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싹씨앗, 드디어 싹 틔우다. ⓒ 김민수
지난 주 텃밭에 열무, 배추, 시금치 씨앗을 뿌렸습니다.
사나흘 지나니 싹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어느새 텃밭은 푸른 봄의 빛깔로 채색되었습니다. 아직도 듬성듬성한 곳에는 씨앗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 새싹작은 것을 통해 생명의 신비를 본다 ⓒ 김민수
봄햇살 반가워라, 솟아오르듯 피어나는 작은 새싹들을 보는 것은 희망의 메시지를 듣는 것 같습니다. 눈은 새싹의 기특한 모습으로 행복하고, 마음은 그들이 들려주는 소리에 행복합니다.
저 작은 것이 자라 식탁을 풍성하게 해준다 생각하니 고맙습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나도 없을 터이니 결국 그들은 곧 나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때론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상처따윈 뒤로하고 늘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그것이 새싹의 힘입니다.
▲ 새싹이제 곧 씨앗을 온전히 벗어버리고, 한 존재로 살아갈 것이다. ⓒ 김민수
작은 씨앗이 뿌리를 내고 떡잎을 내기까지 그들은 우주의 섭리를 거스르지않고 순응했을 것입니다. 우주의 섭리에 순응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살아간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겨우내 자신을 품어준 씨앗보다 더 커버린 몸, 씨앗의 모습은 없어졌지만 그 안에 씨앗이 있습니다. 그들도 꽃을 피우면 자신이 태어난 씨앗을 또 맺을 것입니다. 하나의 씨앗에서 수백 수 천의 씨앗이 다시 맺혀질 것입니다.
▲ 새싹때론 험난한 과정도 있지만 그걸 이겨내야 한다 ⓒ 김민수
씨앗이 흙을 만나 새싹이 되기까지는 여러가지 험난한 과정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온 힘을 다해 피어날 뿐, 주위의 상황에 대해 불평하지도 좌절하지도 않습니다. 주변상황으로 인해 상처를 입더라도 그냥 상처입은 채로 피어나고, 상처입지 않은 꽃들과 다르지 않은 꽃을 피워내는 것입니다.
자연에게는 좌절 혹은 절망이 없습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피어나고, 그래도 안되면 그냥 죽어버림으로 남은 이들에게 그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여기 온 힘을 다해 피어나려고 했으나 결국 죽어버린 자연이 있다.'
그러한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이 자연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우쳐 주는 것이지요.
▲ 새싹삶의 굴곡만큼 큰실한 줄기를 본다 ⓒ 김민수
'긍정' 혹은 '희망' 같은 좋은 말들이 많습니다.
어떨때는 너무 그 단어들이 범람하는 것 같아 식상스럽다가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삶을 활기차게 해준다는 것까지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작다고 깔보지 말란 말야!"
그 작은 새싹들이 그렇게 말하는듯 했습니다.
이 세상에 작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작은 것들, 너무 작아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것들이 있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처럼 우리 사는 세상도 작은 자들이 있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을 깔보고 업신여길 것이 아니라 소중히여기며, 그들을 돌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서로가 사는 것입니다. 나 혼자만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순간, 우리는 나 조차도 못사는 길을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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