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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경찰의 자부심

연좌제를 하려면 이렇게 적용해야

등록|2009.04.02 09:16 수정|2009.04.02 09:16
중남미를 언급하면 정치의 후진성과 부패한 관료들에 대한 좋지 않은 사례들은 현지인들은 물론이고 재 라틴 한인관련 건만 해도 상당할 것이다.


멕시코 경찰은 애인을 먹여 살리기 위해 부정을 저지른다는 농담이 있는데 정열이라는 말로 포장된 마초주의(남성우월주의)의 부정적 단면 같다. 예전에 일어났던 한인납치 사건에서 보듯 인신매매까지 경찰이 관여되어 있다는 것도 새삼 놀랄 일은 아니지만 결국 그 사건은 미국에 밀입국 하려던 한인들로 밝혀졌었다.

아르헨티나 경찰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고질적인 인종차별적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법규적용이 많다. 한국인 한 명과 알헨티노 몇 명이 주먹다짐이 있어도 똑같이 쌍방책임을 묻는다든지 - 한국인들은 다 태권도 유단자라는 해괴한 상식을 적용하여 - 도난신고를 받아 출동한 경찰들이 다녀가고 나서 그나마 양심적인 도둑이 2대중 한 대를 남겨놓고 간 디지털 카메라마저 없어졌다든지 하는 내용은 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최근의 일이기도 하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초행자가 길을 묻자 머리카락이 희끗한 노신사는 그 여행자의 손을 잡고 자기 일도 젖혀둔 채 공원으로 안내를 하는 것에 감동을 받은 한인 사업가가 있었다. 사실 일반인들, 그것도 조금이라도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친절은 라티노들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그는 당연히 일반인들이 이 정도니 경찰은 더 친절할 줄 알고 그곳 공원에 있는 경찰에게 기념사진이나 찍자 했더니 생각지도 않게 돈을 요구해 기분을 잡쳤다고 한다.

가장 흔한 경우겠지만 동양인들은 무조건 돈이 많다고 오해하고 소리 없이 미행하다 조금의 위반사항이라도 발생하면 즉각 정차를 시킨 후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외우지도 못하는 법규들을 읽어주는 경우는 더 비일비재하다. 교통경찰에 관한 한 사실 나라 구분 없이 거의 보편적이다시피 만연되어 한국에서도 얼마전까지 볼 수 있었던 풍경이 아닌가 싶은데 페루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들 속성을 너무 잘아는 한국인이라면 "어이 아저씨, 당신 콜라 마시고 싶어요. 아님 맥주를 원해요?" 하면서 해결하기도 한다.

페루 순찰차주간에는 도로 곳곳에서 페루 경찰차량들을 발견할 수 있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많은 모습이 유감스럽게도 더 많아 보이지만. ⓒ 박우물





필자의 경우라고 예외는 아니다. 볼리비아 라파스에서 우연히 만난 한인 세뇨리따 보고 리마에 오면 들르라 했더니 어느날 경찰차량과 같이 나타나 웬일인가 싶었다. 지리도 모르고 언어도 안 되는 이 여행자가 안스러워 한 시민이 경찰에게 인도를 한 것이라 집에서 있던 과자류와 과일을 그들에게 건네주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렇게 철수한 경찰들은 5분도 다시 채 안되게 나타나 필자의 여권번호를 적는 척 하더니 본론을 그때서야 말한다. 자신들이 예까지 여학생을 인도했으니 기름값이라도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심한 중남미 나라들과 비교를 거부하고 세계적으로도 청렴도를 검증받은 경찰조직이 다른 대륙도 아니고 부정이 만연한 라틴 아메리카중 한 구성국가인 칠레로 손꼽힌다면 이해가 갈지 모르겠다.

전에 한번 언급을 하였지만 Santiago(산띠아고) 변두리 우범지대에 위치한 한글학교에서 교민회 29주년(2007년) 행사가 있었을 때 한인 임원들은 경비를 서주는 경찰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경찰서를 방문해 감사금을 건네주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는데 다음날 해당지역 경찰서장이 교민회 사무실을 찾아왔다.

상부에 이러한 연유의 찬조금이 들어왔다하자 돈을 왜 받아야 하는지를 모를뿐더러 명분도 없다며 꼬레아노 공동체에 돈을 돌려주라 명해서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칠레 경찰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넸다가는 혼줄난다는 소리는 종종 들어봤지만 이렇게 정당한 사례금까지 돌려준다는 것을 알게 된 교민회 임원들은 그때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서장은 그래도 정히 교민회에서 무언가를 지역경찰에 해주고 싶으면 현금이 아닌 물품-이를테면 사무비품-으로 기증을 해주는 게 어떠냐는 언질을 주고 떠났다고 한다.

