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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인맥' 추부길의 로비는 어디까지?

정권 실세인 '이상득 인맥'에 로비?... "음험한 정치공세" 일축

등록|2009.04.07 14:59 수정|2009.04.07 15:03

▲ 추부길 전 비서관 ⓒ 권우성


정관계 로비의혹으로 구속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는 2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낸 가까운 사이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가 된 것도 노씨의 역할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노건평씨가 지난해 9월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인맥인 추부길 전 비서관을 만났다. 두 사람이 만난 시기는 국세청이 박 회장의 태광실업 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인 직후였다.



박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로비 청탁을 받은 노씨는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며 정권 실세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추 전 비서관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서로 대통령 패밀리까지는 건드리지 않도록 하자. 우리 쪽 패밀리에는 박연차도 포함시켜 달라."

이후 추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정권의 핵심 실세인 J의원을 만나 노씨의 메시지를 전달한 뒤 "민정수석이나 검찰쪽에 노씨의 얘기를 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 J의원은 "당시 '알았다'고 답했지만 내가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고, 그럴 필요를 못 느껴 민정수석이나 검찰에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노건평-추부길' 회동이 이루어진 시기와 추 전 비서관이 박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로비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시기(2008년 9월)가 거의 일치한다. 박 회장은 세무조사가 시작된 7월부터 자신의 '마당발 인맥'을 동원해 전방위 로비에 나서고 있었다.

물론 당시 추 전 비서관은 "촛불시민은 사탄의 무리"(2008년 6월)라는 발언으로 청와대를 떠난 처지였기 때문에 그의 로비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이명박 정권의 인사 등을 좌지우지하던 '이상득 인맥'이었다는 점에서 '박연차 구하기'를 위한 전방위 로비가 펼쳐졌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선 캠프 때 쌓은 실세인맥 통해 로비 시도?

추 전 비서관이 청와대를 나오긴 했지만 그의 힘은 지난 2월 16일 친여 인터넷매체 <아우어뉴스> 창간식에서 드러났다.

이 대통령이 화환을 보낸 창간식에는 정두언·정병국·전여옥·장광근·조해진·권택기·이춘식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은 물론이고, 정권의 핵심실세인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이주호 교육과학부 1차관 등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한 인사는 "추부길 전 비서관은 캠프에 참여하고 있던 의원들과 다 친하게 지내는 편이었다"며 "특히 J의원과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추 전 비서관로부터 노씨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J의원이 지난 2007년 대선 때 '전략홍보기획조정회의' 멤버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7시회의'로 알려진 '전략홍보기획조정회의'에는 이방호·정두언·박형준·임태희·주호영·정종복·김학송·정병국 등 이명박 후보의 핵심 참모들이 참여했다.

추 전 비서관이 대선캠프 시절 쌓은 '실세 인맥'을 통해 '박연차 구명운동'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검찰은 현 여권과 노무현 전 대통령측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해온 추 전 비서관의 로비가 J의원에만 그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른 권력 실세들에게 노건평씨의 메시지가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특히 지난해 말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이상득 의원 측근인사,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 등과 함께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한 것이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이 있는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 전 비서관의 '윗선 로비'와 관련, 그가 주군으로 모셨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현재 '왕차관'으로 불릴 정도로 정권 실세인 박영준 국무차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한 여권 인사는 "추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에도 말이 많아 이상득 의원측으로부터 경고도 받고 혼도 났다"며 "추 전 비서관 로비 혐의와 관련 이상득 의원과 박 차장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음험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어떤 세력이 이 의원과 박 차장의 연루설을 흘리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건평-추부길 라인은 지난 대선 때에도 가동됐다?

한편 전혀 다른 정권과 연결돼 있는 노건평씨와 추부길 전 비서관이 어떻게 만날 수 있었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007년 대선 때도 비밀스럽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만남의 주제는 이명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이었던 BBK 건이었다.

당시 추 전 비서관은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과 관련된 제보를 받은 뒤 노 대통령측과 협상하기 위해 노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시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건은 건드리지 않을 테니 청와대가 검찰의 BBK 사건 수사에 중립을 지켜 달라"며 노씨에게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BBK 사건'을 방어하기 위한 '핫라인'이 가동된 셈이다.

이러한 막후타협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검찰은 BBK 사건과 관련 이명박 후보 손을 들어주었고, 'BBK 사건'은 대선변수에서 급속히 밀려났다. 추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공을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2007년 대선 때부터 '노건평-추부길 라인'이 가동되고 있었기 때문에 박연차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청탁와 관련된 두 사람의 만남(2008년 9월)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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