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삼태백', 20대는 '어찌할꼬'
우리나라의 고용 문제가 아쉬운 이유
▲ 베스트 셀러 <88만원 세대> 표지 ⓒ 레디앙 미디어
어제(29일) 저녁, 평소에 알고 지냈던 형에게 전화를 걸어 오랜만에 안부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동안 각자의 분야에서 서로 바빴기 때문에 오랜만에 연락이 통해서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죠. 서로에 대한 근황을 시작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저와 연락이 드물어진' 다른 형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형들 모두 30대 초반이어서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졌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바야흐로 '삼태백(삼십대의 태반이 백수)'의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하더라도 20대의 태반이 백수라는 뜻에서 '이태백'이라는 용어가 유행했고 청년 실업 문제가 사회의 새로운 이슈로 부각 되었지만, 이제는 이태백도 모자로 삼태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지난 29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15세 이상 인구 중 비경제 활동인구는 1천623만명으로 1999년 6월 이후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실업자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데, 이는 30대 실업자들이 20대 못지 않게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로서도 이태백을 넘어 삼태백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현실에서 피부로 느낍니다. 특히 단기 알바 현장에 나가면 30대 백수분들을 접한 경우가 여러번 있었습니다. 직장을 스스로 그만두거나 해고되면서 경제적인 이득을 얻지 못해 단 한푼이라도 벌고자 단기 알바 현장에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요. 몇몇 분은 대학교 졸업한 지 몇년 되었음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알바 인생을 전전하는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40대 두 분은 저와 함께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일은 상상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2005년에 군대가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단기 알바 현장에서 30대 아저씨들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었죠. 현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20대 후반의 알바생들도 지금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 군대에서 제대한 다음날 어느 모 의류행사 단기 알바 하러갈때 저를 포함한 22명이 일을 했었는데 대부분 27~29세였고 당시 24세였던 제가 막내였던 겁니다. 25세는 3~4명 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형들에게 취업 어떻게 되었냐고 하니까 "직장 그만두어서 이렇게라도 돈벌이하고 있다", "아직까지 직장 못 구해서 이런거 하고 있다"는 말들을 하더군요.
그러더니 이제는 알바 현장에서 30대 분들을 접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직장인과 알바를 병행하면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려는 분들도 있겠지만 백수 상태에서 알바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씁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연말까지 스리잡과 포잡까지 병행하며 알바를 했던 저로서는 이러한 현실이 막막하다는 느낌 밖에 들지 않더군요. 워낙 불경기인데다 고용시장까지 불안하다보니, 다른 누구보다 학력과 스펙이 좋지 않은 저로서는 '앞으로도 알바 인생에 머물러야 하나?'는 마음속 걱정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비단 알바 뿐만은 아닙니다.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다시 학업에 전념하면서 취업을 준비하거나 또는 집에서 노는 30대 백수 분들 또한 많다는 점이죠. 그들 중에는 취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지 않고 부모의 재산에 의존하는 30대 백수분도 있다고 합니다.(제가 아는 사람 중에 이러한 유형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이러한 사람을 '캥거루족'이라고 하죠.) 급기야 십장생(십대도 장래실업을 생각한다)는 용어까지 새롭게 등장할 만큼 이 나라의 실업 문제가 안타까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계속된 경기 침체로 고용 사정이 안좋아지고 앞으로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서(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에 의하면) 실업 문제로 인한 사회 문제는 더 커질 것입니다. 요즘에는 청년인턴제와 잡셰어링이 도입되었지만 실업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기 위한 핵심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사람들의 견해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면 몰라도, 이대로는 실업 문제를 완전히 해결짓기가 어렵습니다. 더 골치 아픈것은 이태백이든 삼태백이든 너나 할 것 없이 냉혹한 사회의 현실 속에서 필요없는 존재가 된 것 처럼 무력감에 빠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죠.
현재 삼태백이 늘어나는 것은 안타까운 현상이지만, 문제는 20대의 암울한 미래입니다. 베스트 셀러 <88만원 세대>가 말했던 것처럼, 승자독식이 기정사실화된 현재의 경제 정책이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20대의 90%는 평생 비정규직 노동자(알바 포함)가 되어 평균 88만원의 임금(그것도 세전 금액)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승자독식 사회였고 IMF 이후에도 계속 그랬습니다. 옛날에는 대학교 졸업장만 있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경쟁 체제가 확고하게 두드러지면서 사회의 질서는 가혹하게 변했으니까요. 20대들에게는 그리 아름답지 못한 미래입니다.
이미 메스컴에 알려진 것처럼, 20대가 처한 환경은 좋지 않습니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주저하는 것은 물론이며 신입들의 연봉까지 깎으려고 합니다. 이에 20대들은 더 많은 연봉을 원하고 있지만 현실과 윈윈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 어떤 취업 준비생은 취업 지원서 30개, 50개까지 보냈음에도 단 한 곳도 '입사하라'는 말을 업체에서 듣지 못했다죠. 이제는 취업 대기자까지 늘어나면서 20대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비정규직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20대들 입장에서는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해마다 방학때가 되면 알바 자리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대학생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심지어 겨울방학을 맞은 고3까지) 어쩌면 이것이 한국 고용 시장의 미래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개인적인 걱정이 듭니다. 아니면 이미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 되었겠지만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하늘이 무너저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격언처럼 자기가 알아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분명히 나중에 좋은 일이 벌어지겠죠. 사회가 자신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이 알아서 스스로 나서야 합니다. <88만원 세대>라는 베스트 셀러가 결론 내린 것처럼 짱돌 던지고 바리케이트를 쳐야 하겠죠. 저도 88만원 세대 겸 대학생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돈을 많이 벌으면서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이태백이든 삼태백이든, 결국에는 자신의 의지가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주어진 현실 앞에서 포기하면 나중에는 어떻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회 현실이 야속하긴 합니다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사회와 부딪쳐야 하겠죠. 고용 및 실업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어 누구나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bluesoccer.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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