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열렸나? 노인들이 공원에 모인 까닭
계룡시 지장정사 매주 화요일 국수 무료 배식... 3년째 봉사
▲ 국수나눔은 행복나눔입니다지장정사 자원봉사자들은 매주 화요일이면 엄사1호 공원에 나와 외로운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급식을 한다. ⓒ 김동이
"국수나눔은 행복나눔입니다"
그리고 공원의 벤치에는 어느샌가 노인들이 몰려들었고, 이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무언가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한바탕 잔치라도 벌어지려나?"
궁금함을 참지 못해 공원 한 켠에서 국수를 삶고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지장정사'라고 적힌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것을 보니 절(寺)에서 나온 사람들인 것처럼 보였다.
"오늘 여기서 무슨 잔치있나요?"
"잔치긴 잔치죠. 외로운 어르신들 한테는요"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예. 우리는 지장정사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이에요. 매주 여기(엄사1호 공원)에서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국수를 삶아 대접하고 있어요. 벌써 3년째인데요."
▲ 육수만 준비되면 배식 준비 끝. 김치도 먹음직스러워보인다. ⓒ 김동이
3년이나 됐다고? 왜 몰랐을까? 화요장이 열리는 날에만 나와서 국수를 배식해준다니 그동안 장터에 서는 국수집인 줄만 알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탓인 것 같다.
또한,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남 모르게 도와주면서 내색을 하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남 모르게 하는 선행이 진짜 선행이지 않은가. 하지만, 미담을 발굴해서 알려야 하는 특성상 직무유기(?)한 것 같아 왠지 부끄러워 졌다.
"매주 어르신들한테 국수를 삶아 대접하신다니 대단하시네요. 국수는 어느 정도 준비하신 건가요?"
"매주 40여 명의 어르신들이 찾아오시기 때문에 그 이상 항상 준비해 놓죠. 양이 모자라서 그냥 돌아가시는 분들이 계시면 안되잖아요."
몇 명이나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시는 모든 어르신들한테 국수를 대접하려고 여분까지 준비를 했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12시가 가까워졌고, 이내 자원봉사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한쪽에서는 적당한 양의 국수를 그릇에 담고, 한쪽에서는 푹 끓인 육수를 그릇에 부었다.
▲ 배식 준비가 끝나자 벤치에 앉아있던 노인들이 길게 줄을 섰다. ⓒ 김동이
이러한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공원벤치에 앉아있던 어르신들은 어느새 한 줄로 길게 늘어서 국수를 배식할 준비를 마쳤다.
▲ 국수를 받아든 어르신. 김치도 가져가세요! ⓒ 김동이
▲ 할아버지꺼까지 2인분을 들고 가시는 할머니. ⓒ 김동이
▲ 맛있게 국수를 나눠먹고 있는 노인들. "내꺼 좀 더 먹을랴?" ⓒ 김동이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던 노인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자 식사가 시작된다.
"이거 더 먹을랴? 나한테는 양이 많아서…."
마치 소풍을 나온 양 맛있게 나누어 먹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니 자원봉사자들의 마음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더 필요한 거 있으세요? 김치 더 갖다 드릴까?"
노인들이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혹여나 더 필요한 것이 있나 꼼꼼히 물어보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하루였다.
한편, 매주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지장정사는 지난 3월에는 계룡시의 보조를 받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전문 요양시설' 착공식을 갖는 등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에 앞장서고 있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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