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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생태원에서 황홀한 봄의 유혹에 빠지다

생태계의 보고 광주호 호수생태원 관람기

등록|2009.04.02 18:30 수정|2009.04.02 18:30

▲ 목재 데크로 만들어진 침목다리. ⓒ 오승준




왼쪽으로는 무등산, 오른쪽으로는 식영정, 소쇄원, 앞을 보면 가슴이 확 트이는 시원하고 푸른 물이 넘실대는 광주호가 보인다. 그 광주호와 살을 맞대고 있는 5만 6천평 부지의 광주호 호수생태원. 광주 북구 석곡동에 위치하고 있는 호수생태원은 광주시내에서 승용차로 약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이곳에는 평일엔 1일 평균 약 1,000여명, 주말엔 약 5,000여명의 학생, 관광객, 지역주민, 가족단위 관람객이 북적거리는 광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지난 30일(일) 문학 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지인들과 함께 그곳에 다녀왔다.

▲ 중앙관찰대에서 바라본 광주호 전경. ⓒ 오승준




호수생태원 주변에 마련되어 있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길을  나서니, 집채만한 왕버들 세 그루와 호수생태원의 관리책임을 맡고 있는 윤영권 관리장이 봄 기운 가득한 얼굴로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다. 윤영권 관리장은 지역 내에서 활발하게 문학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견시인이기도 하다.

왕버들나무는 수령 4백년 된 마을의 상징이자 수호신이라고 한다. 왕버들나무 아래에서 손수 키운 콩, 호박, 감, 채소 등을 펼쳐놓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아주머니들의 모습과 나무 그늘아래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여유로운 표정이 정겹게 느껴진다.

▲ 명자꽃이라고도 불리우는 메조꽃. ⓒ 오승준




윤 관리장으로부터 호수생태원의 현황과 관리 운영상의 어려움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친절한 안내로 본격적인 호수생태원 둘러보기를 시작했다.

지난 2004년 10월에 착공하여 2006년 3월에 문을 연 광주호 호수생태원은 사업비 94억 원을 들여 5만 6천 평의 부지에 조성됐으며, 테마별 꽃 단지, 자연관찰원, 목재탐방로, 전망대, 수생식물원, 잔디휴식장, 수변습지 등을 갖추고 있다.

▲ 할미꽃. ⓒ 오승준




특히 1만 3천 여 평의 잔디휴식 광장에는 진달래, 개나리, 자산홍, 장미, 철쭉, 수국 등  테마별로 꽃 단지가 자리 잡고 있으며, 부엽식물원, 수변부 관찰 테크, 암석원, 그리고 때죽나무, 모과나무, 벽도동, 단풍나무 등 3000여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고, 2만 4천여 평의 수변 습지에는 자연 그대로의 갯벌과 갈대숲이 생명의 강으로 숨쉬고 있다.

윤 관리장은 "이곳은 호수생태원이다. 생태원은 공원과 다르다. 공원은 공원법의 적용을 받으며, 이용하는 사람들 위주의 공간이다. 그러나 생태원은 공원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이곳이 개발제한구역이니 그와 관련된 법을 적용받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관리되는 생태공간이다"며 "이용객들이 자꾸만 공원으로 인식하여 음식물도 싸 가지고 와서 먹고, 편의시설 확충도 요구하고 있어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 조팝 꽃. ⓒ 오승준




호수생태원 입구에 들어서니, 충효동 조산이라는 푯말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부족한 것을 보완하여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흙을 쌓아 만든 말무덤이라고 한다.

말끔히 단장된 오솔길 같은 산책로를 따라가니, 키 큰 느릅나무가 좌우로 서서, 마음 편한 길 안내를 한다. 안내자의 뒤를 따라가면서 봄의 소리를 주섬 주섬 줍는다.

▲ 호수생태원의 제1경 메타세콰이어 길. ⓒ 오승준




봄의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준다는 개 불알 풀, 부귀를 상징하다는 목란, 아침에 꽃을 피었다가 11시에 오므라들고, 다시 오후에 꽃을 피운다는 연못위의 수연,  꽃 머리가 부처님 머리같이 생겼다는 불 도화, 2월에 핀다는 명자 꽃 매조, 진달래, 접시꽃, 할미꽃, 야생부초 등 형형색색의 꽃들과 물레방아의 시원한 물소리, 두꺼비와 올챙이들의 천국 실개천이 여기저기서 화사한 봄의 자태로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생명의 외경과 자연의 신비함에 마음이 절로 낙원이다. 

야생동식물이 서식, 이동하는데 필요한 소규모의 생태공간으로 만들어진 비오톱도 눈길을 잡아끈다. 통나무 쌓기, 왯가지 쌓기, 볏짚 쌓기 등 다양한 형태로 설치된 비오톱은 개구리, 두꺼비, 달팽이. 늑대거미, 두더지, 개미, 지렁이, 거머리, 고라니, 노루, 수달, 너구리, 오소리, 꿩, 비둘기 등의 삶의 쉼터요, 보금자리이다.

