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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를 반대해야 하는 진짜 이유 두 가지

코앞에 다가 온 일제고사, 이래서 반대합니다

등록|2009.03.30 16:03 수정|2009.03.30 16:03
내일로 다가온 일제고사를 둘러싸고 학부모들을 만나다 보니, 학교 선생님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배문중학교 국어선생님이자 참교육연구소장을 지내신 이철호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 <전교조 이철호 선생님> ⓒ 권영숙


- 선생님께서도 이 일제고사가 참 암담하실 텐데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 가면 좋을까요?
"일제고사 이야기가 작년부터 나오고 있는데 시민단체나 교사들의 반응은 '이명박 대통령이 제정신이 아니어서 저렇게 돌출행동을 한다'라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심지어 일제고사를 체험학습과 관련해 교사를 12명째 해임시켰는데 '저건 잘못한 거 아니냐, 저러다가 이명박이 제풀에 꺾이는 거 아니냐, 반대를 하면 안 보는 거 아니냐, 임실에서 성적조적이 발생됐을 때 그만두는 거 아니냐' 등등 많은 말들이 나왔지만 제 생각에는 절대 이명박 정부는 그만두지 않을 것으로 봐요.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는 일제고사를 실시하지 않으면 나머지를 할 수가 없어요."

- 일제고사 대신에 체험학습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한 걸로 선생님들을 징계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데요.
"당연히 납득되지 않지요. 교사들이 해직됐을 때 언론들의 반응은 파렴치범도 경징계인데 어떻게 시험 문제를 제기했다고 중징계냐면서 징계의 형평성 논란을 제기했죠. 실제로 성폭력한 교사는 3개월만에 복직됐잖아요. 이 정부는 그렇게 형평성 논란을 빚으면서도 계속 문제를 만들고 있어요. 세화여중의 김영승 선생님 같은 경우도 또다시 해직사유에 들어갔어요. 이번 3월 31일 일제고사와 관련해서 지금 현장 교사들이 불복종 선언을 하고 있어요. 불복종 선언에 참석한 분들 일부는 명단공개를 할 거예요. 원래 불복종 선언자들은 언론에 숫자만 공개되는데 그중에 일부 교사들은 '내가 했다'고 밝힐 거예요. 그런데 전국적으로 그 숫자가 몇 백은 될 텐데, 그러면 이 정부에서 그 사람들을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 이 교사들이 전에 해직된 사람들과 동일한데 '설마 500명까지 자르겠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징계할 거라고 봐요. 물론 징계 수위가 있겠죠. 그렇지만 이 사람들을 해직 안 시키면 이 전 사람들도 해직시킬 사유가 없어요. 그러면 이 전 사람들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다 해직시켜야 되는 상황이 오고 있어요."

- 내일 치르는 일제고사를 진단평가라고 하잖아요? 아이들의 수준을 파악하려면 진단평가는 필요한 것 아닌가요?
"진단평가라는 것은 교사가 '올해 내가 만난 아이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이 아이들을 진단해서 앞으로 교육활동을 어떻게 설계해야지'를 평가하는 데 의미가 있어요. 그래서 진단평가는 정부에서 문항을 주면 내가 그 문항을 가지고 학생들을 테스트를 해보고, 내가 이런 방식으로 가겠다는 교육적 의미가 있는 거예요. 그러나 그것이 교육적인 의미가 있긴 하지만 그것을 같은 날 일제히 볼 일은 아니고, 또 공개될 필요가 없어요. 교사만 알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정부는 그런 교육적 의미와 전혀 무관하게 '일제고사'라는 방식으로 치르는 것이거든요. 게다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으니까 3월 10일 하려고 했던 것을 3월 31일로 연기해서 해요. 그러나 3월 31일이면 교사들은 이미 아이들의 학습상태를 다 진단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이런 일제고사라는 방식으로 시험을 보고 그 성적을 공개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정부가 가고자 하는 길이라는 거지요. 지금은 예정된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있죠."

- 이명박 정부가 벼랑 끝으로 꼭 가고자 하는 이유가 뭔가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교사를 해임했고, 앞으로도 많은 문제가 불 보듯 훤한데 이렇게 꼭 가려는 이유가 뭘까요?
"그걸 말하려면 왜 정부가 일제고사를 치르려고 하는지를 알아야 돼요. 일제고사를 학자들이나 일반 사람들이 바라볼 때는 교육적인 문제로만 봐요. 그래서 진단평가가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학업성취도 평가가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하면서 이건 비교육적이다, 라고 하는데 정부가 일제고사를 치르는 목표는 다른 두 가지 목적이 있어요.

