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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스님 왜 그렇죠?

부부사이, 칼로 물베기? 과연 그럴까...

등록|2009.04.01 15:45 수정|2009.04.01 15:45
"엄마? 엄마가 아빠 쫓아다녀서 결혼했다며?"
"누가 그러디?"
"아빠가. "
"진짜, 아빠가 그래?"
"어! 자기는 별로 마음에 안 들었는데 엄마가 하도 쫓아다녀서 결혼했다더라. 엄마 의외로 보는 눈이 높아~"
"윽!!!!!!!!!!!!!!! 너 좀 짜증난다. 엄마가 어디 니 아빠보다 못해서 보는 눈이 높다는 거야?"
"아빠가 엄마보다 잘생겼잖아. 내 말도 잘 들어주고."

진짜 저 열 확 받습니다. 아니 저 그렇게 안 쫓아다녔거든요. 제가 어디가 부족하다고 남자 뒤를 쫄쫄 따라다녔겠습니까. 물론 제가 남자들한테 인기가 없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무인도에 떨어져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여자 1위, 바로 저였습니다. 그런 애들을 친구라고 아직도 만나니 제가 바보죠. 암튼,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제가 남편 옆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는데 괜히 자기 보는 줄로 착각하더라구요. 애들한테 교육상 그렇게 말할 수도 없고... 쩝쩝.

어쨌든 이 부부는 저와 다르게 남편이 부인을 쫓아다닌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나 좋다고 쫓아다니는 남자랑 결혼하면 억수로 부려먹고 살 텐데 이 분은 왜 괴로우신지 들어볼까요? 혹시 남편이 변심을?

질문 

남편이 3년 이상 저를 따라다니며 결혼해 달라고 졸랐어요. 그걸 계속 외면하는 건 사람을 너무 괴롭히는 것이라는 마음에서 결혼을 했는데, 결혼 생활을 하면서 처음 그 마음이 완전히 버려지지가 않습니다. 아이가 둘 있는데, 큰아이와 남편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남편이 아이를 많이 힘들게 해서 아이도 힘들고 저도 힘듭니다. 이제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헤어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법륜스님 답변

아직 같이 사세요, 아니면 별거 중이세요? 같이 살기 힘들면 오늘 집에 가서 정리하고 '안녕히 계십시오'하고 정리하세요. 헤어져도 또 그런 대로 살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해결되지 않고 남는 일은 엄마와 아이 사이의 갈등입니다. 남편과 겪은 갈등보다 열 배 이상 많은 갈등이 앞으로 질문하신 분과 아이 사이에 있을 것입니다. 남편과 헤어지면 아이로 인해 겪을 괴로움이 남편으로 인한 괴로움보다 훨씬 더 크고 오래 갑니다. 남편은 이혼해서 갈라서면 되지만 아이하고는 갈라설 수가 없습니다. 헤어지면 처음 1년 동안은 괜찮겠지요. 그러나 곧 아이와 갈등이 심각해질 것입니다. 그러니 그걸 알고 선택하면 됩니다.

얽힌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두 가지

얽힌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칼로 딱 잘라 버리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하나 풀어내는 방법입니다. 칼로 잘라 버리는 방법은 집에 가서 남편에게 "안녕히 계십시오"하고 내일부터 여기 절에 들어와 사는 겁니다. 여기 들어와서 가정 불화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돌봐주고, 부부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도저히 그렇게는 하지 못하겠다면 이제는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야 합니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리 얽히고설켜 있어도 하나씩 풀어내면 언젠가는 풀리게 되어 있습니다. 남편과 처음 만나던 때로 돌아가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얽힌 것을 하나하나 풀어내야 합니다.

자식은 나와 남편과의 인연의 과보입니다. 남편과 아이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했는데, 사실 이 문제의 핵심은 나와 남편의 갈등입니다. 이것은 이혼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로 인한 괴로움이 더 커집니다. 왜냐하면 같은 인연의 줄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을 처음 만나던 때로 돌아가서 풀어라

이것은 결혼하기 전, 남편을 처음 만나던 때로 돌아가서 풀어야 합니다. "여보,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내가 당신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내 마음대로 해서 당신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어요. 그래서 당신이 그 화를 못 이겨 아이와 저렇게 다투니 모두 다 제 잘못입니다. 여보, 이제 마음 푸세요." 이렇게 남편에게 절을 하면서 끊임없이 참회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편이 뭐라고 하든, 거기에 영향을 받지 말고 "여보, 죄송해요. 저 때문에 또 화나셨군요. 죄송해요." 이렇게 어린애 달래듯이 달래야 합니다.

남편과의 갈등은 1년 정도면 풀리겠지만, 아이가 좋아지려면 적어도 3년은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도망을 가더라도 세세생생 인연의 끈이 따라다닙니다. 깊은 바다나 산 속에 숨어도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가 없습니다.

▲ 즉문즉설을 해주시는 법륜스님 ⓒ 권영숙


전생 얘기는 할 필요도 없고, 지금 생에서만 한번 살펴봅시다. 남자가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 안 받아줘서 몇 년이나 애태우며 따라다니다가 마침내 목표가 달성되었다면, 그 마음이 어떨까요?

자기를 받아준 것을 고마워하며 평생 상대를 위해 헌신하는 마음이 될까요? 그러면 좋겠지만 사람 마음이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너 때문에 3년이나 이렇게 고생했으니 이제 네가 나에게 할 차례다' 이런 마음이 되는 게 보편적인 사람의 심리예요. 그동안의 세월을 보상받고 싶은 것이지요.

