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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속이고 속아야 1년이 행복하다

등록|2009.04.01 17:02 수정|2009.04.01 17:02
오늘은 만우절이다. 지금 글을 올리는 이 시각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자기 전 내일이 만우절이라 의식하지만, 일어나면 진짜 같은 거짓말에 속기가 십상이다. 한국은 벌써 오전이므로 벌써 선의의 거짓말을 했거나 속은 사람들이 있을 법하다.

지난 해 여론조사에 의하면 리투아니아 사람들 74%가 만우절을 좋아하고 이날을 기억한다. 이날을 1년 중 가장 자유롭고 유쾌하게 보낼 수 있는 날로 여긴다. 많은 사람들이 만우절 거짓말에 속아야 1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만우절 TV 뉴스가 볼만 하다. 몇 해 전 가족이 뉴스를 지켜보면서 어느 것이 만우절 특별 뉴스인지 알아맞히는 내기를 한 적이 있다. 이때 나온 뉴스를 적어놓은 것을 소개한다. 

모든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대통령의 각종 국제 행사 참가가 잦아지고 있지만, 아직 전용기가 없어 불편하던 차에 4월 1일 최고급 보잉기로 대통령 전용기를 구입할 것을 결정하였다는 소식이다. 이에 교통부 장관과 대통령궁 관계자들이 인터뷰에 등장하여 신뢰성을 더해 주었다. 이 뉴스 말미에 이 특별전용기 구입에 맞추어 현재 늘어나는 실업자와 저소득층의 비난이 예상되며, 만약을 대비해 대통령 경호를 한층 더 강화하기로 하였다는 말을 덧붙였다.

또 다른 방송사의 대통령 관련 뉴스는 이러했다. 대통령이 4월 1일 전격사임하고 후임에 인기 높은 여자 코미디언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코미디언 대통령의 첫 업무는 그동안 나라에 공로가 큰 사람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일이었다. 이 수여 장면이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사임한 대통령이 여자 대통령이 훈장을 수여할 때 옆에서 훈장을 들고 있는 비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 만우절 특별뉴스 제작을 위해 기꺼이 비서 역할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당시 리투아니아 대통령의 이해심이 돋보였다.  

그렇다면 만우절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은 어떤 거짓말을 하고 속을까?
엄마는 평소 거미공포증을 지니고 있다. 거미를 보기만 해도 닭살이 돋는다. 아침에 일어난 딸이 엄마에게 다가와 심각하게 말했다. "엄마, 저기 천장 구석을 봐! 거미 두 마리가 앉아 있어!" 엄마는 닭살 돋은 몸으로 천장을 보았지만 거미는 없었다.

거실에 텔레비전을 켜놓고 자기 방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딸에게 엄마는 늘 화난 목소리로 보지 않으면 끄라고 말을 한다. 만우절에 자기 방에서 일에 몰두하고 있는 딸에게 엄마는 "거실에 보지 않는 텔레비전을 왜 켜놓고 전력을 소모해?"라고 소리쳤다. 이에 딸이 거실로 가보니 텔레비전은 켜져 있지도 않았다.

친구 엄마는 곧 출산할 젖소 한 마리가 있었다.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난 옆집 아줌마는 놀려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현관문을 요란하게 두드리면 말했다. "이봐, 출산이야! 외양간에 빨리 가봐!" 귀가 밝은 친구 엄마는 침대를 박차고 잠옷을 입은 채 외양간으로 달려갔다. 젖소는 태연히 여물을 먹고 있었다.

할머니는 아무도 아직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이때 손자와 손녀가 할머니를 속이기로 했다. 이에 인터콤으로 전화기를 울렸다. 손자는 "할머니, 엄마가 찾아!"라고 하면서 거실로 갔다. "여보세요!"라고 말하자,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딸이 아니라 손녀의 목소리였다. 속은 할머니는 어린 아이처럼 순진하게 웃으면서 드디어 '1년간 행복'을 선언했다.

이렇게 만우절은 빈약한 거짓말에도 속고 속이며 한 바탕 크게 웃는 날이다. 오늘 아침 리투아니아 신문이나 저녁 텔레비전 뉴스에 어떤 거짓 뉴스가 나올지 몹시 궁금해진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만우절 거짓말에 속아 1년간 모두 행복하세요.
덧붙이는 글 다음블로거뉴스, 야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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