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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석 처리해도 시험 안 치고 체험학습 가서 좋아요"

상당수 학생들 체험학습 실시... 경남 지역 140여 명, 낙동강 답사 등 나서

등록|2009.03.31 10:14 수정|2009.03.31 11:38

▲ 31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일제고사를 치지 않고 체험학습에 나선 학생들이 창원운동장 정문에 모여 있다. ⓒ 윤성효


"시험 안 보고 싶어요. 시험 안 쳐서 좋아요."
"친구들이 부럽대요. 부모들이 못 가게 해서 안 된대요."
"결석 처리하더라도 시험 안 치고 체험학습 가요."

31일 전국 초등학교(4~6학년)·중학교(1~3학년)을 대상으로 학력진단평가(일제고사)가 실시된 가운데, 상당수 학생들이 시험을 치지 않고 체험학습을 떠났다. 경남교육연대는 창원·마산·김해·진주·사천 등에서 온 학생 140여 명과 학부모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체험학습을 실시했다.

창원지역 체험학습 참가자들은 이날 아침 창원공설운동장 정문 앞에 모여 버스를 타고 낙동강으로 떠났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시험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이예지(초등4)양은 "어제 친구들한테 시험 치지 않는다고 했더니 좋겠다고 하더라"면서 "일제고사 안 보고 체험학습 가게 되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어머니 유정자씨는 "지난주 담임교사와 전화통화를 했는데, 아이는 지난해 일제고사를 한번 치렀기 때문에 또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면서 "담임교사는 모두 보기에 봐야 하지 않느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심형식(초등6)군은 "학교마다 성적을 공개하잖아요. 그러면 성적이 높은 학교로 몰릴 것이고, 성적이 낮은 학교로는 가지 않을 것이고 폐교될지 모른다, 그랬더니 폐교되든 말든 상관이 없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중3 아이와 함께 온 어머니 김세련(43)씨는 "가족회의를 두 차례나 했고, 시험을 치지 않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시험을 안 치기로) 결정했다"면서 "학교에서는 시험을 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지만, 일제고사를 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중3 남학생은 "친구들도 체험학습을 가고 싶다고 했는데, 부모들이 허락하지 않아서 못한다고 하더라"면서 "학교에서 결석 처리하는 등 불이익이 있더라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중1·중3 형제를 둔 한 어머니는 작은 아들과 함께 체험학습에 참가했다. 어머니는 "큰아들은 시험을 치겠다며 학교에 가더라"면서 "시험을 칠 것인지 안 칠 것인지를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홍순일(초등4)군은 "시험 치기 싫어서 왔다"면서 "아이들이 어디 가는지 물어 보기도 하며 관심을 보이더라"고 말했다.

이날 학교 앞에서 일제고사 반대 1인시위를 하고 온 학부모들도 있었다. 학부모와 일부 교사들은 이날 아침 창원 대방초교와 삼정자중학교 앞 등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 31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일제고사를 치지 않고 체험학습에 나선 학생들이 창원운동장 정문에 모여 있다. 학생들이 체스 놀이를 하고 있다. ⓒ 윤성효


한 학부모는 "1인시위를 하는데, 학생들이 너무 좋아 했으며, 학생들은 '시험 보기 싫다'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아이들이 둘러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전했다.

진선식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대부분 아이들은 부모와 의논해서 체험학습 참가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아이들이 생각하는 대로 했으면 좋겠는데, 결석을 감수하면서 참석한 것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금주 민주노총 경남본부 부본부장은 "이전에는 체험학습을 가겠다고 신청했다가 취소하는 사례가 간혹 있었지만 이번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났고, 거창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10명이 참가하기도 했으며, 경남 전체 140명이 체험학습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이보경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부장은 "일제고사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있듯이, 낙동강도 보존과 개발에 있어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으로 체험학습을 떠난 참가자들은 창녕 남지 일대를 답사한다. 이들은 아지리~용산리 숲길 2.5km를 걷고, 남지철교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본포나루터에서 모래를 밟고 쑥도 캐면서 공동체 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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