▲ 갈대 군락. ⓒ 오승준




자료에 위하면, 광주호와 이곳에는 청솔모, 다람쥐, 멧밭쥐, 등줄쥐, 집쥐, 대륙밭쥐 등 포유류 5과 9종, 붉은머리오목눈이, 박새, 노랑턱멧새, 검은머리방울새, 오목눈이, 논병아리,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직박 구리, 참새, 어치, 쇠박이, 곤줄박이 등 14과 27종,  파충류 2과 3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참개구리, 무당개구리, 황소개구리, 옴개구리, 유혈목이, 살모사 등 양서 · 파충류(양서류과) 4과 7종, 파충류 2과 3종, 노린재목, 딱정벌레목, 매미목 등 곤충류 26과 50종, 피라미, 각시붕어, 돌마자, 갈겨니, 참붕어, 긴몰개, 동사리 등 어류 6과 17종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수생태원 안에 고인돌(칠성바위)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광주호 호수생태원 안내도에 보면 '칠성바위'라고 적혀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이 바위를 잘 모른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탐방로 쪽에 위치해 있지 않고, 이를 설명해주는 이도 없기 때문이다.

▲ 잘 단장된 호수생태원.. ⓒ 오승준




윤 관리장은 "댐을 막기 전, 광주호가 생기기 전, 지금은 물 속인 그 곳에는 마을이 있었고, 작은 실개천(창계천)이 있었다. 이 실개천에 형성된 충적 평지에 7기의 고인돌이 있었던 것. 고인돌은 광주호에 물이 차면 잘 보이지 않고 초봄에 농업용수로 물을 사용하면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이어 "78년 4월30일부터 10일간에 걸쳐 전남대학교 발굴단에 의해 발굴된 고인돌은 7기 중 1호는 당시 주민들의 반대로 발굴되지 못했다. 2호와 7호의 하부구조(돌방)만 전남대학교로 이전했다고 발굴조사 보고서에 기록돼 있다. 이 하부구조들은 옛 전남대학교 박물관 뜰에 전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지금은 수장고에 보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출토된 유물들은 민무늬토기 조각, 붉은 간 토기 조각, 숫돌 2점, 긴 화살촉인데 국립광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다"고 덧붙였다.

▲ 생태 연못과 식물원. ⓒ 오승준




사람 키 보다 더 큰 갈대와 억새 군락이 푸른 버드나무들과 절묘한 동거를 하며, 자연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습지는 그야말로 호수생태원의 보고이자 압권이다. 비바람에 다쳐 허리 부러진 억새의 질긴 생명력, 하늘 햇살 온몸으로 받아 당당하게 황홀한 봄을 유혹하고 있는 갈대 군락의 속살을 바라보니, 강같은 마음의 평화가 가슴을 때린다.

이외에도 가족단위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조성된 잔디광장, 야외공연장, 산책로 등 쉼터 공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와 웨딩포토 촬영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과 광주호를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중앙관찰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을 걷는 연인들의 사랑을 시샘하는 벌떼같은 하루살이들의 시위와 거미들의 행진은 호수생태원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며, 생태학적인 가치이다.

특히 목재계단을 따라 광주호를 자연스럽게 관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망대에서는 늪지에서 각종 새들이 실제로 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고, 청둥오리가 물위에 노닐고 날아다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 야외공연장. ⓒ 오승준





호수생태원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유치원생이나 어린 학생들에게는 동식물의 서식 등 자연관찰을 위한 장소로 최적지이고,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확 트인 시야와 살랑살랑 대는 강물소리에 몸과 마음이 절로 녹는 휴식처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소나무, 회화나무, 이대, 밤나무, 벚나무 등 60종 6만 5천여 그루의 수목과 인동, 찔레꽃, 산딸기, 개망초, 바랭이, 쇠무릎, 애기똥풀, 제비꽃, 광대나물, 질경이, 할미꽃, 수국 등 야생화 68종 18만 7천여 본의 초화류가 식재되어 철따라 꽃이 피고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어머니 품과 같은 넉넉함과 포근함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윤영권 관리장은 "소문이 나서 사계절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오지만, 특히 봄과 가을에는 종일 찾는 사람이 많아 생태원 관리와 안전사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있는 그대로의 살아있는 자연 학습장이다. 시민들을 위해 참 잘 만들어 놨다"는 관람객의 한마디에 근무의 피로를 잊는다"고 말했다.

▲ 호수생태원 주변에 있는 왕버들나무. ⓒ 오승준

덧붙이는 글 버스 이용
-광주시내에서 고서사거리 경유 남면 연천리까지 가는 시내버스 125번 이용, 광주호 하차

승용차 이용
-광주시내-각화동 화물자동차 터미널-고서사거리(우회전)-887번도로-우측으로 광주호
-광주 산수5거리 - 충장사 - 887번 지방도로를 만나 우회전하면 광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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