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를 닦든가 다리를 떨지 말든가

외출하는 애가 이도 안 닦고 나왔니?

등록|2009.04.06 11:27 수정|2009.04.06 11:27
일요일인 어제는 충남대학교에 가서 만개한 꽃을 구경하였다.

충남대 농과대학에서부터 중앙도서관에 이르는
약 2킬로미터의 꽃길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 외에도
개나리와 진달래들까지도 서로 지들이 더 잘 났다며 뽐을 내고 있었다.

가족을 동반하고 아예 도시락까지 지참하여 잔디밭을 찾는 이들도 보여
이 계절이 바야흐로 꽃피고 새도 덩달아 좋아서 우는 봄임을 새삼 실감하였다.

중앙도서관 앞에 시원스레 물을 뿜는 분수 앞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한담(閑談)을 나누고 있어 보기 좋았다.

충남대 정문을 나와 180번 시내버스를 타고 지하철 월평역 부근에서 하차했다.
대전역에서 내려 역전시장에 들러 아내가 사 오라는 감자와 시금치를 사갈 요량에서였다.

이윽고 도착한 판암행 지하철은 하지만 승객이 가득하여 겨우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다. 마치 콩나물시루처럼 꽉 끼여 겨우 앉은 그 좌석의
내 바로 옆엔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타고 있었다.

그런데 자리가 없어 서서 가는 일행 두 명과
연신 수다를 떠느라 내 귀가 다 따가울 지경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목적지인 대전역까지는 불과
10여분만 더 참으면 되겠지 싶어 꾹 참고 가기로 했다.

헌데 그 아이가 말을 할 적마다 자꾸만 입 냄새가
나는 데는 정말이지 고역도 그런 고역이 따로 없었다!

"너는 외출하는 애가 이도 안 닦고 나왔니?"라고
한바탕 꾸짖어주고만 싶은 심정 간절했다.
하지만 그 아이도 엄연히 남의 집의 귀한 자제일 터인데 차마 그럴 순 없는 노릇이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일부러 들이마시는 숨을 최소화하면서 그렇게 앉아서 가던 중이었는데
이번엔 또 그 아이가 내 왼쪽 다리와 얼추 닿아있는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마구 떨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얼씨구! 미운 놈은 뭘 해도 밉다더니 네가 꼭 그 짝(꼴)이구나?'
더는 참을 수 없었기에 지하철이 서대전 네거리 역에 정차할 무렵 벌떡 일어났다.
대전역에서 하차하자면 중구청 역과 중앙로 역을 더 지나야 하는 데도 말이다.

누구라도 외출을 하자면 양치질부터 하기 마련이다.
헌데 이를 아예 안 닦고 나온 건지, 아님 치아가 부실하고
속병(내장기관이 부실해도 치아에서 냄새가 난다고 한다)에서
기인한 것인지 여하튼 그같이 이에서 참을 수 없는
냄새가 나는 사람은 분명 어떤 경계대상 1호임에 틀림없다.

또한 다리를 떨면 재수가 없고 복도 달아난다고 했다.
만인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의 에티켓이 절실하게 느껴진 어제였다.
덧붙이는 글 도로교통공단에도 송고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