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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은 철학적 사유로 이끄는 '몽학선생'

잭 보웬의 <드림 위버>를 읽고서

등록|2009.04.09 13:50 수정|2009.04.09 13:50

책겉그림잭 보웬의 〈드림 위버〉 ⓒ 도서출판 다른



철학이란 말은 어른들에게나 학생들에게 꽤나 낯설게 다가온다. 그 말 자체가 거창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매일 매일의 삶이 철학적 사유 속에서 흘러간다. 학생들의 생각을 이끌어 주는 부모의 사유도, 세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가치 판단도 따지고 보면 철학의 바탕에서 나온 일들이다.

그렇듯 철학은 한 꺼풀만 벗겨보면 우리들의 일상과 매우 친숙한 것이다. 다만 그것에 관한 질문을 비비꼬게 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낄 뿐이다. 사실 일상적으로 믿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반성적인 물음이 철학이라면, 우리들의 삶 자체가 가히 철학이다.

잭 보웬의 <드림 위버>는 열 네 살의 중학생 이안과 꿈속 '몽학선생(蒙學先生)' 간의 질문과 대답을 통해 철학적 사유를 얻게 한다. 구름 하나에 구름 하나를 더하면 구름은 몇 개가 될 것인지를 비롯해, 천국에도 악이 있을지, 테레사 수녀가 이타적인 사람인지를 묻는 등 총 14장의 구성과 함께, 고대로부터 오늘날까지 철학사를 장식한 153명의 철학적 잠언들도 적절하게 배치해 주고 있다.

어떠한가? 천국에도 악이 존재하는 것일까? 보통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들은 이 질문에 대해 생뚱맞다고 할 수 있다. 천국에는 거짓도 불의도 악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그것의 반대 사유를 통해 선으로 귀결시키려는 까닭일 것이다.

이른바 그 어떤 곳이든 악이 없다면 나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고통도 없다면 실질적으로 선이라는 것도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악이 있어야 인간은 더 많은 선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견해 때문에 그와 같은 사유를 가져온 것이다.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제시해 주지 않는다. 다만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부분만 언급할 뿐이다.

한편 잭 보웬은 테레사 수녀의 선한 행동에 대해서도 색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른바 테레사 수녀의 선한 행동이 이기적인 성취감에 비롯된 일이라는 사유이다. 그것은 그녀의 죽음 이후에 얻는 정신적인 불멸성이 그녀를 빛내게 하기 때문이요, 전 세계적인 추앙과 앙망을 받는 일도 그것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타적인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선한 일들이 이기적인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견해이다.

"너는 테레사 수녀가 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다고 생각하니? 비참함을 느끼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행복학 위해서일까? 다른 사람을 돕고 나서 얼마나 성취감을 느끼는지 생각해 봐.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고귀한 감정일 거야. 그리고 게다가 그녀는 다른 사람의 인정을 계속 받아. 너도 알다시피 사람들이 자선 사업이나 단체에 기부할 때 그들의 이름은 다른 사람에게 거명되지. 너는 그들이 왜 그런 활동을 했다고 생각하지?"(395쪽)

그렇지만 그녀의 선한 행동이 과연 사후에 얻게 될 불멸성이나 세계적인 추앙 때문에 행한 일었을까? 그것 자체가 과연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의 근원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사실 그녀의 선한 행동은 사후에 얻게 될 평가나 명예보다도 현실 속의 아픔을 안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더 돌보고픈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이 책의 꿈속에 등장하는 늙은 노인은 어찌 보면 진정한 철학의 사유를 일깨워주기 위한 '몽학선생'에 해당될 것이다. '몽학선생'이란 성경 속 바울이 이야기한 것으로, 당대의 유대주의 율법으로는 인간과 세상의 참됨과 진리를 바르게 깨우칠 수 없음을 밝힌 것이다.

그렇듯 이 책 속에서 나누는 이안과 노인의 대화는 그 자체가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바가 아니다. 오히려 둘 사이의 끊임없는 대답과 사유를 통해 인간과 세상의 참됨과 진리를 하나씩 파헤쳐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더 깊은 철학적 사유로 이끄는 '몽학선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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