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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전통연 바로 잡자" 목소리 높아

명칭·문양 부정확 논란, 대토론회가 해답 <2>

등록|2009.04.03 17:53 수정|2009.04.03 17:53
통영전통연의 정확한 명칭, 문양, 개수는 무엇인가? 역사적 사실이 있긴 있는 것인가? 본지는 통영전통연의 전승 및 발전을 위해 통영전통연 정립 이래 꾸준히 이어져 왔던 논란을 알아봤다. 해당 내용을 지난 호에 이어 보도한다. - 기자 주

통영전통연쟁점이 되고 있는 연 명칭 및 문양. ⓒ 정선화


통영문화원이 확정·발표한 통영전통연의 명칭 및 문양에 문제점이 지적되며 재정립을 위한 대토론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어느 한순간 촉발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논쟁이다. 그렇다면 10년 전 통영전통연 정립을 위해 모인 20여 명의 연 장인 및 애호가들은 왜 그렇게 결정했는지 궁금증이 남는다. 통영전통연은 어떻게 정립된 것인가?

◆88올림픽 통영비연 전시액자와 통영문화원 책자 비교분석

먼저 김휘범(72) 한국전통비연 국가지정 기능전수자가 만든 88올림픽 통영비연 공식지정 민속 기념공예품 전시액자를 보면 '까치' '외당가리' 등의 명칭을 사용했으며, 돌쪽바지기연은 통영문화원 책자처럼 고리모양이 아닌 매끄럽게 떨어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통영전통연은 관련내용이 언급되어 있는 역사적 문헌이 전무한 실정이지만 모든 명칭이 문양의 형태와 결부되어 설명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쪽'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작은 것을 곧게 내긋는 모양 또는 작은 것을 한 가닥으로 단번에 찢거나 훑는 모양 등으로 설명된 것을 확인했다. 

또한 통영의 많은 기관에 걸려 있는 통영전통연 작품과 웹상의 여러 관련 사진들을 점검한 결과 통영문화원의 책자 외에는 돌쪽바지기연을 고리모양으로 그려 놓은 연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편, 88올림픽 통영비연 전시액자의 '당가리'라는 명칭이 들어간 연을 보면 동그란 문양의 끝에 삐져나온 부분이 없고 통영문화원 책자에는 있는데 이 문양에 대해서는 둘 다 무방하다고 여러 연 장인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둘 다 예로부터 그려졌던 방식이라는 설명이었다. 

◆통영전통연의 개수는?

언뜻 봐도 두 자료의 연 문양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 통영전통연이라고 가정한다면 통영전통연의 개수는 26종을 훨씬 넘어가게 된다. 

또한 외당가리연(혹은 이당가리연)의 경우 통영전통연의 특징인 오방색을 써서 다섯 가지 색깔의 연이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에 당시 통영전통연 회의를 주재했던 통영문화원 김세윤 전 원장(78)은 "통영전통연이 예로부터 이어져 왔다는 구전만 있었기에 '어느 시점을 통영전통연으로 보아야 할 것이냐' 부터가 문제였다. 

이에 대해 지난 1999년, 연 장인 및 애호가 20여 명이 모인 회의를 통해 1945년을 기준으로 그 이전에 만들어졌던 통영연만을 통영전통연으로 정하자고 결론을 냈다. 

회의에는 해방되던 해 적어도 10대 이상이 되어 어렸을 때 기억을 정확히 떠올릴 수 있는 연령의 연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1999년에 제작되던 통영연 50여종을 걸어놓고 다수결을 통해 제외할 건 제외, 인정할 건 인정해 최종 26종을 선정했다. 

아무 무늬가 없는 상주연 1종을 비롯해 같은 문양으로 색깔이 다른 연은 해방기 이전에 제작된 것이 맞는데 문양만 따지기로 해서 그렇게 결정됐다"고 밝혔다. 

색깔이 다른 연들 또한 청외당가리연, 홍외당가리연 등의 본연의 명칭이 있는데 축소·정립됐으며, 적어도 오방색을 사용한 같은 문양의 연이 존재하지만 명칭에서는 제외한다는 부연설명이라도 있어야 통영전통연을 계승하는 자료로서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통영전통연의 명칭은?

통영전통연의 명칭이 정해진 계기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김세윤 전 원장은 "동네마다 문양이 조금씩 다르고 부르는 이름도 달랐다. 회의에서는 동네별로 엄청난 언쟁이 붙어 기준을 정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하나의 이름으로 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모두의 동의 하에 발음 기준, 그리고 다수결 기준으로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갈치당가리연의 경우 날개 두 개가 붙은 연이 수리당가리인 것처럼 까치당가리연이 이치에는 맞지만 많은 사람들이 발음이 어려우니까 '깔치당가리연'이라고 불렀었다. 그뿐 아니라 우리 동네에서는 이당가리연도 에당가리연이라고 했으며, 돌쪽바지기연의 경우 돌독바지기, 돌독바지게, 도둑놈바지게 등 정말 다양한 이름이 거론돼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모두 다수결의 원칙에 입각해 거수로써 결정한 것이며 돌쪽바지기연의 문양은 고리모양에서 현재 뾰족한 모양으로 약식·변형된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고 말했다.

발음에 따르는 것이 옳으냐? 이치에 따르는 것이 옳으냐? 하는 문제는 이미 10년 전에 논의됐던 문제지만 어느 쪽이 옳은지는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현 상황을 지켜봤을 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가 아닌가? 이의를 제기한 김문학(66) 씨를 비롯한 통영 연 장인·연구가는 '통영전통연 대토론회'를 그 해답으로 제시한다.

◆통영전통연, 이대로 좋은가?

이번 통영전통연 이의제기에 관해 혹자는 이야기한다. 이미 통영전통연을 정립할 때 겪었던 진통을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고. 그러나 그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 통영문화원 관계자 A 씨는 "역사를 고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전통문화의 정확한 사실을 찾는 것이다. 통영문화원이 지난 99년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통영연'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정리한 점은 높게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통영연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매년 성대한 연날리기 대회가 열리는 등 이만큼 발전한 것은 통영문화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통영의 문화를 온전히 후세에 물려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고 통영연에 대해 왜곡됐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바로 향토사랑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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