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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피안앵

화엄사 지장암 올벚나무

등록|2009.03.31 13:50 수정|2009.03.31 16:47
지리산 화엄사 앞 계곡
다리 건너가면 거기
내 젊은 날 무전여행의 한때
하룻밤 묵어갔던 암자 지장암 있네
그때 고마움 잊지 못해
언제 한 번 꼭 그곳에 다시 찾아가리라 벼르다가  
작년 늦봄에야 겨우 찾아갔더니
주지 스님 입적하신 지 한참 됐다 하네
그 길로 노고단 올라가
스님  정성껏 싸주신 도시락
노고할미 불러 함께 나눠 먹던 일
어제 일이런듯 아직도 생생하건만
피안 가는 일 무에 그리 급하다고
그리도 바삐 가셨는지

늘 정시(定時)보다 늦게 도착하는
내 게으른 그리움 탓하면서
해마다 4월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서
사바중생들, 그 꽃 바라보며 잠시나마 
세상살이 고통 잊는다 하여 
피안앵(彼岸櫻)*이라 불리는   
승방 뒤편 올벚나무 찾아가     
이 세상 어디에
지속 가능한 피안이 있느냐 물었더니  
자기 역시 그 길 알지 못해
삼백쉰 해 동안 하릴없이 이곳에 머물고 있노라 답하며
늙은 올벚나무 허허로이 웃음만 날렸네.


* 피안앵(彼岸櫻 : 천연기념물  제38호 화엄사 지장암 올벚나무의 별칭. 다른 벚꽃보다 일찍 핀다 하여 올벚나무라 부르는데 아마 지금쯤 활짝 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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