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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의 간을 빼먹은 국립대학교

부산대는 왜 시간강사 강의료를 다 지급하지 않았나

등록|2009.04.03 08:17 수정|2009.04.03 08:17

▲ ⓒ 오마이뉴스 그래픽

공사판에 가면 일용잡부직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노가다'라 불리는 이들의 하루 일당은 대략 7만~10만 원선이지만 소개료·교통비 따위들을 빼면 실제로는 5만 원 정도를 손에 쥔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최하층에 속한다.

대학에는 '시간강사'가 있다. 이들은 특정한 대학에서 일하지만 그 대학이 그들의 직장은 아니다. 이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고 일당조차도 받지 못한다. 이들은 '알바생'처럼 한시적으로 고용되어 일하고 '실제' 강의 시수에 의해 강의료를 받는다. 리포트 평가라든지 시험 채점과 성적 처리, 거기에 학생 상담 등은 결코 '실제로' 한 것이 아니다

시간강사의 평균 강의 시간은 주 4.2시간이고 평균 연봉은 487만5000원이다. 월급이 아니라 연봉이다. 반면, 2008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는 월 126만5848원이다. 전국에 이런 강사가 7만2419명이다.

존경은커녕 존중도 받지 못하는 시간강사

시간강사는 대학의 최하층 계급이다. 이들은 대학의 '노가다'며 '알바생'이다. 계약서 한 장 없이 조교의 전화 한 통으로 학기를 시작하고 조교의 전화 한 통으로 해촉된다. 몇 푼 강의료조차 방학 중에는 아예 없다. 대학의 방학은 얼마나 긴가? 이들은 없어졌다는 보릿고개뿐 아니라 추석고개까지 넘어야 한다.

이들에게는 연구실이 없기 때문에 수업을 마치고 질문을 하고 싶은 학생이 찾아오면 복도에 서서 간단하게 듣고 답해야 한다. 강사라도 계속하기 위해서는 연구 성과가 있어야 하지만 연구할 여력이 없고, 방학을 틈타 연구를 한다 하더라도 그 성과를 수업에 반영하기도 어려우니 이들에게 수업과 연구는 늘 겉돈다.

학교로부터도, 정규직 교수들로부터도, 학생들로부터도 존경은커녕 존중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놀랍게도 대학 강의의 절반 이상을 맡고 있다. 이러고도 대학 강의의 질을 논할 수 있을까?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면 되지만 이 사회는 시간강사들이 좋은 강의를 하는 것이 싫은 모양이다.

아, 물론 세상 물정 모르고 간혹 질 높은 강의를 하는 강사가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순전히 그 강사의 눈물겨운 희생 위에 피어난 꽃일 뿐이다. 좋은 강의를 하건 나쁜 강의를 하건 이런 식의 대접밖에 못 받는 시간강사들은 대학에서 이제 그만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그 대학의 시험은 무조건 한 시간짜리

▲ 2007년 1월 강의료 명세서에서 마지막 주 강의시수란에 3이 아니라 1이라고 되어 있다. ⓒ 유윤영


부산의 한 국립대학에서는 더 놀라운 일이 있었다. 이 대학은 2000년부터 2007년 1학기까지 무려 7년이 넘도록 기말고사 기간에는 강의료를 1시간만 지급했다. 비정규직 강사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대학에서는 "2007년 2학기부터는 3학점의 경우 시험시간 1시간 외에 2시간은 수업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2시간치 임금을 더 지급했을 뿐이다"고 답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 대학의 시험은 무조건 한 시간짜리다.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는 한 학기 수업 성과를 엄밀히 평가하기 위해 몇 시간이고 시험을 친다는데 이 대학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물론 그래도 되지만 강의료는 없다. 다른 대학들은 시험기간에 시험만 치더라도 그 주의 수업 시간까지 쳐서 강의료를 지급하지만, 저 대학은 한 시간 시험만 쳤다면서 강의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두 시간 이상씩 열심히 시험을 치른 강사들, 억울하겠다.

그랬던 그 대학이 2007년 2학기부터는 기말시험 기간에도 수업할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강의료를 준단다. 기말시험 기간에는 시험 준비 하느라 학생들이 바쁘다. 그 와중에도 수업을 하라고? 아무리 대학이 막나간다 해도 설마 몇 푼의 강의료가 아까워서 그랬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시험기간이더라도 최후의 순간까지 열심히 수업을 해야한다는 의미일까? 학생들 위하는 마음이 하늘을 찌른다.

정문을 쇼핑몰 출입구로 바꾼 대학?

▲ 부산대 총학생회는 3월 26일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 쇼핑몰과 관련한 여러 문제의 해결을 대학 본부 측에 요구했다. ⓒ 부산대 총학생회

그러니까 초점은 이렇다. 2007년 1학기 이전과 이후를 가르는 기준은 강의료 지급 여부가 아니라 수업 여부고, 수업을 하지 않았으니 강의료를 주지 않은 것이고, 수업을 했으니 줄 뿐이라는 것. 그런데 왜 자꾸만 초점이 강의료 지급으로 보일까?

이 대학이 시간강사에게 배정하고 있는 예산은 전체 예산에서 3%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강의는 45%를 맡기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증액하거나 강사를 줄이는 두가지 경우가 있을 것이다. 짐작하겠지만 저 대학은 후자를 택했다. 그래서 정규직 교수들이 더 많은 강의를 맡을 것을 강제하고 분반 확대를 불허했으며 2010년부터는 박사 학위 소지자만이 교양과목을 담당하도록 했다.

교수의 연구 시간보다 시간강사 임금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고, 수업 환경이 나빠지더라도 강사를 한 명이라도 더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듯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박사 학위 소지자만 강의를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드디어 대학원조차도 없애버릴 태세다. 참, 듣자하니 저 대학에서는 얼마 전 대학 정문을 아예 쇼핑몰 출입구로 바꿔버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빠뜨린 게 있다. 사실은 나도 그 대학의 시간강사다. 그리고 그 대학은 '아시아로 세계로' 국립부산대학교다.
덧붙이는 글 부산대학교는 2000년부터 2007년 1학기까지 3시간 강의료 가운데 매 학기 마지막주 강의료는 시험 감독료라는 명목으로 1시간 분만 지급했다. 대학 측은 기말시험은 (3학점의 경우 3시간 강의를 하지 않고) 1시간 시험만 치렀기 때문에 시험 감독료만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부산대학교 비정규교수노조는 관련 규정에 대한 법률 검토를 마치고 부산지방노동청에 총장을 임금 체불건으로 고소 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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