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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라수목원에 흐드러진 벚꽃

<시가 있는 풍경> 벚꽃이 필 때

등록|2009.03.31 09:16 수정|2009.03.31 09:16

▲ 흐드러진 벚꽃 ⓒ 이승철


참 곱게 피어났구나.
하늘 뒤덮은 희부연 황사 속에
화사하고 밝은 얼굴
세상이 온통 환해졌구나.

참 따스한 얼굴이구나.
꽃샘추위 저리 차가운데
밝고 온화한 미소
내 마음까지 녹여주는구나.

싸늘한 봄비 맞으며
온몸으로 봄을 열었구나.
곱디고운 어여쁜 자태
따사로운 햇살 같구나.

아픔과 상처로 얼룩진 세상에
조용한 수줍음으로 피워낸 웃음
소리 없이 퍼져나는 달콤한 향기
온 누리가 웃음으로 가득하구나. 

- 이승철의 시 '벚꽃이 필 때' 모두

▲ 한라수목원입구 도로풍경 ⓒ 이승철


▲ 만개한 벚꽃 ⓒ 이승철


시작노트 : 이번 제주 여행의 주목적은 한라산 등산이었지만 우리나라 남쪽 바다에 있는 섬, 제주도에 맨 먼저 활짝 피어나는 벚꽃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여행 첫날 제주 공항에 내려 시가지로 나섰을 때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가로수 벚꽃들은 자못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여행  마지막 날인 3일째 찾은 한라수목원은 입구 도로 좌우에 서 있는 벚나무들부터 새하얗게 활짝 피어 있는 모습이 여간 황홀한 풍경이 아니었다. 더구나 수목원 안으로 들어가자 동산 입구 하늘을 뒤덮은 벚꽃은 대단한 장관이었다.

▲ 황홀한 벚꽃 ⓒ 이승철


▲ 벚꽃 아래 즐거운 일행들 ⓒ 이승철


일행들은 모두 와아! 하고 환성을 터뜨렸다. 모두들 제주의 벚꽃에 그만큼 관심과 기대를 하고 있었던가 보았다. 날씨는 제법 썰렁했다. 가이드의 이야기는 제주도의 하늘도 옛날 같지 않고 가끔씩 희부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제주지역까지 중국의 황사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황사와 꽃샘추위 속에서도 벚꽃은 화사한 자태로 아름답게 피어나 모처럼 제주를 찾은 우리 일행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듬뿍 안겨주고 있었다. 아름다운 벚꽃 그늘에 모여 앉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우리 일행들뿐만이 아니었다. 제주를 여행 중인 중국인들도 웃음꽃을 피우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 벚꽃 산책로 ⓒ 이승철


▲ 화사한 벚꽃 ⓒ 이승철


아름답게 피어난 꽃을 보며 즐겁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고달픈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일수록 무엇인가에 위로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것이 비록 대화가 되지 않는 식물일지라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되는 것, 바로 아름답게 피어난 꽃이 아니겠는가.

올봄 들어 가장 먼저 피어난 벚꽃을 기대하며 떠난 여행길,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제주시 한라식물원에 황홀하게 피어난 벚꽃들은 우리 일행들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은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의 선물을 듬뿍 안겨주고 있었다.

▲ 벚꽃의 향연 ⓒ 이승철


▲ 벚꽃길에서 사진 찍는 중국인 관광객들 ⓒ 이승철


▲ 벚꽃과 목련꽃 ⓒ 이승철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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