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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I 전면참여'가 북한 장거리로켓과 별개?

[분석] 대북지렛대·일관성 부재 속에서 나온 궁색한 논리

등록|2009.04.10 17:06 수정|2009.04.15 10:27

▲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7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문제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정부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의 근거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는 관련 없는 국제협력 차원의 행동'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로켓발사 다음날인 6일 여야 3당 대표와의 청와대 조찬회동에서 "(PSI 전면참여는)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계없이 원래 WMD(대량살상무기)·테러 방지 등 국제협력 차원에서 검토해온 사안이고 적극 검토되고 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고 해서 바로 하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한 뒤, 정부입장은 이 논리로 정리됐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와 연결하지 않고 대승적인 입장에서 전면 참여할 것"(한승수 국무총리, 7일 국회답변),  "PSI는 WMD 확산을 막기 위한 것으로, 곧 제도화될 것이기 때문에 미사일과 관계없이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7일 국회답변) 등이 그것이다. 유 장관은 10일자 <국민일보> 인터뷰에서도 "PSI는 북한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PSI가 북한 로켓발사에 대한 보복대응이 아니'라는 정부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불과 며칠 전인 4월 초에만 해도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직후 PSI 전면참여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당시 PSI 참여가 로켓을 발사한 북한에 대한 응징대책이 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 유명환 외통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의 외교부 1차관으로 있던 2006년 10월에는 "한반도 주변 수역에서 PSI를 이행한다면 군사적 대치 상황에 있어서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우리는 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유 장관의 발언이 달라진 배경에 대해 물으면 아예 "과거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한다.

북한, 서해 NLL에서도 추가 압박 우려

정부가 PSI에 대해 이처럼 궁색한 논리를 내세우는 것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북한의 반발에 대한 우려다. 2005년 12월에 노무현 정부가 옵서버 자격으로  PSI 부분 참여를 결정했을 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도화선"이라고 했고, 지난 날 31일에도 "PSI 참가는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북한을 상대하는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은 한번 꺼낸 말은 행동에 옮긴다'라고 생각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서해 NLL이 북한의 다음 압박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꽃게잡이철도 코앞에 와 있다. "지금까지 새정부 출범 1년은 남북관계 조정기"라고 말해 온 이명박 정부로서는 남북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PSI에 가입한다면 향후 1, 2년간 남북관계는 완전히 없는 상태가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정부가 PSI가 국제규범이기 때문에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그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는 유엔안보리에서 논의하는 북한 제재안에 대해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PSI 가입발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동향을 봐가면서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다.

의견 차이로 지난 8일과 9일에는 회의를 열지도 못했던 유엔 안보리가 9일 저녁 다시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도출에는 역시 실패했다. 5개 상임이사국과 일본이 머리를 맞댔지만 불과 50분 만에 산회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로켓발사가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한 것이므로, 제재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인공위성'을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 세밀하게 보면 미국과 일본도 꼭 같은 입장은 아니다.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북한과의 대화를 제안해 놨다.

'PSI 전면가입' 방침 공표로 스스로 운신폭 좁혀

유엔 안보리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미국과 일본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를 단념하고, 구속력 없는 의장성명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보도 (<요미우리신문> 9일자)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에 반대하는 자세를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본 미국이 '의장성명' 합의를 위해 일본을 설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장성명'이 나온다 해도 북한을 비난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며, 더 나아가 '의장성명'보다 낮은 '언론발표문'정도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온다.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응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결정될 경우, 이명박 정부는 매우 난감한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혼자만 강경책을 들고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이 로켓발사를 공표했을 때부터 제재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상황은 상당부분 예상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로켓발사 즉시 PSI 전면가입" 방침을 밝혔다가, 상황이 불리하자 "적극 검토", "시기만 남았다"며 사실상 뒤로 물러선 상태다. 게다가 'PSI 전면가입'은 북한의 로켓발사를 저지할 수 있는 카드로서의 역할도 제한적이었다. 

김용현 교수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정국'에서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대응에 대해 "북한의 행동을 제어할 독자적인 대북지렛대도 없었고, 일관성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혀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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