중에서)

백제의 숨결이 있는 백제군사박물관

백제군사박물관전경 모습. 왼편으로는 계백장군을 모신 충장사가 있다. ⓒ 김동이


꽃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던 지난 27일 백제군사박물관이 있는 논산의 충절마을을 찾았다. 바람이 몹시 심하게 불었지만 박물관에는 버스를 대절해서 소풍을 나온 유아원생들이 호르라기 소리에 맞춰 막 견학을 마치고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박물관 주변의 산책 코스를 따라 사색을 즐기는 몇 몇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동안 사진 속으로만 보아왔던 백제군사박물관의 외관은 백제인들의 혼이 깃들어져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주 웅장하고 기개가 있어 보였다.

드넓은 진입로를 지나 마침내 박물관 출입문 앞에 도착했다. 왼편으로 보이는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통과해 실내로 들어가자 다시 작은 로비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입장료를 내야 전시실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백제군사박물관

ⓒ 김동이


전시실은 모두 3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백제의 군사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제1전시실과 백제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다해 싸웠던 백제군들이 사용하던 각종 무기류가 전시되어 있는 제2전시실, 그리고 선사시대부터 논산의 역사를 한눈에 조명해 볼 수 있는 제3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마치 백제의 대표적인 왕릉인 무녕왕릉의 입구와 같이 생긴 출입문을 지나 전시실 내부로 들어가면 제1전시실로 들어가기 전에 어두컴컴한 영상실이 먼저 나오는데 그곳에서는 백제의 군사활동에 관한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다.

이 상영관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면 백제의 군사활동이 시대별로 정리된 연표와 위기에 처한 백제를 수호하는데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부여의 부소산성과 웅진성, 풍납토성 등 백제의 주요 성(城)의 모형을 볼 수 있다.

토성축조과정부소산성 등 백제의 토성을 축조하는 과정이 재현되어 있다. ⓒ 김동이


특히, 이곳에는 토성을 지을 땅을 고르고, 지게로 나르고, 기둥을 세우고, 끈으로 엮고, 망치로 두드리는 등 토성을 짓는 일련의 축조과정이 재현되어 있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낸다.

혼자서도 사진촬영 가능, 역사의 주인공이 되다

혼자서도 찰~칵배경사진을 선택한 뒤 왼쪽 화면에 보이는 '사진찍기'를 누른 뒤 포즈를 취하면 된다. 사진을 찍고나서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메일로도 보내준다. ⓒ 김동이


제1전시실의 관람을 마치고 제2전시실로 이동하는 통로. 신기한 물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블루스크린이 설치되어 있고, 스크린 앞에는 각자의 취향에 맞는 배경화면을 선택해 혼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대형 사진기가 놓여져 있다.

신기하게 보여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먼저 배경화면으로 기록화를 선택한 뒤 스크린에 표시된 '사진찍기'를 클릭한 뒤 블루스크린 앞에서 포즈를 잡았다. 갑자기 안내멘트와 함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포즈를 어떻게 잡아야 할 지 당황되었다.

'6, 5, 4, 3, 2, 1.  찰~칵'

사진촬영이 끝나자 '재촬영할 것이냐, 메일로 보낼 것이냐'하는 안내멘트가 나온다.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시스템을 확인할 겸 해서 메일 전송을 택한 뒤 화면에 메일 주소를 입력했다.

'메일로 전송 된 건가? 다른 배경으로 한 번 더 찍어볼까?'

메일로 전송된 사진백제군사박물관 잡지의 표지모델이 될 수 있다. ⓒ 김동이


이번에는 말을 탄 장군을 배경화면으로 택한 뒤 사진을 찍고는 다시 메일로 전송했다. 기념이 될 만했다. 역사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도 들었다. 이곳은 혼자서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있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스크린 앞에 서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든 뒤 제2전시실로 향했다. 백제의 각종 무기가 전시되어 있다는 제2전시실 안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이 백제군의 행렬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군사행렬도가 눈에 들어왔다. 길게 늘어선 백제군의 행렬에서 그 당시의 군사행렬 모습과 의장 등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이곳을 지나면 선사시대 무기에서부터 백제시대의 무기인 도검류와 궁시류, 도끼류, 활, 화살 등 백제군이 전쟁을 수행하는데 있어 사용했던 무기들이 전시가 되어있고, 특히 백제군의 대표적인 무기였던 환두대도의 모습과 제작과정도 볼 수 있다.

