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것은 마음이요, 뾰족한 것은 욕심이라...
[사진] 부처님 오신날 준비하는 1300년 고찰 하동 쌍계사
▲ 내려오는 길은 어느듯 해가 졌다. 연등불이 길을 안내한다. ⓒ 진민용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에 자리 잡고 있는 쌍계사(雙磎寺),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화개장터'를 지나 약 7km를 좁은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5일까지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열렸습니다.
'이제 끝났고 평일이니 한가하겠지'하는 마음으로 갔지만 여전히 들어가는 입구까지 약 5~6km는 관광버스와 차량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그러나 섬진강을 따라 늘어서 있는 가지마다 하얀 눈을 쌓아놓은 듯한 벚꽃나무들 아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은 좋아집니다. 아무렴 조금 밀리면 어떻습니까.
그래도 사람들의 표정들은 하나같이 화사합니다. 워낙 만개한 벚꽃들이 뿜어내는 꽃잎들이 폭설을 쏟아내듯 장관을 이루고, 장터에서는 각종 특산물을 파는 상인들과 손님들이 어우러져 있으니까요. 어차피 이런 걸 각오하고 관광 다니는 거 아니겠습니까.
▲ 쌍계사 입구에 늘어선 상점들, 지역 특산물을 팔고 있다. ⓒ 진민용
▲ 연등을 따라 오르면 자비로움이 묻어날 듯 하다. ⓒ 진민용
아무튼 장터에서 국산 버섯을 사고, 팥칼국수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운 후에 쌍계사를 향했습니다.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에 걸어서 약 5백여미터를 올라가니 쌍계사 입구의 일주문이 나옵니다.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1년(722년)에 대비(大悲), 삼법(三法) 두 승려가 혜능스님과 함께 "지리산 설리갈화처(雪裏葛花處 :눈 쌓인 계곡 칡꽃이 피어있는 곳)에 봉안하라"는 꿈의 계시를 받고 호랑이의 인도로 현재의 이곳을 찾아 절을 지은 것이 유래라고 합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천왕문이 나오고, 다시 그곳을 지나면 쌍계사의 대표적 석탑인 '구층석탑'이 불자들을 맞이해 주고 있습니다. 사찰의 소개에 따르면 이 탑은 고산스님이 인도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올 때 스리랑카에서 직접 모셔온 석가여래 진신사리 삼과(三顆)와 산내 암자인 국사암 후불탱화에서 출현한 부처님의 진신사리 이과(二顆)와 전단나무 부처님 일위(一位)를 모셨다고 전해집니다.
쌍계사의 대표적 명소인 불일폭포는 현재 가뭄으로 물이 말라 있는 실정이고, 폭포로 향하는 반대편의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금당'이라는 건물이 나옵니다. 금당 내에는 중국 선종(선종)의 제 6대조인 혜능대사(慧能大師)의 정상(頂相), 즉 머리를 모시고 있습니다. 신라 성덕왕 때 당나라의 혜능대사를 만나 보는 것이 원이었던 삼법스님이 당나라에 유학했을 때에는 혜능대사가 이미 고인(故人)이 되었으므로 그의 무덤을 찾아 머리를 모셔와 돌로써 만든 석감(石龕)을 넣어 이곳 땅 밑에 안치했다고 합니다.
▲ 쌍계사의 대표적인 구층석탑 ⓒ 진민용
▲ 진감국사 탑비. 최치원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 진민용
또한 쌍계사에는 대웅전 앞마당에 서 있는 비석이 유명한데, 이 비석은 '진감국사 탑비'라는 것으로, 신라 정강왕이 신라 말의 고승 진감선사 혜소(774년-850년)의 높은 도덕과 법력을 앙모하여 대사가 도를 닦던 옥천사(玉泉寺)를 쌍계사(雙磎寺)로 명명하고 건립한 것으로 고운 최치원(857-?)이 비문을 짓고 환영스님이 각자하여 887년에 건립한 것입니다.
혜소대사는 범패에 능하여 그 맑은 소리로 대중을 교화했다고 전해지는데, 이 비문의 자경은 2.3cm의 해서로 돼 있습니다. 이 탑비는 최치원의 '사산비명(四山碑銘)'가운데 하나로, 귀부의 등에는 간결하게 귀갑문이 조각되었으며 귀두는 용머리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귀갑의 중앙에는 방형의 비좌가 마련되어 비신을 받게 되었는데 네 면에 운문(雲紋)이 양각되어 있습니다. 파손을 우려해서 철재로 된 틀을 짜서 비석을 감싸고 있습니다.
오는 5월2일 석가탄신일을 맞게 될 쌍계사는 한창 사찰 주변의 공사가 진행 중인데 보다 많은 불자들을 위해 점등식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리산 자락의 맑은 계곡과 어우러진 연등들이 오는 이들의 마음에 자비와 사랑의 마음을 아로새겨주는 듯합니다.
▲ 대웅전에서 우측으로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팔상전 ⓒ 진민용
▲ 석비의 모양이 둥근것은 사람의 마음이고, 그 끝이 뾰족한 것은 그 마음에 숨어있는 욕심이라고.. ⓒ 진민용
▲ 법당 한 구석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실내화 ⓒ 진민용
▲ 천 년이 훌쩍 넘은 담장이다. ⓒ 진민용
▲ 한 동자승이 두고 들어간 신발이 애처롭다. ⓒ 진민용
▲ 목련이 피면서 사찰의 지붕을 덮고있다. ⓒ 진민용
▲ 대웅전 앞 마당 ⓒ 진민용
▲ 어둠이 짙게 깔린 쌍계사를 밝혀주는 연등불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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