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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에게 X표하는 남미 유권자

칠레와 페루에서 유권자들의 특이한 기표방식

등록|2009.04.05 12:56 수정|2009.04.05 12:56

가정집 벽면도 정당홍보 수단으로산악지역 La Union(라 우니온)에서 찍은 사진으로 곳곳 담벼락이나 집 벽면에서 이런 홍보표시를 만날 수 있다. ⓒ 박우물





"이곳 사람들 참 이상해요. 왜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X표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한인들끼리 모이면 이야기 소재가 고국 이야기, 이국땅 삶터에서의 애환, 그러다가 라티노들과 우리들의 다른 습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나도 그전에는 길 가의 정당홍보 벽보들을 보면서 무심히 지나갔지만 칠레에서 지인의 지적 이후 다시 주의깊게 이곳 남미 기표방식을 눈여겨봤다.

우선 확인된 것으로는 첼레, 페루의 특이한 찬성기표방식이 눈에 들어온다. 상식적으로 기표를 한다면 우리는 찬성정당인에게 승리의 V표시를 하거나 지지의 O표를 하는데 비해 일단 사진 자료상으로 확인된 바에 의하면 이 두 나라는 전통적인 개념의 방식과는 다른 X표를 택해 외견상으로는 반대표를 던지는 것처럼 헷갈리게 한다.

페루 북단 뚬베스 벽보 긍정과 찬성을 뜻하는 Si에 X표가 함께한다. ⓒ 박우물




아반까이 벽보꾸스코에서 4시간 거리의 도시인 아반까이에서 발견한 후지모리파 정당의 표시에서도 긍정의 Si와 X표시가 공존한다. ⓒ 박우물



라틴 아메리카는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을 제외하고 군소 국가나 카리브해에서 프랑스어나 영어 등이 조금 통용될까 그 외에는 모두 에스빠뇰을 사용하고 있다. 언어가 같고 종교 또한 절대적으로 한 정복국가인 스페인의 포교정책에 의해 카톨릭화 되어있다보니 식생활, 제도들도 비슷해 지도상으로만 국가가 구분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물론 중미쪽과 남미쪽 얼굴은 조금 다른 것 같고 아르헨티나야 유럽보다 더한 백호주의가 은연중 만연된 백인국가란 긍지가 메스티조 문화로 대변되는 일반 라틴아메리카와는 뚜렷이 구별되지만. 하긴 아무리 같은 말을 쓴다고 하여도 국가내 지방색이란 것도 엄연히 존재하는데 나라간 구분이야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정치판도 거의 엇비슷할 것 같은데 이 글을 쓰기 위해 본인 개인의 사진자료를 다 찾아보니 주변국인 볼리비아 대통령 에보와 자신의 정당 후보가 나온 것을 보니 V자 기표가 눈에 들어온다. si(씨)는 우리가 잘 아는 Yes(예)와 같은 의미이다.

볼리비아 대통령과 홍보물볼리비아 라파스에서 3시간 거리 오루로에서 찍은 벽보사진으로 작년 8월에 찍었다. 여기서는 일반적인 V표시가 사용된다. ⓒ 박우물



에콰도르도 일반 표기방식을 따르는 것 같다. 사진 자료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찍은 현 대통령 꼬레아의 모습이다. 대통령 이름 발음이 우리나라를 뜻하는 꼬레아와 거의 흡사해 구별을 잘해야한다. 에콰도르도 남미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온갖 공간-산간 도로 돌멩이나 바위, 노상 어염집 등-에 정치구호와 어느 정당 인물을 찍자는 선전이 난무하지만 특별히 X표가 보이지 않으니 에콰도르 투표방식도 일반적으로 여기고 싶다.

에꽈돌 현대통령의 당선 전 헝보물현 대통령 이름은 한국을 지칭하는 꼬레아와 거의 흡사하다. 에콰돌 남쪽 산간지대에서 1차 라틴 방문시 선거가 진행중일때 찍은 사진이다. ⓒ 박우물



그래서 확인된 칠레와 페루만 국한해놓고 왜 이런 방식을 택할까 하고 자문해보았다.

단순 유추일지 모르지만 카톨릭 국가에서는 X가 예수를 상징하는 표시로 많이 인식되어 있어서 그리 차용한 것인지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고 두 번째는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것은 아닐까 싶지만 본인이나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정치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리감과 상관이 있지 않을런지.

어떤 인물과 정당, 이념을 두고 절대적인 지지와 반대자들에게는 듣기 거북할지 몰라도 무엇보다 정치는 최고나 차선을 뽑는 것이 아니라 덜 나쁜, 즉 차악을 뽑는다는 것이 민주주의 역사에서 배어난 민중들의 지혜가 이런 기표양식으로 특화된 것 아니냐는 유추이다. 그렇다고 해서 라틴 정치가 우리나라보다 선진적이지는 않다. 정치의 후진성을 거론할 때 이 대륙이 단골메뉴로 나오는 것을 보면 더더욱.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불안한 정치상황이 유권자들 나름의 철학을 만든 것 일수도 있잖은가.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 현상을 본 개인의 단상일뿐이다.

그래서 비록 당신을 지지하여 표를 찍지만 이 표는 당신과 당신이 속한 정당에 대한 전폭지지가 아닌 그래도 구정물인 난장판 정치에서 상대보다 조금 덜 나쁘게 여겨져서-기권은 할 수 없고-찍는거야 그러니 항상 겸손해야 돼 라고 말하고 싶은 메세지로 그리 해석하고 싶다.
하기사 이렇게 심오한 차원까지 들어갈 필요없는 과해석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에게는 칠레와 페루의 선거기표방식이 그래서 신선하게 여겨졌다.

유감스럽게도 자료사진은 페루의 남쪽과 북쪽 그리고 산악지대에서 얻은 자료들이고 칠레에 대한 직접적인 자료는 그렇게 헤집고 다녔어도 그때에는 생각이 못 미쳐서인지 구할 수 없었다.

포스터용과 실제 투표현장에서 유권자의 기표방식은 다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곳곳에서 보이는 찬성을 유도하는 남미 한 두 국가의 X표는 합리적인 모순처럼 보여진다.

와라스 융가이 선거벽보1970년 대지진으로 한 마을이 몰살한 융가이 공동묘지터 인근 산간마을에서 발견한 구 벽보. 1번이란 숫자에 X표시가 완연하다. ⓒ 박우물





문화의 레일 관계의 레일 레일아트 박우물 http://cafe.daum.net/7080folksong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와 개인이 속한 카페와 블로그에 동시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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