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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보다 좋은 우리 '상말' (60) 동분서주

[우리 말에 마음쓰기 601] '동분서주하고 계시며', '동분서주하던' 다듬기

등록|2009.04.06 15:16 수정|2009.04.06 15:16
ㄱ. 동분서주하고 계시던

.. 그 당시(지금도 그렇지만) 빈약한 시설을 가지고 자금을 모으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계시던 후꾸이씨는 자주 외출을 해서 실지로 만나게 된 것은 세 번째로 방문하였을 때였다고 생각됩니다 .. <나는 바보가 아니야>(하꾸이 다쯔우, 자행회, 1971) 소개말

"그 당시(當時)"는 "그무렵"이나 "그때"로 다듬고, "빈약(貧弱)한 시설을 가지고"는 "허술한 시설로"로 다듬으며, "자금(資金)을 모으기 위(爲)하여"는 "돈을 모으려고"나 "돈을 모은다며"로 다듬습니다. '실지(實地)로'는 '정작'으로 손보고, "만나게 된 것은"은 "만나게 된 때는"으로 손보며, '방문(訪問)하였을'은 '찾아갔을'이나 '찾아뵈었을'로 손봅니다. '외출(外出)'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바깥 나들이'로 손질해도 됩니다.

 ┌ 동분서주(東奔西走) :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뜻으로, 사방으로
 │    이리저리 몹시 바쁘게 돌아다님을 이르는 말
 │   - 동분서주로 뛰어다니다 / 동분서주 애를 쓰다 /
 │     그렇게 넋이 빠져서 동분서주하는 꼴은
 │
 ├ 동분서주하고 계시던
 │→ 바쁘시던
 │→ 바삐 움직이고 계시던
 │→ 바삐 움직이시던
 │→ 바삐 돌아다니고 계시던
 │→ 바삐 돌아다니시던
 └ …

예나 이제나 바삐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리하여, '바쁘다'라는 말이 있고, 이 말을 한자로 옮긴 '동분서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쁜 가운데에도 몹시 바쁘다는 '바빠맞다'가 있으며, 바빠서 얼른 움직이려 한다는 '서두르다'와 '몰아치다'라는 말이 있어요.

 ┌ 동분서주로 뛰어다니다 → 바쁘게 뛰어다니다
 ├ 동분서주 애를 쓰다 → 여러모로 바쁘게 애를 쓰다
 └ 동분서주하는 꼴은 → 바쁘게 구는 꼴은 / 바빠맞은 꼴은

바삐 살아가는 우리들이기에 '바삐'라는 말을 비롯하여 온갖 말투로 우리 모습을 담아냅니다. 곳과 때에 따라 '부지런히'나 '바지런히'라 이야기하고, '쉴 새 없이'나 '숨돌릴 틈 없이'라 하기도 합니다.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는 한편, '신이 닳거나 해지도록' 몰아치곤 합니다.

 ┌ 바쁘게 / 바삐 / 부지런히 / 바지런히 / 힘껏
 ├ 이곳저곳 부지런히 / 여기저기 바쁘게
 ├ 숨돌릴 틈 없이 / 쉴 틈 없이
 ├ 눈코뜰 새 없이 / 쉴 새 없이
 ├ 진땀 흘리며 / 비지땀 흘리며
 ├ 발에 불이 나도록 / 발이 퉁퉁 붓도록
 ├ 신발이 닳도록 / 신발이 해지도록
 ├ 다리에 알이 배기도록 / 헐레벌떡
 ├ 숨이 차도록 / 숨이 턱에 닿도록
 └ …

일이 많으니 바쁘게 되고, 서둘러 마무리지을 일이 있어 바쁘게 삽니다. 많은 일을 붙잡거나 껴안으면서도 제 넋과 얼을 잃지 않는 사람이 있으나, 바쁜 나머지 제 넋과 얼을 놓고 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쁠 때에는 바쁨을 즐기고, 느긋할 때에는 느긋함을 즐길 노릇입니다. 우리가 선 자리를 차근차근 돌아보며, 우리 삶자락이 어찌 흐르고 있는가를 헤아려 줍니다. 우리한테 한 번 주어진 삶을 알뜰히 꾸리고, 한 번 주어진 삶을 즐거이 펼치며, 한 번 주어진 너나없이 아름다운 삶을 고마이 맞아들입니다. 이러는 가운데 넋과 얼을 올바로 추스른다면, 생각과 마음도 올바로 추스르게 되고, 생각과 마음을 올바르게 추스르는 동안에는 말과 글 또한 올바로 추스를 수 있습니다.

삶자락이 꼬이거나 뒤틀리면 생각과 넋이 꼬이고, 생각과 넋이 꼬이는 동안에는 말과 글 또한 꼬이게 됩니다. 아름다이 가꾸는 삶에서는 아름다운 말이지만, 얄궂게 내팽개치는 삶에서는 얄궂고 마는 말입니다.

ㄴ. 동분서주하며

..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진가들이 새로운 사진 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새로운 사진 미학을 완성시키고 있다 .. <섬에 홀려 필름에 미쳐>(김영갑, 하날오름, 1996) 170쪽

"이 순간(瞬間)에도"는 "이때에도"로 다듬고, "사진 세계(世界)"는 "사진밭"으로 다듬습니다. "개척(開拓)하기 위(爲)해"는 "뚫으려고"나 "닦으려고"나 "일구려고"로 손질하고, "새로운 사진 미학(美學)을 완성(完成)시키고 있다"는 "새로운 사진 미학을 이룩하고 있다"나 "사진으로 새로운 아름다움을 이룩하려고 하고 있다"로 손질해 봅니다.

 ┌ 동분서주하며
 │
 │→ 바삐 뛰며
 │→ 부지런히 뛰며
 │→ 힘써 뛰며
 │→ 땀흘려 뛰며
 │→ 쉼없이 뛰며
 └ …

이 자리에서는 '바쁘다'는 말보다는 '부지런하다'나 '힘쓰다' 같은 말이 한결 잘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부지런히 일구는 사진밭이기에 '땀흘리는' 모습이며, 힘써 가꾸는 사진밭이기에 '신나게 뛰는' 모습입니다.

사진을 즐기는 사람은 사진밭에서 힘을 기울이며 보람을 찾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밭에서 힘을 쏟으며 즐거움을 나눕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글밭에서 힘을 모두며 재미를 느낍니다.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지 않고자 애쓰고, 오늘내일 싱그러이 보내고자 힘씁니다. 잘나건 잘나지 않건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가운데 가꾸고, 모자라건 어수룩하건 사랑스런 내 모습으로 여기면서 차근차근 북돋웁니다.

사진을 사랑하기에 사진에 매이지 않으면서 땀을 흘립니다. 그림을 좋아하기에 그림에 묶이지 않으면서 손품을 팝니다. 글을 아끼기에 글에 얽히지 않으면서 온몸을 움직입니다. 하나씩 이루는 열매이고, 꾸준히 다독이는 빛줄기이며, 두고두고 간수하는 보배입니다. 일이란, 삶이란, 말이란, 한동아리입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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