그 하나는 책무성을 묻는다는 거예요. 교육에 관한 책무, 학교 교육에 관한 책무는 국가가 져야 하는 거거든요. 이 국가가 교육체계를 만들어놓고, 교사를 선발해서 교육과정을 운영했기 때문에 교육에 관한 책무를 당연히 국가가 져야 하는데 이 정부의 방식은 교육에 관한 책무를 묻는 주체를 바꾸는 거예요. 그래서 이 정부가 처음에 무엇을 했냐 하면 학교교육에 관한 모든 권한을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했어요. 정부는 일제고사만 치르면 이 결과를 지역에 묻는 거지요. 그러니까 임실군이 시험을 조작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예를 들어 과천지역에서 시험성적이 나쁜 건 경기도교육청의 문제예요. 그래서 지역에 책무을 묻고, 개별 학교에 묻고, 학교 교사에게 책무를 묻는 것이 이 시험의 근본 목적이에요.

또 한 가지, 공개 목적이 있어요. 일제고사가 교육적인 진단이 목적이라면 교사 개별적으로만 알면 돼요. 그런데 이번 일제고사의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개한다는 거예요. 지역별로, 학교별로 공개한다는 거죠. 이것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갑자기 졸속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에 한나라당 교육상임위에서 교육정보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어요. 그래서 학교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한다, 라고 하는 거구요. 그 전에 전교조에서 네이스 문제로 싸운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다 연관된 거예요. 일제고사는 1995년 5월 3일 교육 개혁안이 나올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되어 온 최후의 완성단계이고 이명박 정부는 마지막 정리하는 과정이에요."

-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준비된 것이라면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된 것인데 그때 만들어진 교육정보에 관한 특별법의 요지는 뭔가요?
"교육정보공개에 관한 특별법의 요지는 '학부모의 알 권리, 수요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학교에 관한 모든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 이게 핵심이에요. 다시 말해 그때 공개하는 것의 핵심은 그 학교의 학력을 알려주는 것이에요. 평준화된 학교에서 그 학교의 학력을 알았다고 해서 안 갈 수 있나요? 그렇다면 그 학교가 좋지 않으니까 안 갈 권리를 보장해줘야 알려준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정보를 공개해서 이 학교는 전국에서 1000등짜리 학교이고 이 학교는 전국에서 1500등짜리 학교인데, 만약 1000등짜리 학교에 배정되면 다행이지만 만약 1500등짜리 학교로 배정되면 학부모가 어떻게 하겠어요? 자식을 사랑하는 학부모로서 할 일은 교육청에 가서 재배정해달라고 농성하는 것밖에 더 있겠어요?

저는 교사이기 때문에 알아요. 이 동네가 1000등 한 것은 재개발해서 래미안 아파트가 들어온 것 때문이고, 1500등 한 저 동네는 아직 재개발 전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걸요. 즉 지역차이 때문에 성적에 차이가 있는 것이지 학교의 교사문제가 아니거든요. 교사는 이동하거든요. 과천여고 교사가 과천외고 교사가 되듯이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교사문제가 아니라 학교를 둘러싼 지역의 문제예요.

그런데 이 문제는 고대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학교간의 성적을 반영해야 하는 게 아니냐 하는데 지금 입시파동의 정체예요. 그게 바로 고교등급제라고 하는 것이죠. 이명박 정부는 그걸 위해 정부가 출범할 때 대학 입시를 자율화했어요. 대학입시 자율화가 뭐냐하면 선출된 정부(임기를 가진 정부), 제한된 임기를 가진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교육정책은 대학 입시에 손대는 것이에요. 초등학교를 개혁하려면 적어도 6년을 돌려야 하는데 자기 임기가 지나가요. 그래서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정책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더 이상 없어요. 그래서 선출된 임기를 가진 정부는 딱 하나만 하죠. 입시를 건드려요. 그러면 초중등도 입시에 따라 움직이고, 대학도 입시에 목매죠. 왜냐하면 그것이 학생선발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 일제고사 반대 퍼포먼스 ⓒ 권영숙


