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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 없어 자살한 10대 청소년 '미잔'

철도사고로 입원했던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결국 자살

등록|2009.04.01 16:23 수정|2009.04.01 16:23
작년 성탄절 서울 영등포역에서 신도림역 방향 철길 400~500m 지점에서 전동열차에 치여 양발과 손가락 등이 절단되는 큰 사고를 당했던 방글라데시 출신 10대 청소년, 미잔 모하메드(18)가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하자, 삶을 비관해 지난 28일(토) 새벽에 병원 화장실에서 자살했다.

철도 사고 후 강서연세병원에서 3개월 넘게 치료를 받아 왔던 미잔은 "장애는 이미 일어난 일이지만, 다시 일을 할 수만 있다면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등, 상당한 재활의욕을 갖고 치료를 받아 왔다.

그러나 입원 당시 보증을 섰던 친구로부터 '병원에서 병원비를 계속 재촉한다'는 말을 듣고 고민을 계속하다 자살을 한 것으로 밝혀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미잔은 2007년 6월 한국에서 의류 무역업을 하는 형 말론(41)의 초청으로 입국하여 미등록 신분으로 국내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사고 직전까지 동대문 근처의 라벨 공장에서 일을 했다. 주위 사람들에 의하면 미잔은 자신을 초청했던 형 말론이 작년 11월에 출국한 후, 어린 나이에 타국에서 불법체류자가 되어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어 하면서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3개월 동안 치료를 해 왔던 병원 박용수 원무과장은 "고인이 우리말을 몰라, 절차에 따라 병원비를 보증인에게 요구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당황스럽다. 병원비 정산과 시신 인도 등에 대해 보증인과 관련단체를 만나 절충방안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불의의 사고 후에도 나름대로 재활의욕을 보이던 라잔이 병원비 때문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자, 보증을 섰던 친구 라꾸는 "아무 희망도 없는 사람에게 병원비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었다"면서 앞으로 자신이 보증을 선 병원비를 어떻게 마련하고, 유해를 송환할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미잔의 응급 의료비를 지원하고, 병원비를 모금해 왔던 서울 외국인노동자센터 박선희 사무국장은 "유해송환절차와 병원비 정산 문제에 대해 병원측과 협의를 해 보겠지만, 비용 마련이 쉽지 않다"며 병원비가 없어 꽃다운 나이에 꿈을 져버린 미잔이 죽고 나서도 편히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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