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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없애야 말 된다 (186) 계속적

― ‘계속적 되풀이’, ‘계속적으로 세워지고’ 다듬기

등록|2009.04.03 19:56 수정|2009.04.03 19:56

ㄱ. 계속적 되풀이를

.. 인간의 주체적 존립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 정체에 대한 질문의 계속적 되풀이를 전제로 하는 바, 관언복합체적 구조는 '존재해야 할 언론인'과 '존재하는 언론인' 간의 모순을 심화시켜 그 질문 자체를 포기하도록 만들고 그럼으로써 언론인을 물화된 객체적 인간으로 전화시킨 것이다 ..  《채광석-물길처럼 불길처럼》(청년사,1985) 43쪽

 옳은 이야기를 널리 펼치던 채광석 님입니다. 안타깝게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는데, 이분이 쓴 글을 하나하나 더듬다 보면, 이 옳은 이야기를 좀더 손쉽게 살갑게 엮어냈으면 얼마나 좋았으랴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지식인이 써서 지식인한테 읽힐 마음이었으니, 지식인한테는 하나도 안 어려울 수 있습니다만, 지식인 아닌 여느 사람한테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리곤 합니다. 한 해에 책 한 권 손에 쥐기 어려울 만큼 살아가는 밑바닥 사람한테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리곤 합니다. 아무리 지식인이 쓰고 지식인이 깨우치도록 할 마음으로 쓴 글이라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한결 손쉽고 푸근하게 당신 생각을 풀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식인만 깨우쳐야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 누구나 깨우쳐야 하는 이야기일 테니 말입니다.

 어줍잖지만 제 깜냥껏 보기글을 손질해 봅니다. "한 사람이 오롯이 서려면 '나는 누구인가' 하고 자기 참모습이 무엇인지 꾸준히 되물어야 하는데, 정치와 언론이 뒤엉킨 틀거리에서는 '있어야 할 언론인'과 '있는 언론인' 사이가 자꾸 어그러지면서 이런 물음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러는 동안 언론인을 한낱 월급쟁이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쯤으로.

 ┌ 계속적(繼續的) :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가는
 │  - 계속적 연습 / 교육이란 경험의 계속적 재구성이다 / 계속적인 활동 /
 │    계속적인 관계
 ├ 계속(繼續)
 │  (1)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감
 │  (2) 끊어졌던 행위나 상태를 다시 이어 나감
 │  (3) 끊이지 않고 잇따라
 │
 ├ 계속적 되풀이
 │→ 자꾸 되풀이
 │→ 꾸준히 되풀이
 │→ 쉬지 않고 되풀이
 │→ 끊임없이 되풀이
 └ …

 우리한테는 우리 말이 있습니다. 우리 아닌 일본이나 중국 같은 나라에서는 "끊이지 않고 이어 나가는"을 가리키는 낱말로 '繼續'을 쓸 텐데, 이 땅에서 한국말을 하는 사람한테는 예부터 '꾸준히'나 '한결같이'나 '잇달아'나 '자꾸'나 '지며리'가 있어 왔습니다. '끊임없이'나 '그치지 않고'도 있고, '그침없이'나 '쉼없이'도 있으며, '자꾸자꾸'나 '오롯이'도 있습니다.

 ┌ 한 사람이 오롯이 서자면 '나는 누구인가' 하고 끊임없이 물어야
 ├ 사람이 오롯이 서려면 '나는 누구인가'를 꾸준히 되물으며 참모습을 찾아야
 ├ 사람은 '나는 누구인가'를 자꾸자꾸 되물으며 제 모습을 찾아야 비로소 오롯이 서는
 └ …

 우리들은 '꾸준히'를 쓰고, 일본사람은 이 낱말을 그네들 말로 옮기면서 '繼續的'이 됩니다. '자꾸'를 옮겨도 '잇달아'를 옮겨도 '끊임없이'를 옮겨도 그네들한테는 '繼續的'입니다.

 일본사람은 마땅히 일본말을 하고 일본말을 일본글로 담습니다. 한국사람은 마땅히 한국말을 하며 한국말을 한국글로 담습니다. 누구나 제 땅에서 살아가는 대로, 누구나 제 삶터에서 제 이웃들과 어울리는 대로 말을 하고 글을 씁니다. 그렇지만 우리들만은, 일본도 미국도 독일도 프랑스도 러시아도 스페인도 아닌 한국사람인 우리들만은, 어이된 셈인지 우리 말을 잊습니다. 아니, 우리 말을 망가뜨립니다. 우리 말다운 우리 말이 아니라, 망가뜨린 우리 말을 쓰고, 우리 말을 북돋우면서 생각을 나누기보다는 우리 말을 깎아내리면서 서양 해바라기로 흐릅니다.

