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성매매 재수 없으면 걸린다"
강희락 청장 발언 논란... "청와대 행정관 성매매 수사 실효성 의문"
▲ 강희락 경찰청장 ⓒ 남소연
경찰 총수가 성매매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청와대 행정관 성 접대 의혹이나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유력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이어 "나도 공보관 하면서 접대 많이 했다"며 "공보관 끝나고 미국 연수 준비하면서 기자들이 세게 한 번 사라고 해서 기자들 데리고 2차를 갔는데, 모텔에서 기자들에게 열쇠를 나눠주면서 '내가 참, 이 나이에 이런 거 하게 생겼나'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 밝혔다고 한다.
강희락 경찰청장 "성매매 문제 난감, 재수 없으면 걸린다"
강 청장은 2001년 7월까지 경찰청 공보관을 지낸 뒤, 2003년 8월까지 워싱턴 주재관으로 근무했다.
간담회 자리에 배석한 김호윤 경찰청 대변인이 "요새는 그런 문제가 없다"며 발언을 제지하자 강 청장은 "아무튼 그런 거 좋아하는 노총각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문제"라며 말문을 닫았다고.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강 청장의 얘기는 비보도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기사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청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노동당은 성명을 내고 "성매매는 재수 없으면 걸린다는 생각을 가진 경찰 총수가 어떻게 청와대 행정관의 성 매매 사건과 장자연씨 리스트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보관 시절 언론사 기자들과의 잘못된 관행에 입각해 성매매 문제 참 난감하다고 푸념하는 강 청장은 경찰총수로서 그 자격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수사엔 미온적
청와대 행정관 성 접대 의혹이나 장자연 리스트 관련한 경찰의 수사 태도는 그동안 많은 비난을 받았다.
장자연씨가 자살한 게 지난달 7일이고 성 접대 강요를 받았다는 문건 내용이 공개된 게 지난달 13일인데 경찰은 지금까지 전 매니저 유장호씨와 문건을 봤다는 일부 기자들만 조사한 게 전부다. 장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 아무개씨는 여전히 일본에 체류 중이고, 리스트에 올랐던 유력 인사들에 대한 조사는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의혹 사건도 처음 언론에 공개됐을 때 경찰은 처음에 "안마시술소에서 적발됐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관할서인 마포서 직원들은 취재기자들에게 안마시술소의 위치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등 언론의 관심이 룸살롱 성 접대로 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경찰은 이어 수사 범위를 불구속 입건된 청와대 김아무개 행정관 한 사람의 성매매로만 한정하는 태도도 보였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1일에야 이번 사건과 관련 "윤리, 도덕적으로 가장 엄격해야 할 청와대 직원이 최근 불미스런 일에 연루돼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참담함을 안겨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향응제공을 포함해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수사기관에서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며칠 지나고 언론에 의해 실체가 거의 드러나고 난 뒤에야 청와대는 뒷북 사과를 한 셈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