이 전시실 중앙에는 전쟁을 하고 있는 백제군의 장수와 병졸들의 모습이 실물 크기로 재현되어 있어 관람객들에게 기념사진촬영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백제군의 기개와 용감무쌍함이 절로 느껴진다.

제2전시실을 지나 제3전시실로 가면 선사시대 이래의 논산의 역사를 한눈에 조명할 수 있다.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니 지역민으로 보이는 노인 두 분이 바닥에 놓여져 있는 논산의 지도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예전에는 말이여~여가 허허벌판이었는디 말이여~..."

어르신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뒤로 하고 모든 전시실의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야외체험장이 눈에 들어왔다.

투호놀이, 장기놀이 등을 즐길 수 있는 넓은 공간도 보였고, 그 위로는 모형말 두 마리가 마치 살아있는 듯 서 있으며, 가장 꼭대기에는 축조되어 있는 성의 모습도 보였다.

주말에는 특히 이곳에서 국궁과 승마체험도 할 수가 있어 어린이들은 역사공부와 함께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 수도 있다.

'참! 계백장군을 모시고 있다는 충장사는 어딨지?'

계백장군을 모신 충장사박물관 왼편으로 가면 볼 수 있다. ⓒ 김동이


박물관 관람에 흠뻑 빠져 정작 보아야 할 것은 빠뜨린 것 같다. 박물관을 나와 박물관 왼쪽편을 보니 사당으로 보이는 건물 하나가 보였다. 바로 충장사였다.

요즘 충장사 주변은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서 한참 새단장에 들어간 모습이었다. 굳이 사당안에 들어가보려고 했다면 들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일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사당 안을 들어가는 사람들도 없어서 멀찍이서나마 사당을 바라보는데 만족해야 했다.

박물관 관리에도 주인의식 갖고 만전을 기해야

갈라진 보도블럭차량이 지나다녔는지 보도블럭이 깨져있다. ⓒ 김동이


백제군사박물관을 찾은 목적을 다 이루고 나서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걸어내려오는데 박물관 관람에 정신이 팔려 미처 보지 못했던 모습이 보였다.

개관한 지 이제 갓 4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박물관 진입로의 바닥에 깔려있는 보도블럭 일부가 깨진 곳이 눈에 띠었다. 사람이 한 짓(?)이라고 보이지는 않았고, 차량이 지나다니면서 깨진 것으로 보였는데, 매표소 아래에 주차장이 버젓이 있는데도 누군가가 차량을 몰고 박물관 진입로 안으로 들어왔나 보다.

공사차량이 그런 것일까? 아니면 박물관 진입로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차가 그런 것일까? 박물관에서 공사를 하고 근무를 하고 있던 간에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을 위해, 아니 백제군사박물관을 아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박물관내로 차량을 몰고 들어와서는 안되는 일이다.

깨진 보도블럭 개관 4년여만에 밖에 안됐지만 이렇게 깨진 보도블럭이 여러군데서 눈에 띤다. 박물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김동이


기분 좋게 백제의 숨결을 느끼고 나왔는데 갈라져있는 보도블럭을 보는 순간 기분이 언짢아졌다.

한편, 백제군사박물관측은 안내책자를 통해 박물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백제 사비시대 동방 득안성 지역으로 천혜의 요충지이자 천년을 이어온 군사상 중요 거점지역 논산. 오천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에 나아가 장렬히 전사한 계백장군 묘 주변 부지에 위치한 백제군사박물관은 백제와 군사라는 성격을 부여하여 전시물을 구성, 백제시대의 유물은 물론 그 시대의 군사적 모습을 전시하는 등 백제의 군사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부지 19,778㎡, 건축면적 2,489㎡, 지하1층, 지상2층의 규모로 주요시설은 3개의 전시실과 정보검색실, 실내체험실, 기획전시실 및 야외체험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물과 영상, 그래픽, 디오라마 등을 통해 백제의 군사와 호국이라는 독창적인 주제를 가지고 전시하였다.

백제군사박물관은 2002년 착공하여 2004년에 준공하고 2005년 3월에 개관하였으며, 앞으로 백제의 군사문화를 통하여 올바른 국가관 확립과 호국정신을 키우는 역사․문화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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