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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천신일 유착관계는 어디까지?

박진 의원 소개에다 회사 지분 매입까지... 검찰도 두 사람 관계에 촉각

등록|2009.03.30 17:24 수정|2009.03.30 17:24

▲ 2008년 5월 28일 중국을 국빈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숙소인 조어대에서 조찬 간담회에 앞서 천신일 세중관광 회장 등 수행 경제인들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MB 친구'로 불리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박연차 리스트 파문'의 주연일까 조연일까?

천 회장이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등과 함께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박연차 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박진 한나라당 의원을 박연차 회장에게 소개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검찰은 두 사람의 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다가 천 회장이 운영하는 한 회사의 지분을 박 회장이 거액을 주고 매입한 사실도 확인돼 두 사람의 유착관계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권력의 핵심 중 핵심인 천 회장을 끌어들인 건 대단한 일"

박연차 회장과 천신일 회장은 '30년 지기'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인사는 "박 회장과 천 회장은 수십 년간 서로 알고 지낸 사이"라고 귀띔했다. 천 회장도 "박 회장과는 형님 동생 하는 사이"라고 말할 정도다.

박 회장은 지난 2006년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를 헐값에 인수한 뒤 3명의 사외이사를 전격 해임하고 천 회장을 사외이사로 앉히며 끈끈한 친분관계를 과시했다. 그는 천 회장이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맡은 직후인 1997년부터 부회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러한 박 회장과 천 회장의 관계가 '박연차 리스트 파문'과 엮이기 시작한 것은 '박연차 대책회의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이종찬 변호사와 천 회장,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모처에서 머리를 맞댄 것은 지난해 7월. 국세청이 태광실업·정산실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이기 직전이었다. 이들은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검찰고발로 이어질 경우 정·관계 로비의혹이 터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차 대책회의'에 참석한 이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의 첫 청와대 민정수석이었고, 김 전 청장은 박 회장의 사돈이었다.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현 정권의 숨은 실세다. 특히 그는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전 회장은 물론이고 이건희 전 회장과도 친분이 두터워 현 정권과 삼성을 잇는 채널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박연차 대책회의 의혹이 불거지기 전부터 박 회장은 이명박 정부와 끈이 닿을 수 있는 천 회장과 이 전 수석을 통해 구명운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러한 의혹에는 천 회장을 '로비스트 자질을 갖춘 사업가'라고 보는 업계의 시각도 반영돼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아무 때나 밥을 먹을 수 있는 사이인 천 회장은 권력의 핵심 중 핵심"이라며 "그런데 박 회장이 그런 천 회장을 움직인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권교체 이후 기업들은 정권 핵심부와 기업을 연결할 수 있는 유력 통로로 천 회장을 꼽았다. 그런 힘을 가진 천 회장이 박연차 대책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가 두터웠다는 얘기다.

박진 소환조사로 다시 드러난 '박연차 파워'

두 사람의 유착관계는 지난 27일 '박연차 리스트'에 포함된 의외의 인물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다시 세간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박진 의원은 지난해 3월 20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경제사절단 환영만찬 행사에 참석했다. 천 회장의 주선에 따른 참석이었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베트남 명예총영사'의 칭호를 받은 박 회장이 마련한 이 자리에는 응웬 푸 쩡 베트남 국회의장도 참석했다.

검찰은 "박 의원이 축사를 마치고 만찬장을 빠져 나가는데 박 회장이 호텔 로비 복도에까지 따라 나와 2만 달러 건넸다"고 주장하고 있고, 박 의원은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특급호텔 복도에서 돈을 받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박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복도에서 현금을 줬다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 어떻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돈을 받을 수 있느냐"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과 박 회장의 진술이 상반되는 가운데, 박 의원이 천 회장의 주선으로 박 회장 주최 행사에 참석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박연차 파워'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이와 함께 '천 회장이 박 회장의 로비스트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 의원이 검찰소환조사를 받았던 날(27일)에는 공교롭게도 세중나모여행사 주주총회가 열렸다. 하지만 천 회장은 '박연차 파문'에 연루됐다는 언론의 의혹제기가 불편했던지 참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애초 천 회장이 연루됐다는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은 수사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연차 리스트 파문과 관련된 박 회장과 천 회장의 연결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이상 천 회장과 관련된 의혹을 마냥 외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박 회장, 천 회장 회사 지분 2.09%를 7억 원에 매입 눈길

한편 박 회장이 지난 2003년 자신이 운영하던 정산개발을 통해 세중게임박스(현 세중아이앤씨)의 지분 2.09%를 인수하는 데 7억 원을 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세중아이앤씨는 천 회장과 그의 일가가 45.51%를 소유하고 있는 천 회장의 회사다.  

세중아이앤씨의 한 관계자는 3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지난 2003년 박 회장이 2.09%의 지분을 7억 원에 매입했다"고 말했다. 다만 '장외거래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는 의혹과 관련, 그는 "당시 삼성증권에서 평가를 했던 것으로 안다"고만 설명하고, 지분 매입 배경에는 "모른다"며 말문을 닫았다.
 
지난 2002년 9월 설립된 세중게임박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게임기 '엑스(X)박스'를 국내에 유통시켰던 회사다. 지난 2007년 세중아이앤씨로 회사명을 바꾸고 유가증권 투자, 경영컨설팅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7년 12월 기준으로 자산 83억여 원, 매출 30억여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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