29,30주년 행사 찬조공연차 들렀던 본인이 직접 임원들과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다.

최근 칠레 북단 무역도시 Iquique(이끼께)도시에 사업차 방문한 한 한인 사업자의 이야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2008년에 한인 3명이 근처 바다낚시를 갔다가 개펄도 아닌 모래밭속에 국내 4륜구동차가 빠져서 3명의 남자가 기를 쓰고 빼보려고 용을 썼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단다.

이때 지역을 순찰중이던 경찰 3명이 가세를 하여 힘을 써봤지만 수월치 않자 아예 웃통까지 벗고 달려들어 몇 십 분 힘을 써 결국 차를 무사히 밖으로 빼낼 수 있었다. 당연히 감사한 마음으로 돈을 건네주자 그들은 경찰관 본분으로 할 일을 했는데 이게 뭐냐고 타박을 해 머쓱했지만 역시 말로만 듣던 칠레 경찰의 청렴을 이런 거구나 하면서 감탄한 사례를 이번 방문길에 듣게 되었다.

칠레 이끼께 경찰 모습예전 독재에 대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대개 칠레인들은 경찰을 무서워하는 것 같다. 그러나 경찰은 이 국가에서 존경받는 직업이다. ⓒ 박우물




칠레 경찰의 이런 반듯함은 어디서 기인된 것일까? 물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독재자 피노체트 통치를 가리켜 경찰정치라는 비아냥이 있지만 이 시절과 무관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무엇보다 경찰 공무원 채용시 집안에 뇌물과 연루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경찰관이 될 수 없도록 한 것, 즉 연좌제를 적용해 3대가 깨끗해야만 입문이 가능했다는 정설 같은 항간의 풍문이다.

그래서 인명구조의 최선방인 미국 소방 공무원의 긍지처럼-모순인지 모르지만 흑인이 비공식적으로 거의 들어가지 않는 직업군이라는-칠레 경찰공무원들과 가족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연좌제를 주로 사상적인 것에만 족쇄를 걸고 도덕성은 제쳐놓아 국민의 공복이라는 공무원들 부정이 큰 사회문제로 종종 부각되었다. 그래서 이 내용과 결부해 사실 연좌제를 하려면 이렇게 적용해야 우리 공직사회 부정부패가 최소화 되지 않는 것 아닐까 싶다.

서구인들에게 칠레를 소개하는 정보책에서도 법규위반시 돈을 주고 다른 나라처럼 어물쩍 넘어가려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언급까지 공식적으로 등장하니 냉정하고 합리적인 서구인들 기준에도 남미 칠레의 경찰조직에 대한 신뢰는 확실하다.

YS전직 대통령이 비록 그 자신의 신념과 달리 국가운영결과는 참담했지만 잊혀지지 않는 두 어록이 있다.
- 인사가 만사다.
- 공무원은 공무원이라는 신분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야지 지위를 이용하여 치부까지 하려하면 안 된다.

한국 대통령이 했던 어록을 다른 곳을 논하면서 쓰는 것이 어쩔 지 모르지만 칠레 경찰은 그런 면에서 군인이 명예를 먹고 산다는 말처럼 자부심을 먹고 사는 것은 아닌가 싶다.

칠레 산티아고 대통령궁 경찰남쪽출신이라는 검은 피부의 경비경찰은 국가원수가 집무하는 곳의 경찰답지않게 방문객에 대한 친절이 넘쳐났다. ⓒ 박우물




물론 환경도시의 모델이 된 브라질 찌리꾸바 도시가 환경의 절대 모델이 아니듯 칠레 관료제도나 경찰들 분명 완벽하지는 않다. 같은 도시에 사는 다른 한인은 아르헨티나 경찰과 비슷한 류의 사건처럼 경찰관이 다녀가고 나서 돈이 없어졌다는 소릴 전하며 칠레 군경 청렴도 옛 이야기다라는 반론을 펼쳤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느 대륙보다 공무원들의 부정이 만연된 라틴아메리카에서 칠레 경찰의 면모는 분명 돋보이는 부분이고 공무원들이 부정치부를 하여도 제대로 수거도 못하고 시간만 지나면 무마되는 우리나라 현실상 칠레 경찰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기실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화의 레일 관계의 레일 Rail Art 박우물 http://cafe.daum.net/7080folksong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와 개인이 속한 카페, 블로그에 동시 글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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