그러니 누가 목숨 걸고 매달릴 때는 인정사정없이 딱 잘라야 합니다. 그래야 과보를 피할 수가 있어요. 이건 우스갯소리가 아닙니다. 목숨 걸고 따라다닐 때는 엄청난 기대가 있습니다. 한눈에 반했다는 건 횡재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러니 그럴 때는 절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그리고 만일 그걸 받아들이려면 그 사람의 기대에 맞출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가 나를 천사로 보면 천사가 되고, 그가 나를 부처로 생각하면 부처가 되어야 합니다.

나를 이렇게 따라 다니니 결혼해 준다?, 착각이다

'이 사람을 너무 괴롭히는 것 같으니 결혼하자' 이런 생각으로 받아들였다고 하는데, 그건 착각입니다. '이렇게까지 따라다니니 나한테 잘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결혼을 한 거예요. 그런데 그 사람 마음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이 이치를 깨닫고 그 사람의 종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결혼하는 순간부터 "여보, 나 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애를 쓰셨어요. 죄송해요. 제가 금방 받아들일 건데 당신을 3년이나 고생시켜서 미안해요" 하고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마음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니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남편은 고지를 점령했으니 '내 할 일 다 했다' 하고 이제 바라기만 하고, 아내는 '네가 그렇게 따라다니니 동정해서 결혼해줬다'고 생각하니 서로 맞을 수가 없습니다. 둘 다 어리석은 것이지요.

그렇게 따라다녀서 결혼을 해 줬는데, 이분 생각에는 남편의 마음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겠지요. 그러나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기를 쓰고 고지를 점령해놓고 보니 별것 아니에요. 그러니 얼마나 실망이 크고, 얼마나 화가 나겠어요? 이렇게 실망하고 후회할 때 아이가 생긴 것입니다. 마음 속이 상대에 대한 미움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아이를 갖고 아이를 낳아 키우니 그 아이의 마음이 어떻겠어요? 미움의 씨앗으로 아이가 생기고 자란 것이지요. 그러니 이렇게 하려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살면서 계속 '남편은 인간이 아니다' 하고 생각하니, 그 마음이 남편에게 전해지겠지요. 남편 입장에서는 아마 엄청나게 화가 치솟을 것입니다. 남편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를 때마다 아이를 껴안고 속상해 하니 아이 마음이 어떻겠어요? 어릴 때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 편입니다. "해도 너무 한다. 저게 인간이야" 하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자라면서, 아이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키웁니다. 설령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그러니 아이와 아버지는 철천지원수가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남편과 갈라서면 이제는 그것이 모두 나에게 돌아옵니다. 아이 마음 속에는 미움과 분노가 가득합니다. 그것이 터지기 시작하면 누구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해하는 기도가 필요하다

그러니 이혼을 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참회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아팠겠나' '그 사람은 나한테 그런 걸 기대했는데 내가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내 바라는 것만 생각해서 얼마나 실망이 컸을까?'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참회 기도를 하면 남편과의 갈등은 그래도 빨리 풀릴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는 더 오래 해야 풀립니다. 아주 어릴 때 형성되어서 그 뿌리가 더 깊기 때문이지요.

지금 남편은 가슴 속에 쌓인 것이 많습니다. 아내에게 소리 지르고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걸 자식에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남편이 아이를 야단치거나 때릴 때마다 마음으로 뉘우치면서 "여보, 제가 잘못해서 그래요" 이렇게 달래야 합니다.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남편을 공경하는 마음을 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남편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고 늘 보살피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남편이 저한테 속았대요...

제가 법문을 죽 올리면서 제 마음을 살피는데요. 늘 남편한테 참회하라는 스님 말씀이 걸립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그런 내용은 안싣고 싶습니다. 제 안에 '맨날 스님은 여자한테만 그러냐' 라는 마음이 있네요^^. 물론 질문하는 사람이 남자면 '부인한테 맞추고, 참회하라'는 법문도 있지요. 그런데 질문하시는 분들이 대체로 여자분이라서 괜히 남자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것 같아 약간 배도 아픕니다.

그런데 스님께서 결혼 전에 죽어라 쫓아다닌 사람과 결혼할 때 '이 사람을 너무 괴롭히는 것 같아 결혼해 줘야지가 아니라, 이렇게 따라다녔으니 잘해주겠지'라는 인간의 본심을 지적하셨을 때 맞다 싶었습니다. 왜냐면, 제가 남편과 나이 차이가 8살 나는데 저는 속으로 '나이가 많으니까 이뻐하겠지' 생각했는데 남편은 오히려 '나이가 어리니까 말 잘듣겠지' 했다면서 저한테 속았대요. 진짜 속은 건 저거든요. 아니 어쩔 때 보면 무슨 남자 속이 밴댕이보다 더 작나 싶다니까요^^

아무튼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 처음에 기분이 약간 나빴다가 들을수록 좀더 나빠졌다가 다 듣고 나서야 마음이 밝아집니다. 이렇게 제 마음은 죽 끓듯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법륜스님의 명쾌한 즉문즉설이 4월 8일부터 봄강좌로 이어집니다. 2009년 여러분의 인생에 새 봄 맞이 어떠신지요? 봄옷만 입는다고 마음의 봄이 오진 않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환한 봄을 '괜찮아'가 선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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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법륜스님 봄강좌, [무엇이든 물어라] ⓒ 권영숙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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