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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랑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

부모교육서의 고전 <부모와 아이사이>

등록|2009.04.06 14:42 수정|2009.04.06 14:42

고집이 있는 아들어릴땐 순한줄만 알았던 아가가 이제 유아가 되면서 고집과 의사표현이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매번 울음이나 떼를 써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한다. ⓒ 임준연



나에게도 벌써 두 해째다.
아이를 낳아서 기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가족이 아닌 핵가족의 경우엔 더더욱 그러하다. 온갖 육아정보를 책을 통하거나 인터넷을 통해서 접한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요즘 온라인을 통해 공유되는 육아정보는 소비심리를 자극한다. 이것도 필요하고 저건 꼭 필요하고 라고 이야기 하면 잘 모르는 내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엄마 아빠들에겐 정보는 차고 넘친다. 바로 앞에 모니터에서는 의문스러운 점만 적어 넣으면 몇 시간 내에 경험자, 전문가들이 친절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일견 타당하다고 생각되고 마음이 동하면 당장 시행을 해 본다.

하지만 우리아이에겐 잘 되지 않는다. 왜일까.

주변에 아이들을 잘 다루는 사람을 흉내 내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거 매우 어색한 일이다. 특히 여태 다르게 살아온 내 자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내가 잘 흉내내거나 따라 해보는 것도 내 아이가 불편해 하면 말짱 헛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첫째를 낳은 나에게 애 기르기의 노하우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관계는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지만 약자에 위치에 있는 아이는 속으로 삭이고 있고 부모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시간이 그렇게 흘러 사춘기 즈음이 되면 영영 돌아설 수 없는 길로 빠져드는 것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우리 부모님처럼 되지 말아야지'가 출발이다. 내가 겪었던 거리감을 어떻게 하면 우리아이는 느끼지 못하게 할까라는 생각이 지금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가진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이 때 책이 도움이 된다. 보통의 교육서를 통해서 적어도 위안이라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넘치는 책중에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는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 일단은 아이의 생리적인 부분이나 심리적인 부분과 관계된 의학서적류와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려주는 교육서, 그리고 노는 방법을 잘 모를 때 효율적으로 놀아줄 수 있는 놀이기구와 학습서 등이 있다.

유아기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때 형성된 성격과 행동이 평생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부모가 부담감만 충만해서 그저 발을 동동 구르고 어찌할지 모르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다.

책표지부모와 아이사이 ⓒ 양철북



사설이 길었지만 이 책은 1965년 초판이 나와서 2003년에 개정을 한 것을 우리나라 번역서로 출간한 것이다.

미국의 유아교육에 관한 고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책이 이야기 하는 내용을 축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것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1.아이는 인격체다.
2.아이의 존재를 인정하고 대화나 행동이 적절히 이루어져야 한다.
3.이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쪽은 부모이므로 부모가 아이의 사고와 행동에 대한 전폭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대화를 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과연 저자는 어떤 부모로 살았는지 궁금해진다. 이 책에 나온 대로 말하고 행동하자면 몸속에 사리가 수십 개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책의 대부분은 대화의 기법을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다. 적절한 예를 들면서 해서되고 안 되는 문장을 보여준다.

나는 묻는다. 그렇다면 문장으로 끝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 한마디로 종결되는 대화가 아닐 진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몇 마디 오고가면 종결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역시 이건 책의 한계다. 프로그램이라도 만들어서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여러 가지 변수에 대처하는 것도 책을 읽는 부모가 해야 할 일이다. 책이 알려주지 않은 대화의 변화와 갑자기 튀어나오는 돌발행동에 대한 대처는 각자가 준비해야 할 일이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음이 안정된다. 이런 것이 교육서가 주는 특혜일까. 아이가 이렇게 하는데 어떻게 말해야 하지 하는 궁금증의 대부분이 책속에 설명이 되어 있다. 부모가 생각할 때 아이가 가지지 말았으면 하는 감정들을 발산할 때엔, 부모는 이해하는 척 해야 한다는 것이 이 글이 주는 핵심이다.

미움과 분노, 비난이나 빈정거림, 권위는 대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평범한 부모들은 아이를 이렇게 대하고 있다. 내 주변에도 널려있고 나도 어려서 부모로부터 이런 대접을 받아왔다. 주로 안 되라는 말을 들었고 이에 대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아서 내가 즐기기 위해서 적당히 부모를 속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부모는 아이를 기꺼이 이해해야 하고, 설사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이해하는 척 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침묵하라고 조언한다. 이런 대화의 기술은 아이뿐 아니라 내 주변 누구와 대화하더라도 다 통하는 기술이다. 그 사람과 관계를 개선하거나 나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보이고 싶다면 당장 시행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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