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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종 변호사 "박연차, 다 털어놔야 할지 고민중"

두 차례 면회... "2002년 대선때 한나라당에 10억원 냈다"

등록|2009.04.06 12:34 수정|2009.04.06 12:34
정관계 로비의혹으로 구속된 지 넉달째로 접어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박연차 리스트' 공개 범위를 놓고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두 번에 걸쳐 박 회장을 면회한 박찬종 변호사는 최근 세 차례에 걸친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지금까지 조사받은 것 외에 다 털어놓아라'고 조언했다"며 "박 회장 본인도 (털어놓아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눈치"라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내가 박 회장에게 '당신이 최대 부패기업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가슴이 짠하다, 운명이라고 생각해라'고 했더니 내 손을 잡고 울더라"라며 "'정권만 바뀌면 사정바람이 부는 풍토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부패 정치인들을 다 털고 가자'고 충고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다만 본인이 모든 것을 털어놓겠다고 결심해도 조력자가 필요하다"며 "본인이 고민하고 있으니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검찰의 수사진행 상황을 보자면, 소환조사를 받았거나 구속된 '박연차 리스트'에는 구여권 인사들이 훨씬 많다. 그런 점에서 '고민중'이라는 박 회장이 이후 'MB친구'로 통하는 천신일 회장이나 '이상득 인맥'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관 등 여권 핵심실세와 관련된 내용을 검찰에 털어놓을지 주목된다.

"지난 2002년 대선 때 재정위원으로 10억원 냈다고 한다"

또한 박 변호사는 "박 회장은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허드렛일 하다가 신발사업에 성공해 돈 좀 벌어 허리펴고 사는 정도가 됐다"며 "돈 좀 버니까 공무원 등 토착세력들에게 성금도 주고 (떠나는 공무원들에게) 전별금도 줬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향토기업으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니까 김해시는 물론이고 경남이나 부산시에서도 상좌, VIP 대접을 받았다"며 "그런데 (참여정부 시절) 집권당(열린우리당)에만 후원금을 주면 찍히고, 박 회장의 사업근거지가 한나라당 지역이다 보니 야당(한나라당)에도 돈을 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전방위 로비'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박 회장은 지난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재정위원에 위촉됐다"며 "당시 김해지역 국회의원으로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인사가 재정위원으로 위촉했는데 (대선 정치자금으로) 10억원을 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그런데 친구인 노건평씨의 동생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는데 그것은 충격이면서 보람이었다"며 "그래서 '국적'을 바꿔 노무현 대통령과 관계를 만들었고, 노 대통령 체면을 생각해 재보궐선거에 나온 열린우리당 후보들을 화끈하게 도와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당시 노건평씨가 화끈하게 도와달라고 했는데 이걸 모른 척하면 '박연차'가 아니었을 것"이라며 "협박해서 돈을 댄 것이 아니라 (가까운 관계 등을 헤아려) 자연스럽게 돈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박 회장의 건강상태와 관련 "구속된 지 넉달이나 돼서 건강이 정말 안좋다"며 "특히 자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사법처리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봉하마을 화포천 개발사업 명목으로 500만 달러를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에게 건넸다"는 박 회장의 발언과 관련, 박 변호사는 "박 회장이 얘기한 취지가 정확하지 않다"며 "6일 면회할 때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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