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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돌린 민주당, '팽' 당한 정동영

당 최고위 '공천 불가' 공식 발표... 파국 시작됐나

등록|2009.04.06 11:51 수정|2009.04.06 16:30
[기사 대체: 6일 오후 2시 15분]

▲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회의를 마친 후 4.29 재보선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공천을 배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남소연


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가 정동영 상임고문의 '4·29 재보선 전주 덕진 공천불가'를 결정해 발표함에 따라 당 내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최고위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이같은 방침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당 최고위의 결정은 민주당 4선급 중진들의 중재와 정세균-정동영 2차 회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격적으로 나온 것이어서 정 고문에게 적잖은 심리적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동영 공천불가, 파국 불러오나

애초 정 대표는 전날(5일) 원혜영 원내대표, 강기정 비서실장 등을 대동하고 정 고문을 만나기 위해 전남 장성 백양사로 출발했지만, 북한 위성발사로 황급히 귀경해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따라서 '정-정 2차 회동'이 조만간 다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날 당 최고위의 '공천 불가' 결정으로 정 고문과 민주당 사이의 파국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민주당 최고위가 정 고문에게 사전 언질도 없이 전격적으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더 이상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4·29 재보선 전략을 'MB악법 저지'로 내세운 민주당에게 정 고문의 등장은 판세를 뒤흔들 만한 '악재'였다. 게다가 정 고문과의 '불출마 협상'마저 지지부진해지면서 "자칫하면 여당에 전패한다"는 위기감이 당 지도부에 팽배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번 4·29 재보선은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고 MB악법을 막아낼 힘 있는 야당이 되느냐 못 되느냐가 판가름 나는 선거"라며 "민주당은 일관되게 추진해 온 전국정당화 노력에 비추어 정 고문이 전주 덕진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고문을 향한 마지막 호소도 빼놓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정 고문은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이자 대통령후보를 지낸 분"이라며 "당내 단합과 반MB 전선의 굳건한 구축을 위해 애당적 결단으로 당의 결정을 수용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대선후보까지 지냈는데... 걸림돌이라니"

하지만 정 고문측이 당 지도부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인물을 '걸림돌'로 몰아세우는 것은 전형적인 '토사구팽'이라는 반발이다.

정 고문의 측근인 최규식 의원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위중한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내린 첫 번째 결정이 정동영 공천 배제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상황을 꼬집었다. 최 의원은 이어 "당내에 정 전 장관의 공천을 주장하는 당 중진들을 비롯한 수십 명의 의원들이 있는 만큼 당 지도부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날 오전 당 최고위 결정을 전해들은 정 고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향에서 제2의 정치인생을 시작하겠다"던 귀국 결심은 아직 버리지 않고 있다. 따라서 주변에서는 정 고문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정 고문이 당 지도부의 결정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다면 전주 덕진은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전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으로선 당령을 어긴 정 고문을 무조건 떨어뜨려야 한다. 하지만 전주 덕진의 정 고문에 대한 지지세가 워낙 큰 탓에 당력을 집중하더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예비후보로 등록한 6명 중 진안군수 출신의 임수진 후보와 386세대 운동권이자 공학도 출신 홍성영 후보 중 한 사람을 8일께 전략공천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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