 ┌ 계속적 연습 → 꾸준히 연습 / 자꾸자꾸 연습 / 쉼없이 연습
 ├ 경험의 계속적 재구성이다
 │→ 경험이 꾸준히 쌓여 다시 이루어진다
 │→ 경험이 자꾸자꾸 쌓이며 새로 이루어진다
 ├ 계속적인 활동 → 꾸준히 활동 / 꾸준히 애씀 / 꾸준히 일함
 └ 계속적인 관계 → 끊이지 않는 사이 / 꾸준한 사이 / 오래 이어가는 사이

 알맞게 쓰는 말이 하나둘 쌓이면 우리 생각과 삶과 얼 모두 알맞게 달라집니다. 올바르게 쓰는 글이 차츰차츰 쌓이면 우리 마음과 삶터와 넋 모두 올바르게 바뀝니다. 알뜰살뜰 가꾸는 말이 꾸준히 되풀이되면 우리들 슬기 또한 꾸준히 튼튼해지고, 싱그럽고 아름다이 돌보는 글로 오롯이 이어가면 우리들 매무새와 숨결도 싱그럽고 아름답게 거듭납니다. 말에 따라 생각이 달라지고, 생각에 따라 삶이 달라집니다.


ㄴ. 계속적으로 세워지고

.. 원자력발전소가 계속적으로 세워지고 나서 그 축적된 폐기물 처리를 위한 입지선정에도 주민들과의 갈등상황은 더욱 쉽지 않은 문제로 부각되게 되었다 ..  《김수일-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다》(지영사,2005) 91쪽

 "축적(蓄積)된 폐기물(廢棄物) 처리(處理)를 위(爲)한"은 "쌓이는 쓰레기를 치울"로 다듬습니다. "입지선정(立地選定)에도"는 "자리를 찾는 데에도"나 "곳을 찾는 데에도"로 손보고, "주민(住民)들과의 갈등상황(葛藤狀況)은"은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은"으로 손보며, '부각(浮刻)되게'는 '떠오르게'나 '불거지게'로 손봅니다.

 ┌ 원자력발전소가 계속적으로 세워지고
 │
 │→ 원자력발전소가 잇달아 세워지고
 │→ 원자력발전소가 자꾸자꾸 세워지고
 │→ 원자력발전소가 끊임없이 세워지고
 │→ 원자력발전소가 거침없이 세워지고
 │→ 원자력발전소가 끝없이 세워지고
 └ …

 원자력발전소를 없애는 나라가 하나둘 늘지만, 우리 나라만큼은 원자력발전소가 하나둘 늘어납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핵쓰레기를 둘 곳이 모자라는 한편, 원자력발전소에서 내보내는 열폐수라는 '뜨거운 물 쓰레기'가 어마어마하지만, 이런 데에까지 마음을 둘 줄 아는 행정꾼이 보이지 않고, 우리 스스로도 느끼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전기를 많이 쓰기에 원자력발전소를 더 세워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자꾸자꾸 더 많은 전기를 씁니다. 더 많은 공장을 세우고 더 많이 헤프게 쓰며 더 많은 전기제품을 갖춥니다. 더 큰 아파트에서 살림을 꾸리고 끝없이 자가용을 굴리며 낮에도 불을 환하게 켜는 곳에서 일하는 가운데,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고 겨울에는 보일러를 돌리면서 더 많은 전기를 쓰고야 맙니다.

 전기 씀씀이를 줄인다고 원자력발전소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길 수 있으나, 우리 삶을 바꾸려는 마음이 없이는 원자력발전소든 화력발전소이든 무엇이든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 삶을 먼저 바꾸어야 에너지 문제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와 교육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을 무엇보다 제대로 돌아볼 수 있어야 노동 문제며 사회 문제며 복지 문제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고, 이렇게 우리 삶자락을 구석구석 살피는 눈길로 거듭날 때, 우리가 쓰는 말과 글이 어떻게 나뒹굴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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