                                           
- 대학에 자율권을 준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명박 정부는 대학입시엔 손을 안 대고 딱 자율에 넘기는데, 넘긴 주체가 바로 '대교협'이라고 하는 곳이에요. 대학총장들의 협의체죠. 기업으로 따지면 경영자 총연합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기구가 자율적으로 대입 정책을 결정하도록 하고 정부는 손을 딱 떼요. 다시 말하면 대학교육정책을 시장에 넘긴 거죠. 시장에 넘기니까 대교협에서 내거는 핵심의 요지는 3불 정책을 폐지하라는 거예요. 3불이 고교등급제, 논술형 본고사, 기부금 입학제인데요. 고교등급제는 이미 고대나 연대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다 드러났구요, 서울대를 비롯해서 이야기됐던 논술은 자율화됐어요. 말만 본고사라고 안 하면 돼요. 마지막으로 기부금 입학제만 남았는데 대교협에서는 풀어달라고 요구하지만 아직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을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가고 있는 것이죠.

여기서 핵심이 고교등급제라고 하는 것인데 지금은 평준화된 시스템이어서 어떤 학교든 동질의 학생들이 배정된다는 원칙이거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학교 간에 학력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학력차를 반영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기득권층의 주장이구요, 진보진영 주장은 '그건 지역 간에 불평등이기 때문에 안 된다'라고 하는 것이죠. 그런데 알 권리라고 하는 개념을 집어넣어서 일제고사를 보고, 그 성적을 공개하고 그 차이를 대입시험 정책에 반영하는 거죠. 그게 바로 고교등급제예요.

결과적으로 대학에서 고교등급제를 실시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로서는 이 학교가 1000등이고 저 학교가 1500등이라면 당연히 교육청 앞에서 1000등짜리 학교에 배치시켜 달라 농성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정부로서는 학부모들의 이 많은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없으니 학교 학생들을 배정해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거지요. 그래서 개별 학교가 학생을 선발하는 겁니다. 만약에 이 학교가 기피학교이고 이 학교가 선호학교라면, 강제로 기피학교로 학생들을 보낼 수 없다면 개별적으로 학생이 알아서 학교를 선택하라는 것, 이게 바로 수요자의 선택권이고, 일제고사가 가고자 하는 길이죠."

- 그렇게 되면 학교에서도 우수 학생을 선발하려고 엄청난 경쟁을 벌일 것 같은데요?
"그렇죠. 예를 들어 지금은 체험학습을 하는데 학부모가 '체험학습을 보내겠습니다'라고 이야기했을 때 선생님이 '안 돼요. 반드시 시험을 봐야 합니다'라고 하지만 개별 학교 성적이 공개되면 학교는 그렇게 안 합니다. 왜냐면 선택은 양방향이기 때문이죠.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는 것 같지만 실은 학교가 학생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학교로서는 학교 등수가 공개되는 것이 생존이 걸린 문제죠. 유일한 평가 기준이 성적인데 학교에서 학생을 뽑을 때 어떻게 뽑겠어요? 당연히 성적순으로 뽑겠죠.

학생과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가 있다면 반대로 학교에서 선호하는 학생들이 있는 거예요.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교육으로부터 조직적으로 쫓겨나고, 배재되는 거죠. 그런데 정부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일제고사를 왜 치르느냐? 어려운 학교가 어딘 줄 알아야 그 학교를 지원해줄 것 아니냐, 라고 말하지만 결론은 이렇게 되는 거죠. 일제고사 결과로 인해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한 학생들은 교육으로부터 조직적으로 쫓겨납니다. 제가 보기엔 이것이 일제고사를 반대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 그러면 이명박 정부는 이 길을 꼭 가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일제고사가 원래 가지고 있는 반교육적 성격이 명확하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이미 10명이 넘는 해직교사가 있고, 불복종 선언으로 그 뒤를 이어갈 교사들의 징계들이 예견되어 있기 때문에 일제고사는 외면할 수가 없는 문제죠. 그래서 관심을 두어야 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부모들이 일제고사가 나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 이런 관점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교육문제를 학부모가 볼 때 '우리 애는 공부 잘하니까' 식의 관점이 아니라 일제고사라고 하는 것이 국가의 교육적인 책임을 떠넘기는 문제가 있고, 학교 교육을 정부가 포기하려는 것이 핵심임을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철호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몇 번이나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고등학교 선생님이 전교조로 해직될 위기에 처했을 때, 그토록 싫어하던 교장에게 친애한다는 말까지 써가며 그 선생님을 변호했던 지난날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교단에서 쫓겨날 지도 모르는 그 길을 뻔히 알면서도 당신들의 기득권을 접으며 가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에 제 마음이 아픕니다.

죄 없는 선생님은 교단으로, 성폭력한 선생님은 감옥으로 보내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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